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 기사들의 세가지 특징

2011. 6. 27. 13:2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2011 퓰리처상으로 본 미국 저널리즘 환경 변화

미국 저널리즘의 격동기가 계속된다. 지난 3~4년 사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000명이 넘던 취재・편집 인력을 600명대로 줄였다. 디지털, 스마트 혁명의 파괴력과 무능한 경영이 합쳐진 결과였다. 우수한 저널리즘을 위한 프로젝트(PEJ・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가 발표하는 2011년 뉴스 미디어 보고서(바로가기
)를 보면 전국적으로 미국 신문사는 지난 3~4년 동안 30% 정도 취재 인력을 감축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러한 추세가 2010년을 지나며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온라인 매체들을 중심으로 기자 채용이 증가하는 긍정적 움직임도 있다. 야후(바로가기)
나 아메리칸 온라인(AOL) 등 포털 업체들은 자체 취재 인력을 100명 이상 제법 큰 규모로 보강하기도 한다.


<2011 퓰리처상 공공봉사 부문을 수상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사이트>


저널리즘 흐름을 선도하는 퓰리처상

퓰리처상은 언론인과 학자, 예술가 등 1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사회는 중요한 저널리즘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며, 필요에 따라 수상 규정을 개정해 현실 저널리즘을 선도해 왔다. 예를 들면 1970년대에는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새롭게 각광받던 탐사보도 부문을 신설해 권력을 감시하는 심층 보도를 격려해 왔다. 1980년대에는 공공봉사 부문을 만들어 특히 지방 정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신문의 기능을 장려해 왔다. 그런가 하면 2008년에는 디지털화와 멀티미디어화하는 보도 기법 변화의 추세를 반영해 수상 대상에 신문 뿐 아니라 온라인 뉴스만을 제공하는 매체들도 포함시켰다. 온라인 뉴스를 신문 저널리즘의 연장으로 해석한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온라인 탐사 저널리즘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바로가기)
가 퓰리처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규정 변화의 결과다.

컬럼비아 대학 저널리즘 스쿨은 2010년 12월 다시 한번 퓰리처상 규정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개정의 연장선에서 더 심화된 디지털 혁명을 수용하려는 노력이었다. 개정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는 새롭게 대세를 이루는 멀티미디어적 기사 양식을 장려한다는 내용이다. 2011년 출품 기사의 방향을 제시한 이 발표는 독자의 흥미를 높이고, 해당 기사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기 위해 시도되는 시각 자료나 동영상, 데이터베이스 도구 등이 모두 하나의 기사를 구성하는 다양한 표현 양식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다시 말하면 21세기형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 적합한 우수 기사는 이처럼 다양한 표현 요소를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개정된 규정은 한 기사에 대한 수상 가능 기자 수를 5명으로 크게 늘린 것이다. 과거에는 3명까지만 대상 기자를 인정했다. 이 또한 앞에서 제시한 멀티미디어적 기사 제작 과정을 반영하는 개정 내용이다. 과거 글 중심의 기사 시대에는 취재하고 글 쓰는 기자에 사진기자 정도가 참여하면 됐지만, 이제는 동영상 촬영이나 그래픽 디자인을 통한 시각자료 제시, 그리고 이러한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프로듀서의 역할 등이 디지털 양식의 기사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14개 부문에 총 1,079건 기사 출품

이번 개정에서는 또 참여 기자수가 5명을 넘는 기사는 신문사 이름으로 응모하도록 했다. 개정된 세 번째 규정은 보도사진의 출품을 과거 인쇄사진에서 전자사진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인쇄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 때문에 출품에 어려움을 겪는 작은 신문들을 배려한 내용이다.

2011년 퓰리처상을 겨냥해 출품된 기사는 모두 1,079건이었다. 저널리즘 부문이 14개이니 평균적으로 부문별 80개 이상의 기사가 제출됐다는 뜻이다. 물론 부문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다. 상대적으로 출품 기사가 많은 부문은 탐사보도와 공공봉사, 사설 등의 분야다. 퓰리처상 심사는 전국 각지에서 위촉된 각 분야 에디터들이 진행한다. 출품 기사가 많은 분야는 7명의 심사위원이, 나머지 분야는 5명의 심사위원이 배정된다.

이사회는 심사위원단의 평가 결과를 검토해 수상작을 결정한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때는 14명의 이사가 표결로 수상작을 정한다. 이사회에서는 ‘수상작 없음’을 결정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2011년에는 발생 기사보도 분야에서 수상작이 선정되지 못했다. 퓰리처상은 이렇게 전국의 신문과 통신사 기자들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수상작 선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매체들도 소외시키지 않는 미국 저널리즘 전체의 축제 마당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퓰리처상 해설적 보도 부문을 수상한 밀워키저널 센티널지를 소개한 퓰리처상 사이트>


2011년 퓰리처상 수상 기사들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수상 규정 개정이 선행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가 대폭 보강된 점이다. 퓰리처상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2011년 출품 기사 가운데 33% 정도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디지털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었다. 14개 저널리즘 분야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개 부문 수상 기사들은 데이터베이스나 시각자료 등 디지털 요소를 기사 속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사보도와 해설적 보도, 전국보도(national reporting), 국제보도 등이 그러한 기사들이었다.

2011년 퓰리처상의 두 번째 특징은 온라인 뉴스매체 출품작의 급증이다. 올해 출품된 기사 1,097건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100여 건의 기사는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이 보내온 것들이었다. 이러한 매체의 수는 모두 60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10년에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공동 기획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프로퍼블리카는 올해 전국보도 부문에서 단독으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 번째 특징은 보도의 바탕에 깔려 있는 탐사성과 심층성이다. 탐사보도 부문 수상 기사는 말할 필요도 없고, 국제보도와 공공봉사, 해설적 보도 등의 기사들도 모두 철저한 취재와 심층적인 자료의 제시가 선정 이유로 강조됐다. 특히, 올해 수상한 기사들 가운데 미국 신문 저널리즘의 수준을 대표한다고 판단되는 기사 두 개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공공봉사 부문 수상기사와 해설적 기사를 선택했다. 이유는 이들이 신문과 온라인 저널리즘이 나아갈 방향을 매우 설득력 있게 예시하기 때문이다.


공공봉사 부문 수상작

이 분야에서 올해 퓰리처상을 받은 매체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다. 다른 부문과 달리 이 영역은 수상 대상이 취재기자가 아니라 기사를 게재한 신문사로 돼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올해 이 상을 받은 사실은 의미가 크다. 지난 4년의 인원 감축과 혼란이 정리돼 취재력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상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의 퓰리처상 수상 기사는 2010년 봄부터 시리즈로 게재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 시리즈에 20여 명의 취재 인력과 에디터를 더 투입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를 열어 보면 이 기사가 얼마나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활용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높은 급여가 벨 시를 분노케 한다’는 제목으로 정리돼 있는 이 기사 시리즈는 신문에 게재됐던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온라인 에디션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사실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매우 체계적으로 자료를 제시한다. 각 시의원이 부당하게 챙겨 간 소득의 종류를 기본급에서부터 주택수당, 개발수당 등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해설적 보도 부문 수상작

해설적 보도는 한국 저널리즘에는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해설기사와는 크게 다르다. 접근법은 탐사보도 기사에 가까울 만큼 심층적이고 철저하지만, 이 기사는 부정을 고발하기보다는 복잡한 과학 쟁점이나 새로운 사회현상 등을 치밀하면서도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2011년 퓰리처상의 해설적 보도 부문상은 밀워키저널 센티널지의 기자 5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취재한 대상은 희귀병을 앓는 4세 아이와 그 아이의 질병을 유전자 치료법을 활용해 치료하는 의사들의 노력이었다.

퓰리처위원회는 수상 이유에서 밀워키저널 센티널 기자들이 “유전공학적 치료법을 동원해 신비한 질병으로 생명의 위험을 겪고 있는 아이를 치료하는 엄청난 노력을 명쾌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기사 전달 방식이 중심 내용을 전하는 글과 그래픽, 동영상 그리고 다른 시각 자료를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내용도 수상 이유로 제시돼 있다.

실제로 이 기사 시리즈는 “10억 명에 한 명 발병”이라는 제목으로 세 건의 기사가 왼쪽에 제시돼 있다. 화면 한가운데는 주인공 아이의 얼굴이 크게 비춰지는 동영상이 배치돼 있고, 그 아래로 치료 과정을 담은 동영상 10여 개가 차례대로 제시된다. 글과 영상 등 복합적으로 취재된 기사임을 알게 해 주는 자료들이다. 영상 자료 가운데 뒤쪽에 자리한 4개는 의학 용어 설명을 비롯해 이 아이의 치료 과정에 사용된 의학적 작업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 주는 그래픽 자료들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국 저널리즘의 격동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많은 신문과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극심한 위기를 감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열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도 사실이다. 퓰리처상은 100년을 바라보는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러한 작업을 축하하고 격려해 왔다.

2011년 퓰리처상 수상 기사 속에서 미국 저널리즘의 미래를 본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비즈니스와 정파적 논쟁에만 매몰돼 있는 우리의 저널리즘 수준 향상을 위한 과제도 조금은 더 명료해질 수 있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중 이재경(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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