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0. 09:34ㆍ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곰곰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막 서른에 접어들면서부터 인 것 같습니다. 삶의 중심이 ‘나’를 이루던 철없던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부모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부터 일 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변화는 부모가 되는 동시에 자연히 얻어지는 훈장 같은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숱한 낮과 밤을 고민하며 눈물짓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어진 작은 부상 같은 것이었지요.
엄마가 된 친구들의 크고 작은 희생과 간절한 기도,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을 지켜보며 부모가 된다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듯 서서히 그리고 섬세히 배워가야 할 일생일대의 숙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균형을 이루는 멋진 부부관계나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친구관계, 심지어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 공으로 얻어지는 관계란 결코 없으며, 노력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입니다.
행복한 엄마가 만드는 행복한 아이
<엄마학교>라는 책의 제목을 본 순간부터 강한 이끌림을 느꼈습니다. 수학이나 논술, 영어나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교도 있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는 없으니까요. 엄마학교라는 제목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책의 부제는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학교’입니다. 정말 이러한 과목을 배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등록을 하고 싶어집니다.
<엄마학교>의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좋은 엄마 되는 법을 배우고 익히면 아이의 행복과 성공은 절로 따라온다고요. 그렇습니다. 먼저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겠죠. 불행한 엄마, 늘 우울하고 무기력한 엄마가 아이에게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출처] 교보문고
내 아이를 공부만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는 없을 것입니다. 내 아이가 성격 좋고 착한 아이이기만을 바라는 엄마도 솔직히 말해 적을 것이고요. 공부도 잘 하고, 놀기도 잘 놀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가족과도 화목한, 지·덕·체를 겸비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이 많은 엄마들의 솔직한 바람이겠지요.
<엄마학교>의 저자는 두 자녀 모두를 모든 엄마들이 ‘내 아이가 저렇게 컸으면’하는 모습을 모두 갖춘 청년으로 키웠습니다. 두 아이 모두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인재이자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시민으로, 친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리더로 길러낸 것이지요.
이는 사교육 1번지라는 강남에 살면서도 사교육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신 저자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교육보다 더 좋은 교육을 시켰습니다. 어릴 때엔 원 없이 놀게 하여 아이의 오감을 발달 시켜 주었고, 조금 더 커서는 자신감과 배려심을 키워 주었고, 더 큰 청소년기에는 넓은 세상을 스스로 헤쳐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었습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자극을 준 교육을 한 것입니다. 엄마로부터 간섭이 아닌 지지와 사랑을 받은 아이는 학교에서도, 학교 밖 어디에서도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자의 교육법이 남다른 점은, 엄마 되기 전부터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지’를 마음에 담아 두고 시작한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수학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내가 아이에게 좀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입니다. 이는 결국 아이와 엄마모두를 행복하게 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엄마라는 역할은 그 어떤 역할보다 신성하고 고귀한 역할일 것입니다. 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단지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진 역할로 확장됩니다. 모두가 좋은 엄마 되기를 목표로 노력한다 생각해 보세요. 좋은 엄마를 보며 자라난 아이들이 이 세상을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변화시킬 것인가를요.
마음의 중심을 잡고 지혜로 무장하기
법륜스님은 촌철살인으로도 유명하신 분입니다. 빙빙 돌리는 법 없이 핵심을 콕 찔러 삶의 지혜를 전해주시지요. 스님의 언어는 때론 죽비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충격과 전율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법륜스님의 육아지침서를 읽으며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흔히 자녀 교육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의 조언과 일맥상통한 육아법을 제시했기 때문이지요. 앞서 소개한 <엄마학교>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법륜스님 역시 아이가 행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를 자신의 틀에 가둬두고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어리석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아이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헛된 욕심을 거두라고요.
흥미로운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적당한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자식 사랑에도 때가 있다
세 살 때까지는 헌신적 사랑이, 사춘기에는 지켜봐 주는 사랑이
그리고 성년기에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즉, 부모가 시기에 맞춰 지혜롭게 사랑하는 것이 아이가 행복으로 가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게 법륜스님의 핵심 교육철학이죠. 아이가 어릴 적에는 무조건적으로 헌신하고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고, 사춘기의 아이들은 간섭하고 싶은 마음, 즉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켜봐 주는 게 사랑이고, 성인이 되면 부모가 자기 마음을 억제해서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일절 관여하지 않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법륜스님의 글을 접하며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대에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필요한 것을 제 때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처럼 말이지요.
<본문인용도서>
법륜스님 저, <엄마 수업>, 휴, 2011.10.10
서형숙 저, <엄마 학교>, 큰솔, 200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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