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김형태 총장의 특별한 신문 사랑법

2011. 6. 14. 09:23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지난 3월 17일, 대전에 있는 목원대학교에서는 2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특강의 주제는 ‘왜 신문을 읽어야 하는가?’였는데요. 이날 강사로 나선 사람은 이웃 대학인 한남대 김형태 총장이었습니다.
한 대학의 총장이 다른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고, 그것도 거창한 담론이 아닌 ‘신문’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각종 뉴미디어가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이 때, 그는 왜 대학생들이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까요? 한남대를 직접 방문해 김형태 총장의 신문 사랑법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총장님의 신문사랑이 각별하다고 들었습니다. 평소 어떻게 활용하시는지요?

외부 출장이 잦아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편입니다. 그럴 때면 늘 신문을 읽습니다. 보다가 좋은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을 때는 메모지에 옮겨 적어 놓고, 나중에 글을 쓸 때 소재로 삼기도 합니다. 제가 한 달에 기고하는 칼럼이 15개 정도 되는데요. 소재가 막히지 않는 이유는 신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칼럼을 쓰다보니 글쓴이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신문기사는 독자와 생각을 나누는 창구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쓴 글을 단 한 명이라도 읽어준다면 그건 큰 기쁨이죠. 그래서 신문을 읽다가 한남대에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모은 신문 스크랩북을 보여주는 김형태 총장>


교양 과목으로 ‘신문읽기와 취업’ 강좌 개설해

지난 3월 목원대학교를 방문해 ‘신문읽기와 취업’이라는 주제로 교차특강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타 대학 총장이 다른 대학에 가서 직접 강의를 했다는 사실이 참 이채롭습니다.

평소에 신문을 많이 읽다 보니 학생들에게도 신문을 통한 지식 흡수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 문장가인 구양수가 한 말 중에 ‘다독∙다작∙다상량(多讀∙多作∙多商量)’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뜻인데요. 이 말이 꼭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소양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손에는 신문, 한 손에는 교재’라는 모토 아래 이것을 학점화해야겠다는 구상을 하던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학교가 지원학교로 선정되어 올 1학기부터 신문읽기 강좌를 교양과목으로 개설하게 되었고,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을 통해 강사를 위촉받았습니다. 

저희 학교와 뜻을 함께하는 목원대에서도 신문읽기 강좌를 동시에 개설하게 되었는데요. 내년에는 배재대까지 동참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대전에 있는 모든 대학들이 동참해, 대전의 명물로 만들고 싶은 구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총장상, 시장상, 기관장상을 제정해 우수한 학생들을 격려하고, ‘대전에 있는 대학생들은 신문읽기 강의를 필수적으로 듣는다’는 인식을 주고 싶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는 1,000권의 책을 읽어야 졸업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저희는 신문읽기 수업이 그것을 대체하는 셈이죠. 지금은 비록 교양과목이지만, 향후 필수과목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목원대에서 진행된 김형태 총장의 신문읽기 특강>


신문읽기 강좌를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희도 놀랄만큼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60명의 수강인원이 순식간에 마감되었으니까요. 아무래도 현직자를 강사로 기용한 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 한남대는 경향신문, 목원대의 경우 조선일보 주재기자가 강사로 기용되었습니다. 물론 교양과목이기 때문에 ‘기자가 되는 법’, ‘기사를 쓰는 법’ 등 실무를 가르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무엇을 가지고 읽을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하는 읽기 행위 자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신문은 세상의 창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무래도 현직자의 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수업 중간 중간에 명사들의 특강이 많은 점도 인기 요인입니다. 총 16주 과정 중에 1/3이 외부인사를 초대해 특강을 듣는 시간입니다. 특강 때는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신문사 사장, 주필 등 다양한 명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3월 목원대를 방문해 신문읽기 특강을 했고, 목원대 김원배 총장도 저희 학교를 방문해 교차 특강을 했습니다. 대학 총장들이 상대 학교에 가서 특강을 한다는 것이 이채로웠던지, 이 부분이 많이 이슈화가 됐었지요.


요즘 세대 끈기 아쉬워,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 가져야

아무래도 대학생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취업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신문읽기가 취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기본을 중시합니다. 그 기본이란 것은 일상에서 예절과 도리를 지키는 것을 말하구요. 저희 학교 곳곳에서는 ‘한남대학생의 생활 실천 다짐’이라는 문구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것들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 그런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 역시 꾸준히 신문을 읽고, 스크랩을 한 습관 덕분이었습니다. 


<한남대 교정에 비치된 생활 실천 다짐>


그런 점에서 대우중공업 김규환 명장의 예를 들고 싶습니다. 이분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신 분인데, 무려 5개 국어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무슨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닙니다. 그저 신문에 나오는 생활 외국어를 오려 하루에 한 문장씩 외웠다고 합니다. 집 천장이나 벽, 식탁, 화장실 문, 사무실 책상 등 가는 곳마다 붙여 놓고 외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하루에 한 문장씩 1년, 2년을 꾸준히 하니까 나중에는 회사를 방문한 외국인들 앞에서 설명을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신문에는 그날 그날의 이슈는 물론, 일상적인 생활지식과 교양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비싼 과외를 받지 않더라도 매일 배달되는 신문만 읽어도 사회생활을 위한 지식이 저절로 쌓이게 되는 셈이지요.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은 너무 단시간에 승부를 내려고 하는 조급함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김규환 명장의 경우도 사환으로 입사해 명장까지 오른 분인데,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끈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애플 같은 기업 나오려면 인문학이 살아야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고도 합니다. 대학에서도 취업과 연계되는 전공 이외에 속칭 문사철 부문의 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곳도 많은데요.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도 본인의 아이디어의 바탕에는 인문학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 이전에 폭넓은 사고를 가능케하는 순수학문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요. 한남대에서는 인문학 발전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저희는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이기 때문에 강의 과목 중에 채플이 들어 있습니다. 채플은 성경을 기반으로 하지만, 넓게 보면 문사철 특강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여러 인물들의 삶을 통해 교훈도 얻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한남대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한남대 66학번 출신으로 이런 채플 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선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그 때 들었던 말 중에 “Something is Everything. Everything is Something”이라는 구절이 기억납니다. ‘Everything’이란 교양을 뜻하고 ‘Something’은 전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보편적인 지식을 먼저 안 다음에 좀 더 심화된 학습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모든 학문을 하는데 있어 문사철, 즉 인문학적 교양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여러 국가 간 문화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인사치레로 쓰는 말이지만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이 “밥 먹자”는 말이 공증문서와 같은 효력을 발생시킵니다. 먹자고 했으면 정말 먹어야 하는 약속과 같은 것이지요.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그 나라의 예절이나 문화코드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만 가지고는 고급인력으로 취급 받기 힘듭니다. 당장 취업에 도움이 안된다고 경시할 것이 아니라, 취업한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소양입니다. 


<한남대 각 건물에 비치된 신문열람대>



현재의 어려움에 포기하지 말고 인생 길게 봤으면

88만원 세대,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뜻)라는 신조어들이 보여주듯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청년들이나 대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씀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등록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고,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단순히 ‘등록금이 비싸니 내려라’라고 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쉽게 결론짓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등록금 문제를 통해 일방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학생과 학교 측 서로 간의 입장을 들어보고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겠지요.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려면 앞서 말한 신문을 활용한 인문학적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 역시 등록금을 내고 난 다음, 이렇게 낸 등록금이 나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살폈으면 합니다. 단순히 ‘많이 내서 아깝다’가 아닌, 등록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인생은 깁니다. 인생을 80세로 본다면, 대학시절은 이제 막 1/4을 지나온 셈입니다. 앞서 김규환 명장의 예를 들었지만, 젊은 시절 어려움을 겪더라도 끈기를 발휘한다면 언젠가는 인정 받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멀리 내다보고 꿈을 가졌으면 합니다. 




누구보다도 신문을 사랑하는 한남대 김형태 총장. 이슈가 되고 있는 등록금 문제를 끝으로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했는데요.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그 정점에 있는 총장의 입장에서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학생이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식인, 그러면서도 인생을 멀리 내다보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근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인생을 바꾸는 것은 작은 습관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부터라도 ‘신문 읽기’라는 작은 습관을 길러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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