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어른들도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

2013. 8. 12.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저에게는 ‘평생독서목록’이란 것이 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말 그대로 한 평생 곁에 두고 주기적으로 읽고픈 책들을 추린 목록이지요. 세월이 갈수록 깊이를 더하는 책들, 시공간을 초월해 각기 다른 상황마다 적합한 지침을 주는 책들, 반복해 읽을 때마다 다른 울림을 주는 책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 목록은 대략 50여 권 정도가 되는데, 그 가운데서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을 꼽자면 단연 <어린왕자> <얀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두 권 남녀노소 경계 없이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고(그러나 그 안에 담긴 철학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요) 오랜 시간 국경마저 초월해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감동을 선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눈 깜짝할 새 베스트셀러 목록이 뒤바뀌는 발 빠른 세상에서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설픈 교훈이나 가벼운 상술 따위로는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그토록 깊은 사랑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외람된 이야기이긴 하나 베스트셀러보다도 스테디셀러가 양서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기간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순 있어도 오랜 시간 속이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 안에 감동이든 교훈과 철학이든, 세월을 거스르는 불변의 진리든 그 어떤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는 소위 말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기는 어렵지요. 고전 안에 위대한 힘이 깃들어 있다함은 바로 이것입니다. 시간도 공간도 초월하여 짧게는 몇 십 년, 길게는 몇 백 년 간 사람들을 변화시켜온 책에 위대한 영혼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각설하고, 다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와 <얀 이야기>로 넘어오도록 하겠습니다. 둘 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입니다. 굳이 이곳에서 줄거리를 요약해 지면을 낭비할 필요도 없을 듯 하고요. 




[출처-교보문고]


저는 특히 <어린왕자>를 읽으며 그때그때 다른 감상에 젖어들곤 합니다. 스무 살 무렵에 만난 금발에 장밋빛 오동통한 볼 살을 지닌 어린 왕자와 서른에 만난 어린 왕자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어린 왕자가 말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과 ‘길들여진다는 것’의 의미도 분명 일회독에서는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지요. 서른이 넘어 타인의 존재와 소중함을 이해하고 난 뒤 만난 어린 왕자에게서 비로소 그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출처-교보문고]


<얀 이야기>는 또 어떻고요. 고양이와 물고기가 친구인 이야기라니. 장편역사소설이나 스케일 웅장한 판타지물을 선호하시는 분들께선 실망스러운 야유를 보내 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 얀은 보통 고양이가 아닙니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자아가 확고한 멋진 고양이지요. 


주인공 얀과 물고기 친구 카와카마스가 지어내는 이야기는 너무도 단순하고 밋밋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가슴 한 쪽이 저려오는 묘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어쩌면 ‘어른들의 세계’에서 진짜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고양이와 물고기가(이토록 멋진 조합이라니요) 빚어내는 작은 세계는 아주 오랫동안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다독다독 독자분들께 가끔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펼쳐보시라 권합니다. 늘 분주하고 긴장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진짜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의 비밀을 떠올릴 수 있는 행복을 주거든요. 아이들의 삶을 떠올려보세요. 얼마나 맑고 화사하고 아름다운지.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이 진정한 행복의 주인공들이지요. 가끔은 어른을 위한 동화를 통해서라도 아이들의 삶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잊혀졌던 삶의 싱그러움과 조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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