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사투리가 드라마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

2013. 11. 8. 13:1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흔한 속설 중 하나로 시리즈물은 회를 거듭할수록 원작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속설은 ‘응답하라~’ 시리즈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듯합니다. 작년 겨울 응답하라 시리즈의 원조 격인 ‘응답하라 1997’이 성황리에 막을 내리며, 올 해 가을부터 시즌2 ‘응답하라 1994’가 케이블에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인 ‘응답하라 1997’과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 면에선 서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시간적배경이 ‘1994년’이라는 점, 그리고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 아닌 스무살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향수를 자극하는데요. 그 중 특히 ‘응답하라 1994’가 ‘응답하다 1997’(이하 응사, 응칠) 과 가장 대조적인 설정을 이루는 것은 ‘사투리’입니다. 응칠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경상도 사투리만 존재했다면 응사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하숙생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답게 전국 팔도의 사투리가 찰지게 등장합니다. 이러한 사투리는 응사를 인기반열 위에 올리는데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응답하라 1994의 사투리가 구체적으로 드라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신촌에 모인 팔도 청춘남녀, 응답하라 1994


요즘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는 ‘신촌하숙’에 모인 팔도 남녀의 캠퍼스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경상도에서 올라와 하숙을 운영하는 ‘나정’이네 집에는 전라도 순천의 최초의 오렌지족 ‘해태’, 삼천포의 장국영 ‘삼천포’, 서태지 빠순이 ‘윤진’, 부모님이 충북 괴산에서 가장 큰 양계장을 운영한다는 ‘빙그레’ 그리고 서울 출신 엘리트 야구선수 ‘칠봉이’ 가 오순도순 가족보다도 끈끈한 정을 보이며 살고 있습니다.



과거 ‘응답하라1997’의 기세를 이을까? 전국을 '응사앓이'에 빠뜨리고 있는 '응답하라 1994'의 기세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지난 2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4'는 평균시청률 4.7%, 순간최고시청률은 5.8%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응답하라 1994'는 10~40대 연령층에서 모두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응답하라1994' 시청률 또 갱신 "전국은 응사앓이"-<머니투데이>,2013.11.3



매회 화제가 되고 있는 ‘응답하라1994’의 인기비결은 다양합니다. 각각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에피소드와 과연 ‘나정’이의 남편은 누구인지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태가 인기를 보태고 있지요. 




‘응답하라 1994’의 트레이드마크 ‘사투리’


매회를 거듭할수록 화제가 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 그 중 단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팔도 ‘사투리’입니다. 어딘가 착착 감기는 경상도 사투리부터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순박한 충청도 사투리까지 다양한 억양의 사투리가 난무합니다. 더불어 배우들의 실제 같은 사투리 연기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사실 그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어색한 사투리 연기로 지방 사람들의 질타(?)를 받곤 했는데요. 하지만 응사에서는 절대 통할 수 없는 이야기죠.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위해 해당 지방의 출신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실제보다도 더 실제 같은 혼신의 사투리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촌 하숙’에 모인 팔도청춘들의 서울 상경기를 다룬 만큼 사투리 연기는 이 드라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고아라(성나정 역)는 진주, 정우(쓰레기 역)는 부산, 김성균(삼천포 역)은 대구, 손호준(해태 역)과 바로(빙그레 역)는 광주, 민도희(조윤진 역)는 여수 출신으로, 본토박이 출신 배우들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는 반응이다. 


‘응답하라 1994’, 캐릭터쇼가 가능한 이유는…-<서울신문>,2013.10.25




‘사투리’ 서울사람과 지방 사람의 경계선, 혹은 나만의 아이덴티티


사투리를 사용하는 지방 사람들의 많은 공감대를 얻으며 ‘응답하라 1994’는 종횡무진 인기반열을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투리의 사용이 지방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은 것은 아닙니다. 투리는 ‘낯선’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지방 사람들의 가장 큰 콤플렉스 중 하나인 ‘사투리’는 흔히 말하는 서울 사람들과 가장 큰 차이점을 나타내는 것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서울에 처음 올라온 ‘삼천포’는 첫 에피소드에서 최대한 자신의 경상도 사투리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죠.




▲ ‘응답하라 1994’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삼천포 

[출처-서울신문]


표준어를 사용하는 서울 사람들의 말씨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응답하라 1994’ 캐릭터들에게는 어쩐지 ‘낯설고 정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서울토박이들에게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응사의 캐릭터들이 마냥 신기해보이죠. 어떻게 보면 ‘사투리’는 서울사람과 지방사람 사이의 경계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사투리’는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하나의 교집합 역할을 하기도 하며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사투리’는 지역을 구분하는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지내온 환경과 다른 낯선 환경에 이제 막 들어선 서툰 이십대의 청춘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익숙하지 않은 서울 생활에 캐릭터들이 고단함을 느낄 때면 항상 드라마에는 ‘서울 이곳은’ 이라는 OST가 깔립니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수도권 혹은 서울 사람들의 가슴도 울리는 가사죠.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처음 서울에 올라올 때엔 낯선 서울 환경에 당황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얌체 같던 서울 사람들이 익숙해지고, 많은 인파가 몰려 혼란스러운 서울 도심의 배경에 익숙해지죠. 그들에게 ‘사투리’는 처음엔 서울사람과 자신을 구분 짓는 하나의 경계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차 ‘사투리’는 경계의 벽을 허물고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됩니다.


이처럼 순간순간 낯선 환경에 부딪혀야 하는 우리들에게 ‘응답하라 1994’ 캐릭터들이 타지에서 겪는 좌충우돌 캠퍼스 생활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 같은 나만의 특징들이 처음에는 부끄럽다가도 점차 나만의 특색이 되고 이내 그 낯선 환경에 우리는 익숙해지죠. ‘응답하라 1994’의 ‘사투리’는 캐릭터들이 성장해나가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사투리가 빠지면 어색한 ‘응답하라 시리즈’. 사투리가 전하는 구수한 정겨움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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