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카파전을 통해 본 포토 저널리즘

2013. 9. 13. 14:02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때로는 열 줄의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생생하게 말해주기도 합니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병사, 굶주려 앙상히 뼈만 남은 아프리카의 아이, 시위를 진압하는 탱크 앞을 맨몸으로 막아선 청년. 역시 모두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되는 사건들입니다. 




[출처] 로버트 카파 전 공식 페이스북


이렇게 현대 저널리즘에서 보도사진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보도에서 기사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포토저널리즘을 샅샅이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로버트 카파 전 공식 페이스북




포토저널리즘이란?


픽토리얼 저널리즘(Pictorial Journalism)이라고도 불리는 사진 저널리즘은 언론의 한 분야로 시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을 사진기술로 표현하는 보도활동을 말합니다. 사진 기술의 발달과 큰 파급력으로 포토저널리즘이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보도사진의 기술적 수준뿐만 아니라 사진에 담긴 시사적 의미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포토저널리즘에서 대표적인 매체로는 미국의 「라이프(LIFE)」지가 있고, 포토저널리즘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이 일 년에 한 번씩 수여됩니다. 




포토저널리즘의 신화 : 로버트 카파




[출처] 로버트 카파 전 공식 페이스북


“포탄이 터지며 지면이 흔들렸다. 사진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라는 후일담처럼 총탄과 핏빛 비명소리가 난무한 전쟁터의 한복판에서도 꿋꿋이 셔터를 누르던 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포토저널리즘의 신화이자 세계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1913~1954)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카파는 다섯 전쟁에 종군하며 라이카 카메라 하나로 생생한 보도사진을 찍어 세계 곳곳에 그 참상을 전달했습니다. 그는 당시 많은 전쟁에 종군했지만 유일하게 한국전에만 오지 않았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탄생 100주년과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시로써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다독다독에서는 로버트 카파전을 통해 포토저널리즘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로버트 카파는 트로츠키의 마지막 대중연설, 스페인 내전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공화군 병사의 모습,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사진, 프랑스가 나치의 지배에서 벗어나자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프랑스 여인이 동네 사람들에게 조리돌림 당하는 사진 등으로 보도사진사에 전설적인 업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전쟁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연민이 공존하는 그의 스틸 샷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로버트 카파 전 공식 페이스북


위 사진 속에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 혹은 연인이었을 한 생명이 속절없이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생과 사의 엇갈림이 절묘하게 드러난 로버트 카파의 대표작 <어느 병사의 죽음>(1936)입니다. 카파가 출세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 사진이지만 보도사진의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진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본질을 해치는 범위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고 하네요.


현대에는 뛰어난 카메라 기술과 다양한 촬영장비로 인해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파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전쟁터에 직접 가지 않고서는 제대로 그 참상을 찍을 도리가 달리 없었겠지요. 그래서 카파는 총탄이 빗발치며 시신이 즐비하게 쓰러져 가는 전선에서 목숨을 담보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 것입니다. 


보도사진은 뉴스가 살아 움직이는 대상이나 순간입니다. 따라서 순간이 지나면 이미 다른 장면이 되어버리므로 찰나라는 프레임 안에 영원을 포착해야 합니다. 로버트 카파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전장 안으로 한 발 짝 더 가까이가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지요. 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취재 정신을 뜻하는 ‘카파이즘’도 여기서 꽃폈습니다.




포토저널리즘의 윤리적 문제





보도사진은 그 신속성과 현장감이라는 속성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면, 취재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어떤 경우 심지어 조작하는 일마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아까 살짝 언급했듯, 로버트 카파마저 이와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고(故)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한강 투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었죠. 사람의 목숨이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을 뿐,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데에 도덕적 비난은 물론, ‘자살 방조’라는 법적 책임까지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보도사진의 생생한 현장감이 과해져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상은 지양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간 자칫 무엇보다 앞서는 인권의 문제가 간과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단락의 텍스트보다 강렬한 사진 한 장의 힘


카파의 작품처럼 보도사진은 그 무엇보다도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입니다. 이처럼 사진은 강력한 이미지 언어로 그 파급력이 실로 대단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사진 역시 촬영 전과 촬영 후에 이미 주관이 개입된다는 사실입니다. 몇 가지 예로 피사체의 선정, 각도, 피사계의 심도 등이 있는데요. 보도사진을 볼 때 이를 의식한다면 사진 속 사건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발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네요. 





 “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찍지 않아요. 사진을 내 의식과 영혼을 담아 표현하고 영상 속에서 시를 발견하려고 하죠.”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나온 남녀 주인공의 대화는 이런 포토저널리즘의 정신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진 촬영 시 어떻게 담아야 제일 실제와 가까워질 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당신은 이미 포토저널리즘의 가치에 스스로 다가서고 계신 겁니다. 진실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자세야말로 포토저널리즘이 언제나 지향해야 할 최선의, 또 최고의 한 컷이 아닐까요?



TIP! 포토저널리즘 이해를 위한 콘텐츠들.


 EXHIBITION

 -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 (~10.28)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개관 : AM10:30~ PM9:00(폐관 30분 전 입장 마감)

    가격 : 성인 12000원, 청소년 8000원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 AM10:30~

     http://www.robertcapa.co.kr

 -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 <라이프 사진전> (9.7~9.8)

    장소: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http://www.seelife.co.kr


 BOOKS

 - <로버트 카파-그는 너무 많은 걸 보았다>, 알렉스 커쇼 저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로버트 카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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