2011. 6. 2. 08:56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자, 자유롭게 독서하는 시간이에요.”
우리 반은 1주일에 한번 아침자습으로 자율독서활동을 갖습니다. 10여 년 전 처음 교단에 섰을 때만 해도 아이들은 독서하는 시간을 일부러 시간 내어 갖게 해주면 환호성을 올리며 좋아했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독서하는 시간이라고 해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입니다. 책 읽기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며 부모님들이 책 읽기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회풍토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독서활동시간에 만화책을 찾는가 하면 책장만 만지작거리며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모습은 현재 우리 아이들 읽기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아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할까요? 우리 아이들이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어쩌면 더 나아가서는 공부하기를 힘들어하는 이유를 학습 외적인 요인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책 읽는 아이>
첫 번째, 게임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는 저는 어른들이 쥐어준 문명의 이기들이 얼마나 아이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있는가에 대해 늘 주목합니다. 정서가 인지적인 영역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우리가 늘 간과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학습에 방해를 주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게임을 꼽고 싶습니다.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사고를 담당하는 각 기관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 중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은 후두엽이며, 고차원적인 종합적 사고를 담당하는 기관은 전두엽(종합적 사고와 관련된 기관으로 학습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입니다. 게임은 엄청난 시각적인 자극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데 너무 많은 자극에 시달리면 전두엽은 정보처리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생각하기 싫은 피곤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이에 반해 독서를 하거나 학습을 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두엽 기능을 필요로 합니다. 전두엽이 기능하지 못하고, 반면에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후두엽이 게임으로 인하여 과잉활성화 되면 그야말로 치매에 걸린 노인과 비슷한 두뇌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에 멍해지고 생각하기 싫어지고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고 잠시 한눈을 판다던가 기억하고 싶어도 고차원적인 사고기능이 막혀 기억해야 할 일조차 오래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임을 꾸준히 하는 아이들 중에는 일기를 쓸 때 다섯 줄 이상을 쓰지 않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 날 있었던 일 중 주제를 정해 자신이 느낀 점을 소소하게 풀어내야 하는 글이 일기인데 생각하기가 힘드니 글을 쓰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일기를 쓰더라도 단순한 다이어리를 적듯 일정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같은 깊이 있는 사고과정을 묻는 질문에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참 재미있었다”, “잘 모르겠다”, “슬펐을 것 같다”와 같은 짤막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마다 학부모 총회가 되면 어머님들께 늘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하지만 많은 어머님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십니다.
“선생님, 그거야 우리들도 잘 알죠. 하지만 다 게임을 하는데 나만 못하게 하느냐고 아이가 으름장을 놓으면 어쩔 도리가 없어요. 선생님도 자식을 키워보시면 잘 아실 텐데요.”
“아이들은 집에 와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요. 사실 많은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 게임을 아예 접하지 않는 아이들도 그만큼 또 많습니다. 즉, 모든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 게임기가 갖고 싶을 때 그와 같이 말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끼리 정서적인 친밀감을 교류하며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게임을 하는 장소인 pc방 역시 아이에게는 너무나 유해한 환경입니다. 더 지나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가면 이제 게임을 열중해서 즐기는 아이들은 소수가 되고 그 아이들은 학급에서 고립되는 경우들도 생겨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말씀을 드려도 어머님들께서는 별 반응이 없으십니다. 사실 학교 외 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더 충격적입니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생일잔치를 하면서 레스토랑 곳곳을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며 엉망으로 만들어도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기에 바쁘고, 아이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돈을 쥐어주고 pc방으로 쫒아 내듯이 몰아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면서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을 많이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읽고 쓰기를 원하신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정기적으로 게임활동과 같은 자극적인 활동은 시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어릴 때 접하면 접할 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집니다. 어릴 때 망가져버린 뇌는 아이가 자라서 되돌리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 핸드폰
부모와의 연락을 취하기 위해 사준 핸드폰은 요즘 아이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나름대로 아이가 이 학원 저 학원 늘 바쁘게 다녀야 하니 아이의 식사나 기타 필요한 준비물 문제, 혹은 급한 집안일로 연락을 취할 때 핸드폰은 여러모로 꼭 필요한 기기일 것입니다. 그만큼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나 바쁜 사회가 된 것이지요. 그러나 핸드폰은 학습에 있어서는 참 많이 방해되는 기기입니다. 일단 유해한 전자파가 문제입니다. 전자파가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 박동수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는 일단 뒤로 해두더라도 특히 여학생의 경우 핸드폰으로 인한 문제는 심심치 않게 학교에서 화두가 되는 일입니다.
한참 또래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초등학교 4,5,6학년 경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무리 속에 끼기 위해 아이들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독점하는 친구에 관해 거짓정보를 흘린다든지 욕설을 한다든지 하는 문자공격을 자주 합니다. 아직 정서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지만 문자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문자를 보낸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 모두가 보았을 때 완벽하게 예쁘고 착한 아이들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과거에 아이들이 동네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서로가 소통했을 때는 따로 전화를 하거나 다른 수단으로 소통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친구와 간절히 소통하고 싶은데 마땅한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에 문자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문자가 얼굴을 보지 않고 오고 가는 글이라는데 있습니다. 문자를 통해 상처를 주고 받는 것 또한 쉬워졌음을 의미합니다. 또 문자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아이들도 한 반에 3~4명은 꼭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 문자를 보냈는데 답문이 없으면 불안증세를 보이기도 하죠. 핸드폰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사용 방법을 꼭 가르쳐주고 아이가 핸드폰을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정도는 꼭 부모님들께서 관리해주셨으면 합니다. 핸드폰으로 인하여 부모님께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더 생겨나기 전에 말입니다.
아이들이 대화하고 싶은 상대는 어쩌면 핸드폰이 아닌 진지하게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우리 부모님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집중해서 읽고 판단해야 하는 그 귀한 시간에 아이의 정신을 분산시키는 도구들 중 하나가 바로 핸드폰이랍니다. 현재 3학년 아이들을 담임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핸드폰으로 인해 폭력적인 문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들의 80%가 넘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과연 알고 계실까요?
세 번째, MP3
많은 아이들이 MP3를 들으며 공부를 합니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 때 한창 유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늘 청취하며 공부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클래식부터 락, 대중가요, 국악, 재즈, POP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골고루 즐깁니다. 그러나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듣지 않습니다. 필자가 자료를 늘 정리하고 글과 사진을 통해 필자의 생각을 알리는 개인블로그(blog.naver.com/bettybup)에 최근에 듣고 싶은 음악들을 올려두고 일을 하다가 쉬고 싶을 때 음악을 클릭해서 들으며 잠시 머리를 식힙니다. 과거에는 어떻게 음악과 공부가 동시에 가능했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음악은 음악대로 일은 일대로 따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MP3를 통한 음악청취를 학습에 유용하게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학습을 시작하기 전 각성상태를 유도하기 위한 음악 청취입니다. 음악은 아이들에게 알파파를 유도하는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 두뇌를 각성시켜 창의성을 발현시켜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음악을 무엇인가 암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가사에 내용을 담아 흥얼거리다 보면 잘 외워지기도 하니까요.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는 ‘우리 몸의 소화과정’과 같은 매우 어려운 내용도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가사를 바꿔 부르면 잘 암기가 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시간에도 적극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흔히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가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출처: 김유미 교수. 두뇌를 알고 가르치자.)
그러나 음악은 도구로써 활용되어야 하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은 동시에 두 가지의 상반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책 읽기를 방해하는 외적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TV일 것입니다. TV를 시청할 때는 반드시 휴식시간을 정해 정해진 시간에 시청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36개월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가 발전해가면 갈수록 우리 아이들을 학습에서 멀어지게 하는 환경적인 요인들은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디지털 문화가 인간의 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부모님들부터 유해한 환경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열심히 집중해서 책 읽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한번쯤은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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