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생활상을 반영하는 ‘추석 선물’ 변천사

2013. 9. 13. 09:30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귀향길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이맘때쯤이면 ‘어떤 선물이 들어올까’ 기대도 되고, ‘어떤 선물을 전할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추석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추석선물이죠. 추석선물도 시대별로 유행을 타고 선호하는 상품이 있다고 하는데요. 신문기사를 통해 시대별 추석선물 그 변천사를 알아보았습니다. 




1950년대 달걀, 찹쌀 건네주고 돼지고기, 토종닭 받아




[출처] 서울신문


6.25 전쟁 이후 경제적인 여유 없이 배고팠던 이 시대에는 먹을거리가 곧 선물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규격화된 추석선물세트가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이웃, 친지들과 정(情)을 나누는 문화는 이때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명절이 되면 달걀 한 꾸러미, 토종닭 한 마리, 돼지고기 두 근 등 식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을 주고받았다고 하네요. 전쟁을 치루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웠던 시기에도 우리 민족의 정(情)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 3백(三白)식품 인기, 설탕이 최고의 선물


요즘 설탕 한 봉지를 선물한다면 받는 사람의 반응이 어떨까요? 현재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선물목록이지만 당시에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제일 인기 있는 상품은 설탕이라 하겠다. 수요도 많아지겠지만 자가 소비용 보다도 선물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기에 설탕은 요즘 선물용으로 포장을 해내고 있다. 큰 선물은 힘겹고 그렇다고 추석 명절을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고 하는 사교적인 면에서 애용되고 있는 이 설탕은 벌써부터 각 백화점의 식품부에서는 들뜬 기분이 감돌고 있다.

설탕 (매일경제 1967.09.13)




[출처] 서울신문


백화점들이 하나 둘 신문에 추석선물에 대한 광고를 내고, 카탈로그를 배포하기 시작한 60년대. 이때 본격적으로 ‘추석선물’이라는 단어가 나타났습니다. 1965년 신세계 백화점이 <추석선물 카탈로그>를 선보이며 설탕, 조미료, 밀가루와 같은 이른바 3백(三白) 식품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1970년대, 다방문화 유행하며 커피세트 불티나게 팔려


경제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70년대에는 국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배고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경공업의 발전으로 선물세트도 크게 달라집니다. 



올해는 과거비누·조미료·설탕 등 생필품 주종의 선물 범위에서 탈피한 느낌. 추석상품세트 중에는 아동의류, 구두, 양장지, 면도기, 모포, 라디오 등도 비교적 잘나가는 품목으로 등장했다. 2천원 매상마다 1장씩 주는 사은권은 1백장 단위로 TV·세탁기옷장·카세트·믹서 등을 더블 보너스로 주어 특히 단체 주문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고있다. 

선물상품 날개돋힌듯 팔려 (매일경제 1978.09.13)



이전에는 먹을거리, 가공식품이 인기 있는 선물이었다면 70년대에 들어서는 공산품과 경공업제품이 인기를 얻게 됩니다. 식생활과 무관한 여성스타킹, 양산, 속옷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선물상품이 각광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출처] 서울신문


그 뿐 아니라 다방문화와 커피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동서식품에서 내놓은 맥스웰커피세트가 다방문화 확산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코피=동서식품판매회사는 대목경기를 맞아 1만개의 코피선물세트를 발행했다. 특히, 동서식품은 이번 세트 발매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원 컵짜리를 새로 개발, 포함시켰는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 

호황의 꿈 추석맞이 상략 (매일경제 1972.09.11)




1980년대 규격화된 선물세트 3000여종 등장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80년대, 전까지 실용적인 선물이 많았다면, 이때부터는 고급적인 패키지 선물이 대세가 됩니다. 명절에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종류도 수천 종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종류만 다양해 진 것이 아닙니다. 단지 물건을 싸는데 그치던 포장이 80년대에는 선물세트를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되어 가격도 상승했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상품권은 발행을 못하게 돼있어 선물용품은 포장하면 볼품이 있는 각종 세트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선물세트 중에는 포장비가 포함돼 낱개로 살 때보다 비싼 사례가 종종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한데 이번 추석에는 많이 시정됐다. 

한가위 보람있고 알뜰하게 (매일경제 1983.09.16)




1990년대 선물의 양극화, 상품권 등장




[출처] 서울신문


80년대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고, 그와 함께 백화점이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백화점의 성장으로 상류층의 소비를 노린 고가의 고급선물세트가 등장했고, 90년대에 들어서는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90년대 초 대형마트가 문을 열면서 실속 있고 저렴한 선물세트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가의 제품은 백화점에서, 중저가의 제품은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하여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할인점들이 올 추석 대목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직원에게 줄 추석선물로 시중가격보다 20~50% 저렴한 할인점을 선호하고 있어 선물세트들이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반 매장에 비해 20~30% 가격이 저렴한 참치 비누 치약세트 건강식품들과 발렌타인 17년산 등 고가선물로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 매장들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백화점과 동일한 제품이 20%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할인점 추석장사 "짭짤" (매일경제 1995.09.07)



한동안 발행이 금지되었던 상품권도 94년부터 재발행되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간편성과 받는 이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성, 편의성이 부각되며 90년대 후반에는 선물의 한 축을 형성했습니다. 





올 추석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주고 싶은 선물로는 상품권이 꼽혔다. 신세계 백화점은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서울지역에 사는 18-50세 소비자 508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상품권(22.7%), 갈비·정육세트(18.5%), 지갑·벨트(13.2%) 등을 꼽았다. (복수응답) 지난해 추석선물 선호도 조사 때 4위였던 상품권이 올해 1위로 올라선 것은 상품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진데다 선택성과 간편성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고 싶은 선물 역시 상품권(32.5%), 갈비·정육세트(31.8%), 건강보조식품(22.3%),과일(20.9%)주류세트(19.1%)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추석선물 「상품권」제일 선호 (경향신문 1995.08.18)




2000년 이후, 추석선물도 웰빙(well-being) 열풍을 타고


2000년대에 들어 사람들의 관심은 ‘여유’나 ‘여가’로 쏠렸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양보다는 질을 따지고, 하나라도 더 건강에 좋은 ‘웰빙’ 열풍이 일어났는데요. 이에 따라 추석선물시장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욕구가 변화면서 이전까지는 선물로 생각되지 않았던 관광상품이나 문화생활 티켓과 같은 이색상품도 등장했습니다.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몸에 좋은 건강식품과 와인, 유기농 식품 등이 인기를 얻었는데요. 요즘은 여가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며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나 다양한 전자기기도 인기선물로 뜨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신문


친환경 과일의 판매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02년 추석 때 친환경 과일 상품을 출시했다. 그뒤 해마다 20∼30%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친환경 과일은 당도가 높다. 

웰빙 바람으로 와인도 지속적으로 팔리고 있다. 와인 판매량은 지난 추석보다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상윤 신세계백화점 와인 바이어는 “저알코올 주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와인이 품격있는 주류의 대표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웰빙’이 뜬다 (서울신문 2006.09.28)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나 경제 환경에 따라 추석선물도 변화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설탕 한 봉지, 달걀 한 꾸러미… 요즘 우리의 선물문화로는 상상이 안가는 선물입니다. 비록 선물의 종류는 다르지만 정(情)을 나누는 문화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일부 기업과 관공서에서는 ‘선물 안주고 안받기’ 캠페인이 실시되기도 했다는데요. 값비싼 선물이 부담되기도 하고, 자칫 뇌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번 명절, 값비싸고 화려한 선물보다는 소소하지만 실용적인 선물로 서로 기분 좋은 선물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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