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를 통해 살펴본 오늘 날의 ‘연애학개론’

2013. 8. 14. 10: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우리는 현재, 속된 말로 ‘사랑꾼’이라 불릴 만큼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연일 보도되는 스타 커플의 탄생,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사랑노래들, 비슷한 이야기 구조지만 매번 흥미진진한 연애드라마들. ‘사랑’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가슴 설레 합니다. 이렇듯 ‘사랑’은 항상 같은 패턴과 비슷한 사연을 지니고 있어도 도무지 질리지 않는 주제입니다. 




[출처-서울신문]


비너스의 탄생(Nascita di Venere), 보티첼리 ,1486년경.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보티첼리의 명작. 172.5X278.5cm의 캔버스에 템페라와 그림물감으로 조개 위에 서 있는 나체의 비너스를 그린 것. 메디치 가(家)에서 분가한 로렌초 디 피에르 프란체스코 데 메디치(Lorenzo di’ Pier Franceseco de Medici)가 카스텔로 별장의 장식으로 그린 것 / 네이버 지식백과


인간의 역사와 함께 ‘사랑’의 역사도 무수히 반복되어져 왔습니다. 고대 신화 속에서도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등장할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타인에게 감정을 나눠주는 행위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전하지 못해도 가슴으로 품는 것만으로도 사랑으로 인정하던 때가 있었다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매력적인 사랑이 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역사의 흐름만큼이나 사랑의 모양도 변해왔지요. 그렇다면 오늘 날의 ‘사랑’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요? 신문 속 사회상을 통해 오늘 날의 ‘사랑’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사랑, 우연히 빠지던 것에서 이제는 철저히 준비하는 것으로 바뀌다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될 때, “사랑에 빠지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사랑이 가지는 강렬함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감정 속에 빠져(Fall in) 버리는 것인데요. 누군가 속된 말로 ‘사랑이란 교통사고와 같아서’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사랑의 구렁텅이 안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연애풍토를 살펴보면 더 이상 사랑은 우연히 빠지는 감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는 ‘사랑’ 또한 철저한 준비 속에서 쟁취해내야 할 도전으로 많이들 표현하지요. 당장 요즘 지하철역에서 심심치 않게 광고를 찾아볼 수 있는 ‘결혼상담 전문 회사’가 오늘 날의 연애 풍토를 대변합니다.


자신의 신상정보와 성향을 낱낱이 적은 문서를 적어 내면 회사 스스로가 내린 분류 기준을 통해 자신이 ‘만나야 할’ 상대가 정해지게 됩니다. 자신을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잘’ 포장하고 내세울 수 있느냐에 따라 자신이 만날 ‘상대’ 또한 달라집니다. 마치 자본주의 속에서 이제는 ‘사랑’마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한 방법은 사랑을 자본주의적 ‘소비’(consumption)의 범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원래 자신을 소진시킨다는(consume) 맥락에서, 사랑의 속성을 가진 ‘소비’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품을 매개로 이뤄진다. (중략) 하지만 새로운 자본주의 단계는 상품으로 매개되는 사랑을 넘어 삶 전체를 상품화하는 사랑의 방식으로 나아간다. 스스로를 경영하고 관리하고 상품화해야 생존할 수 있는 이 체제에서 소비되어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우연히 ‘빠지는’ 운명이었다면, 이제 사랑은 철저히 준비된 주체의 마케팅이 된다.


[크리틱] 짝, 혹은 길들여진 사랑 / 문강형준 -<한겨레신문>,2013.6.8



S방속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짝>은 위와 같은 사랑 방식을 가장 잘 보여 줍니다. 자신의 매력과 장점을 얼마만큼 어필하느냐에 따라 출연자들은 무수한 ‘선택’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요.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 보다는 제 3자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전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랑’을 탐색하는 풍토가 ‘사랑’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연애도 스펙이 되어버린 오늘날, 연애=자기계발?!


오늘 날의 연애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청나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요. 우리는 속된 말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을 보면 “능력이 좋다.”라는 말을 표현합니다. 실제로 오늘날 ‘이성친구로부터 인기’의 양은 하나의 ‘스펙’ 혹은 ‘능력’으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연애심리’ 혹은 ‘연애 컨설팅’을 주제로 한 책들은 서점가 자기계발 코너에 꽂혀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결국 ‘연애’ 또한 일종의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는데요.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특별한 ‘기술’을 많은 사람들은 ‘연애 노하우’라고 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상담전문가, 연애 칼럼니스트등의 도움이 우리는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픽업아티스트라는 상식을 뛰어 넘는 ‘연애 전문가’들이 등장하면서 마치 부족한 과목을 보충 수업 하는 것처럼 연애 또한 하나의 상품 혹은 과목으로 전락하게 되었죠.



이택광 교수는 “연애가 자기계발의 연장선상에서 일종의 ‘기술’처럼 여겨지고 이제는 ‘능력의 문제’가 되었다”며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던 연애가 전문가가 특정한 기술로 만들어서 상품화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낭만적인 사랑을 원하세요?’…상품이 된 연애-<경향신문>,2013.8.3



학습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듯, 연애상담 책을 읽고, 연애 상담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는 진짜 길일까요?




미디어가 그리는 연애, 현실의 연애 그 안타까운 간극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자신 또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늘 날 ‘좋은 사람’의 기준이 대부분 ‘경제적 측면’ 혹은 지나친 ‘외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현실적인 경제적 측면의 간극에서 벗어나 선남선녀의 사랑이야기만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그 모습이 ‘사랑의 표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날 우리의 현실이 진정 이러한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을까요?


스펙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을 무렵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떠올랐습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20~30대를 이르는 말이지요. 분명 현실에서는 부족한 스펙으로 ‘사랑’을 포기하고 있지만 미디어와 대중들은 이를 ‘연애 상담’ 혹은 ‘사랑 고민’으로 치부하지는 않습니다. 현실 속에서 사랑이란 완벽한 선남선녀가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현대사회만의 문화지층도 해부의 대상이다. 현대사회의 특징인 미디어는 사랑의 욕구 불만을 더욱 부추긴다. 바로 미디어를 통한 상상력의 제도화인데, 예컨대 현대판 신데렐라 식 드라마는 성을 상품화시킬 뿐 아니라 상상력을 과도하게 부추겨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사랑을 갈망하게 만든다. 결혼 이후 이내 심드렁해지는 권태도 현대사회 문화모델의 결과로 포착된다. 실망감 역시 현대적 특징이라는 것이다.


떠난 사랑에 울지마라… 어차피, 어긋난 ‘거래’인 것을-<국민일보>,20913.6.27




사랑에 서툰 사람들, 원인은 ‘관계맺기’의 어려움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의 사람들은 우리가 꿈꾸는 ‘운명적’ 사랑과는 다소 먼 모습을 보입니다. 오히려 치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사랑’을 이끌어 가지요. 전문가들은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이처럼 하나의 기술로 치부되어 학습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로 개인 중심 사회 현상을 원인으로 듭니다. 형제.자매 없이 혼자 자란 경우가 많은 20~30대는 개인주의적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관계맺기’의 핵심이 연애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는데요.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주로 연애산업의 타깃이 되는 20~30대의 세대적 특성에 주목했다. 이들의 경우 형제나 자매 없이 혼자 자란 경우가 많고, 개인주의적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관계 맺기’의 핵심인 연애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애란 (기존 개인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실현해야 하는 것인데, 이들 세대의 특성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과거보다 연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알려준다는 사설 학원 ‘픽업아티스트’의 등장은 20~30대가 ‘관계맺기’에 서툴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낭만적인 사랑을 원하세요?’…상품이 된 연애-<경향신문>,2013.8.3



연애를 하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해결책으로 내놓는 이유 또한 ‘관계맺기’에 미숙하다보니 자신 스스로 ‘연애’감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상대방에게 매력을 끌 수 있는 ‘이상적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무척 익숙한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어떤 감정보다도 가장 낯설고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더욱더 미디어 속에 비쳐지는 사랑에 열광하고 제 3자를 통해 자신의 상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더 이상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힌 ‘감정’을 쫓으며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현실 속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출처-교보문고]


사회학자 눈으로 들여다본 현대인의 사랑을 말하는 책입니다. 감정의 상품화 혹은 자본화로 변질된 오늘 날의 사랑에 대해 역사 속 변천과정과 사회학적 측면을 통해 고찰하면서 사랑의 본질을 되묻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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