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박사의 정보 원천은 무엇일까?

2011. 6. 22. 09:21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를 유심히 살펴본다. 젊은이들은 주로 만화, 게임,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간간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모바일 기기 가운데서도 단연 스마트폰이 차지한다.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따금 “정보가 두뇌에 입력될 때 우리 두뇌에는 어떤 일들이 진행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가공된 정보는 쉼 없이 두뇌로 입력되고 그 정보들은 적절한 즐거움과 자극을 제공하지만 그 대부분이 흘러내려가 버린다. 여러분이 주말 내내 텔레비전을 시청한 다음 아침 출근길에 올랐다고 하자. 온종일 시청한 텔레비전 가운데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주 인상적인 몇몇 대목이 어렴풋이 떠오를 뿐 나머지는 이미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렸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한 여름의 소낙비처럼 영상 매체를 시청하는 것은 흘러가 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의도적으로 텔레비전 시청과 같은 영상물에 내 자신을 지나치게 노출시키는 부분에 대해 엄격한 규율을 가하고 있다. 물론 한 낮의 분주한 업무 이후나 주말의 느슨함을 즐기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매체가 가진 속성을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 혹은 시간 대비 효용이 무척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책과 같은 활자 매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필자가 글을 자주 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영상물과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끼치게 된다. 활자는 읽는 순간 일단 두뇌 속에 입력된다. 그런데 영상물과 달리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활자를 읽는 순간 그 활자로 쓰여진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생각할 소재나 거리를 제공함을 뜻한다. 그러니까 신문이나 잡지의 정보가 읽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게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라는 모습의 질문을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던지게 된다. 따라서 독자는 질문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잠시 두뇌 속에 머물면서 지식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밟아나가게 된다.

한 쪽은 흘러가 버리는 것을 또 다른 한쪽은 일부가 머물러 있는 것에 비유하면, 한쪽은 소비에 치중된 활동을, 다른 한쪽은 투자 활동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긴 시각에서 바라보면 소비에 치중된 활동을 하는 사람과 투자에 집중하는 사람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문의 경우는 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으로서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의 지식을 축적해가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나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갖고 다니면서 자주 활용하지만 신문을 읽을 때는 여전히 종이 신문을 사랑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펼친 상태에서 단시간 내에 정보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니까 짧은 시간을 투입한 다음에 전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종이 신문 읽기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세월 따라 필자의 신문 읽기 방식도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나는 나름의 주관이 뚜렷하기 때문에 중요한 신문을 종이로 보는 습관을 오래오래 계속할 것으로 본다.


                                                             <사진출처:flickr/hebedesign>


나는 신문 읽기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늘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탓도 있지만 신문 읽기의 키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오늘 다루어진 기사 가운데 중요한 기사에 주목하고 그 기사들은 주로 찢어서 보관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침 출근길에 중요한 기사들은 찢어진 상태에서 나와 함께 다니곤 한다.

신문 읽기를 나는 세 단계로 나눈다. 주요 기사를 확인하고 이를 찢는 단계를 신문의 초벌 읽기 과정으로, 그리고 주요 기사들을 줄을 그어 가면서 다시 읽는 과정을 다시 읽기 과정으로 표현하고 싶다. 다시 읽기 과정을 하면서 나는 가능한 붉은 펜을 사용해서 줄을 긋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에 동그라미를 쳐놓기도 한다. 이 과정을 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뇌 속에 특정 정보를 입력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 또 하나의 과정을 진행한다.

바로 특정 정보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인데, 이는 기사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글로 정리해 보는 의견 정리해보기 과정이다. 예를 들어, 반값 등록금 문제나 정리해고로 인한 근로자들의 농성과 같은 기사를 만나게 되면 꼼꼼히 읽어보기도 하지만 이 정보를 토대로 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신문에는 현재의 세상을 이해하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들이 듬뿍 들어 있다. 때문에 신문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도 키워주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매일 매일 주변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가는 것은 살아가는 재미를 제공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세상이 변화한다고 하지만 승자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영상물이 줄 수 있는 위험 가운데 하나는 시청자를 소비 주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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