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에서 찾아본 무라카미 하루키 열풍!

2013. 8. 13.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국과 일본의 소녀, 그리고 미국의 한 신사가 영어권 국가에서 우연히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언어는 물론이고 영어가 서투른 한국과 일본 소녀, 그리고 일본어는 조금 알지만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미국 신사와의 만남. 공통된 대화 거리가 없고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음은 보지 않아도 느껴지시죠? 침묵을 깨고 일본인 소녀가 서툴게나마 영어로 이야기를 꺼냅니다. ‘미도리’라는 일본 식당에서 파트타임 웨이트리스로 일을 하게 되었다고. 이때 “어!” 하며 한국 소녀가 입을 엽니다.

“미도리?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주인공 이름이 미도리였는데..노르웨이의 숲이었나?”


그때 미국인 신사가 거듭니다.

“미도리 뜻이 초록인데 자기 얼굴은 초록색과는 안 어울린다고 했었지..?”


그 이후의 모습 상상이 가시나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낸 그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책으로 엮여 짧은 영어로 재미있는 저녁시간을 보냅니다.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것 같나요? 하지만 이것은 몇 해  전 호주에서 겪은 실화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책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엮어준 인연이네요. 가끔 생각합니다. 국적과 성별, 나이가 다른 우리가 이렇게 흥분하며 대화할 수 있었던 힘. 문학과 예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파워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경험입니다.




출처: 교보문고


지난 7월 1일 아침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이백 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색채..』)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었는데요. 12시부터 판매가 시작되기로 하였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먼저 책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 6시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날 『색채..』를 사기 위한 줄이 50m가량 늘어섰고 이벤트를 위해 쌓은 하루키의 책 옆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잇달아 언론 매체에 보도되기도 하였죠. 사인본이나 양장 다이어리 증정 등의 이벤트가 이들을 끌어당긴 면도 있지만 문학의 인기가 죽어가는 시대에 그의 바람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색채..』의 출판사인 민음사 쪽의 발표에 따르면 7월 1일 발간 당일 교보문고에서만 5700권이 현장에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하루키의 인기에 대해 앞 다퉈 대서특필 하였습니다. 




▲지난 7월 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이날 출간한 『색채..』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출처: 서울신문)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 서점가 돌풍


대학생 탁신형씨(25)는 6월30일 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나와 ‘동태’를 살핀 후 1일 새벽 다시 나와 줄을 섰다. 목적은 이날 정오부터 판매되는 무라카미 하루키(64·사진)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색채’·민음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를 포함한 최초의 구매자 10명에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인본이 판매됐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묻자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항상 진보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최근작 <1Q84>가 가장 좋았다”며 “<색채>도 <1Q84>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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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3-07-01 



『색채..』의 히트 조짐은 출간 전 예약 판매에서부터 일기 시작했습니다. 정식 출간이 되기도 전에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한 것인데요.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 철도회사 직원을 주인공으로 한 『색채..』는 일본에서의 인기, 높은 선인세(16억 이상으로 추정), 초판 20만부 발행 등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모으며 전작 『1Q84』의 초기 판매량을 앞질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베스트셀러 1위 등극

30대 여성 직장인의 전폭적인 지지

예약판매로만 예스24 베스트셀러 1위 점령

30대 여성의 구매 비중 33%,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 높아


7월 1일 전격 출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예스24(www.yes24.com)에 따르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 6월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총 3,500여 권이 판매되며 예약판매만으로는 이례적으로 예스24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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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예스24 도서팀장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대형작가의 신간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기대가 예약판매 기간에 그대로 나타났다”며, “특히, 문학소녀 시절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과 함께 보낸 30대 직장 여성들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출처: 채널예스(http://ch.yes24.com/Article/View/22478)




그가 내는 책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29세에 등단해 30년이 넘는 작가 경력을 가진 중년 남성이지만 그의 소설 주인공은 대부분 청춘들이고 그 청춘들의 고뇌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날 교보문고에 줄을 선 독자들 역시 대부분 20~30대였습니다. 현대 젊은이들의 소외, 고독 등 보편적인 정서와 읽기 수월한 문장들이 쉽게 손이 가게 만드는 것이라 설명이 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 서점가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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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는 29세에 등단해 30년이 넘는 작가 경력을 가졌지만, 다자키 쓰쿠루가 그렇듯 그의 소설 주인공은 대부분 청춘이고 그의 문장에는 청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날 교보문고에 줄선 독자들 역시 대부분 20~30대였다. 중학생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접해 줄곧 팬으로 남은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때 무라카미의 작품을 읽은 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는 회사원 박진영씨(31)는 “무라카미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글은 젊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지은씨(26)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 내 평소 생각,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색채>의 일본어 원서를 사서 읽고 있다는 대학생 박주은씨(21)는 “다른 일본 작가들과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건을 억지로 나쁘게 몰지 않고 자연스럽게 푼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2013-07-01 



또한 그의 작품에는 자유로운 성적 취향과 다양한 음악, 문학, 영화, 현대인들이 선망하는 자유로운 삶, 그리고 세계 여행과 요리에 대한 기호들이 충만합니다. 등장인물은 일본인이지만 외국 이야기가 멋있게 자주 등장하며 그 외국도 대부분이 유럽입니다. 이는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친근하게 언제든 갈수 있는 곳으로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소설 속 이 장치들의 디테일한 묘사가 매력으로 다가와 이러한 ‘서양’의 모습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 그의 작품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이에 하루키 작품을 번역해온 김춘미 고려대 명예교수는 하루키의 인기 배경에 대해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 살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사고방식이 386 세대의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서울신문



지금은 미국, 유럽, 중국까지 세계 40여 개국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초기에 그의 작품들은 서양의 기호들로 동양적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기호들이 하루키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장점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풀이도 있으니 인생은 알 수 없네요.


 처음 그가 문단에 등장했을 때는 아무도 그를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주류 문학이 선호하지도, 기성 문단에서 받아주지 않았음에도 그는 십여년 만에 수많은 문학상과 흥행을 이루었고 현재 노벨상 후보에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대중들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90년대에는 많은 일본 작가가 붐을 이뤘습니다. 무라카미 류와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리 가오리는 같은 시기에 인기를 얻었죠. 하지만 이들은 현재 크게 독자층을 넓히지 못했고, 20-30대 여성들의 가벼운 책읽기에 한정되어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에 계속 깊게 파고 들어간 하루키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독자를 보유, 책만큼이나 복잡한 작용을 현재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루키는 자신이 좋아했던 영미 소설들 역시 번역해왔고, 그의 에세이나 소설 속에 작품들을 언급하기도 하였는데요. 그 덕분에 작가와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는 독자들이 생겨나며 지나간 고전들과 음악들이 역으로 히트를 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해 문학자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헛웃음을 짓게 하는 현상도 일어났다고 합니다. 하루키 소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예지요. 한편으로는 그저 가벼운 글쓰기 혹은 심리를 묘하게 자극하는 글의 나열과 막대한 마케팅 홍보가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라는 혹평을 듣기도 하지만 단순히 홍보 기술만으로 전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문화적 현상으로 작품을 해석하려는 이들에게 하루키의 작품이 진지하게 이야기될 기회를 주자는 평이 요 근래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초기작은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최근에는 작가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발언을 하는 행보(『1Q84』에 언급된 비밀스런 종교 단체의 등장 등)가 보여 문학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문학계의 전문가들에게 대체적으로 짠 점수를 받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일명 “무라카미 하루키 다시 보기 열풍”에서 어떠한 평가가 나올지 앞으로의 상황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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