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날 표어, 그 시절 시대상 담겨있네

2011. 4. 13. 09:2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4월에는 많은 기념일이 있답니다. 새봄을 맞이하는 식목일을 비롯해 독재를 타도한 4.19 혁명기념일, 몸이 불편한 이웃을 돌아보는 4.20 장애인의 날 등이 있는데요. 혹시 이중 신문과 관련된 기념일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바로 4월 7일 신문의 날인데요. 잘 모르셨다구요? 이래봬도 올해로 55회를 맞이한 유서 깊은 기념일이랍니다.

신문의 날은 1957년 4월 7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의 창간을 기리는 의미로 만들어졌는데요. 신문의 날을 전후한 1주일 동안은 신문주간으로 정해 언론 자유의 중요성과 신문의 역할을 되새기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한국 신문의 지향점을 짧은 문구로 정리한 ‘신문의 날 표어 공모전’을 들 수 있는데요.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각각의 표어들은 그 시대 사회상을 대표하는 상징을 담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럼 역대 신문의 날 표어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을까요? 주목할만한 표어들을 이 자리에 소개해봅니다.


1970년 “나라와 겨레와 함께 뻗는 신문”

<단군 이래 가장 대규모 공사였다고 일컬어지는 경부고속도로>


먼저 ‘뻗어나간다’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 당시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온 나라가 경제성장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였답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킨 것은 8할이 수출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단결이 참 중요했답니다. 그래서 신문의 날 표어에도 ‘나라’와 ‘겨레’를 한데 묶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부와 국민이 단합해 경제도 일으키고, 수출을 통해 외국으로 뻗어나가자는 바람이 담겨 있었답니다.


1988년
“자유경쟁시대의 신문”

<역대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 중 하나로 기록된 서울올림픽>


1988년 신문의 날 표어 당선작은 바로 ‘자유경쟁시대의 신문’이었습니다. ‘경쟁’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이 참 인상적이죠? 모두 잘 아시다시피 1988년은 바로 88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입니다. 냉전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이때, 서울올림픽에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구분없이 올림픽 사상 가장 다양한 나라가 참가했는데요. 그들이 한 곳에 모여 스포츠를 통해 경쟁하던 그 해, 신문의 날 표어도 올림픽 정신을 의식해 ‘자유경쟁’이란 단어를 넣었던 것 같습니다.


1995년
“세계를 읽는 신문, 미래를 보는 국민”

<’도우미’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93 대전 엑스포>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문민정부 시절, 당시 최고의 화두는 ‘세계화’였는데요. 국내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마인드’라는 말도 이때 처음 생겼답니다. 또 우리 고유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도 이 시기에 즈음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요. 1993년 개최된 대전 엑스포를 시작으로 ‘한식의 세계화’ ‘한국 문화의 세계화’ 등 전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활동을 펼쳐나갔답니다. 그래서인지 1995년 신문의 날 표어에도 ‘세계’라는 단어가 들어갔네요.


2000년
“정보의 바다, 중심에 신문이 함께 합니다”

<IT벤처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nhn의 분당 사옥>


2000년은 우리나라에 IT 벤처붐이 일던 시기입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게 됩니다. 그 동안 사업이라 하면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이나,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를 일컬었지만 이 시기에 처음으로 자본이나 물건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산업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이 당시 벤처로 시작해 지금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네이버로 유명한 nhn을 들 수 있겠네요. 신문의 날 표어에도 등장한 단어인 것을 보면 초창기 인터넷의 충격은 정말 대단하긴 했었나 봅니다.


2007년
“신문읽는 습관이 가장 큰 투자입니다”

<200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


신문의 날 표어에 ‘투자’라는 말이 등장했네요. ‘과일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광고 문구, 기억나시나요? 2007년 가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했는데요. 당시에는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던 저축이나 부동산 투자 대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꾸준히 상승한 코스피 지수는 이 해에 정점을 찍었는데요. 생전 주식이나 펀드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었던 일반인들도 투자에 뛰어들만큼 모두가 재테크에 열정을 쏟았던 한 해이기도 합니다.


2011년
“정확한 소식, 정직한 소리, 정다운 신문”

<태블릿PC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신문을 읽는 모델>


올해 신문의 날 표어는 ‘정확한 소식, 정직한 소리, 정다운 신문’입니다.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생겨난 요즘은 그야말로 ‘정보의 쓰나미’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개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이때,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정보의 경중을 가리고, 진실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요구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까지 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2011년 신문의 날 표어는 그 모든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할수록 신문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태블릿PC를 통해 신문 기사를 읽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도구는 달라질지언정 신문의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답니다. 바로 인식의 폭과 통찰력을 높여주는 ‘읽기의 즐거움’인데요. 올해 신문의 날을 맞이해서 퇴근길에 일간지 한 부 사서 읽어보는 것은 어떠세요? 오늘의 화두는 무엇이고 내일의 세상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한번 예측해 보세요. 신문은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가장 가치있는 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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