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어의 대중화, 양면을 살펴보니

2013. 3. 29. 14:2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악플 쩔어.’, ‘내 성적 지못미’, ‘치맥 갠춘? ㅇㅋ’. 아마 인터넷을 통해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이라면 이런 인터넷 언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실 수는 있어도 무슨 뜻인지는 대충 다 아실 겁니다. 최근 거의 모든 생활에 인터넷이 필수가 되면서 실생활에도 인터넷언어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여러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원인은 뭘까요?





[출처 – 서울신문]




시험이나 보고서가 장난이야? 인터넷 언어의 부정적 측면


인터넷 언어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언어는 특히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최근 국립국어원에서는 인터넷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쓰는 언어에서조차 문자 단순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최근 국립국어원은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종이 위에 쓴 글에서 어절(語節) 11만7955개를 수집·분석하는 '청소년 언어 실태 언어의식 전국 조사'를 했다. 최다 빈도 은어(隱語)에는 모음을 생략한 단어가 상위 10위 안에 8개나 들어 있다. 'ㅃ2(빠이·헤어질 때 인사)'가 1위, 'ㅅㄱ(수고하세요)'이 3위, 'ㅅㅂ(×발)'이 4위였으며, 'ㅂㅇ(바이·헤어질 때 인사·5위)' 'ㅆㅂ(×발·6위)' 'ㅂㅅ(병신·7위)' 'ㅈㅅ(죄송·8위)' 'ㄴㄴ(No No·안돼·10위)' 순이었다. 통신언어가 아닌 글말언어에서조차 문자 단순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후략) 


과제 내랬더니 '쓰느라 ㅎㄷㄷ(후덜덜) 햇다(했다)' 랍니다 (조선일보, 2013-03-26)



가장 많이 쓰이는 은어는 ㅃ2와 ㅅㄱ였네요. 실제 이런 경향은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이나 심지어 직장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해요.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시험 답안지나 레포트에 모음을 생략한 은어나 이모티콘을 아무렇지 않게 써넣고 있는 학생들에게 ㄷㅊ(닥쳐)라고 써서 돌려주기도 했다네요. 이러다 논문도 그러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이런 경향이 단순히 한글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제 글을 말하는 거나 써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자판을 쳐서 전달한다는 것이죠. PC통신 시절 통신체에서 출발한 이런 축약어들은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서 보편화되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대중들의 생활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고, 스마트폰의 자판이 모음과 쌍자음을 치기 복잡하고 귀찮게 되어 있어 아예 그걸 생략해버리고 있는 거죠. 바로 이점이 역설적으로 인터넷 언어의 긍정적인 면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편하다. 빠르다. 친근하다. 인터넷 언어의 긍정적 측면


과거에는 청소년들의 은어 문화의 하나쯤으로 치부했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는 지금은 이제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은 쌤으로 줄여서 부르고, 사원들은 회사에서 대리님을 댈님으로 줄여 부르는 게 일상이라고 하죠?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될 정보가 너무 많아진 사회가 된 것도 원인의 하나라고 합니다. 뜻만 통하면 최대한 글자를 줄여 쓰게 되는 건데 이게 과거와 달리 전 세대에서 사용되고 있으니 저항감이 이전보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같은 메신저, SNS 하나쯤 쓰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치기 편하고 빠르고 특히 또래 집단에서는 친근하여 공감을 얻기 쉬운 것이 인터넷 언어의 긍정적 측면의 하나겠죠. 다만 여전히 인터넷과 SNS를 접하지 못 하는 층과는 언어 단절이 일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소통에 대한 염려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전에 등재된 인터넷 언어, 한국어의 진화인가 퇴화인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진 인터넷 언어는 뉴스와 신문에서도 그대로 쓰게 되고 이제 사전에 등재되는 단어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악플이 그렇죠.



[출처 – 서울신문]




몇 달 전 국립국어원은 표준어는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했다. 짜장면을 비롯해 남사스럽다, 복숭아뼈, 먹거리, 손주 등 흔히 쓰이는 단어들이 표준어가 된 것이다. 남북 국어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 중인 '겨레말 큰사전'이 눈길을 끈다. 이 사전에는 악플, 꽃미남, 대포폰, 다문화 등 우리 사회를 말해주는 신조어들이 대거 선보인다.


[밀물 썰물] 한국어의 진화 (부산일보, 2011-10-10)



욕설 등 상대방을 비방하는 악성 덧글을 뜻하는 악플은 악과 덧글을 뜻하는 리플의 합성어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외국어와 결합된 국적 없는 단어로 취급받았겠지만 이제 널리 퍼진 인터넷 언어는 한국어로 인정받을 정도가 된 듯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어쩌면 생활어가 된 인터넷용어는 짜장면과 자장면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장면이 표준어고 짜장면은 틀린말이었죠. 우리나라 사람의 절대다수가 짜장면으로 쓰고 있었어도 말입니다. 한글 파괴에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미 모든 사람이 쓰고 있고 이해하는 말을 인터넷 언어라고 배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공적 영역에서는 표준어를 잘 지키고, 사적 영역에서는 다소간의 인터넷용어를 허용하는 정도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인터넷 언어의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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