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피며 숲을 생각하다
든든한 땔감, 고마운 온기 가을비 내린 후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어요. 바야흐로 화목보일러에 불 지피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막바지 가을걷이로 고단한 몸에 뜨끈한 방바닥은 크나큰 위로지요. 우리집 땔감은 간벌한 숲에서 가져온 잣나무, 참나무, 아까시나무들이에요. 숲의 안쪽엔 간벌만 해놓고 치워내지 못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버려진 채로 눈비에 썩어가는 나무들을 보면 무척 아까워요. 하지만 그걸 가져다가 연료로 쓸 사람은 이 동네에 많지 않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대부분 전기보일러나 기름보일러를 쓰시거든요. 나무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강도 높은 노동이라 연세 드신 어른들로선 엄두를 내기 어려워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젊으니 돈으로 비싼 기름을 사는 대신 땔감 노동으로 겨울의 온기를 얻고 있지..
2015. 10. 28.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