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6. 10:44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고 호기심에 호소하며 흥미 주위의 보도를 함으로써 선정주의적 경향을 띠는 저널리즘 형태를 말합니다. 자극적인 사진 혹은 장면을 앞세우거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 제목을 붙여 가십거리의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종종 ‘낚시성 기사’에 비유되는 옐로우 저널리즘은 요 근래에 들어서 새로 생긴 신조어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옐로우 저널리즘은 19세기 말 ‘뉴욕월드’지에 연재 중이던 옐로키드(Yellow Kid)'란 연재만화의 주인공의 이름을 따와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황색신문으로 불리기도 하는 옐로우 저널리즘. 오늘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옐로우 저널리즘이 어떻게 유래되었고,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가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언론인이라면 모두가 존경하는 퓰리처, 옐로우 저널리즘의 시초
언론인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상 중 하나가 바로 퓰리처상임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퓰리처상을 유산으로 남긴 퓰리처와 미국 최대의 언론기업으로 꼽히는 허스트그룹의 창업주 허스트로 인해 옐로우 저널리즘이 생겨났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 할 텐데요.
1890년대 퓰리처의 뉴욕월드와 허스트의 뉴욕저널은 독자 부수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 경쟁을 벌였습니다. 신문은 야한사진과 잔인한 사진으로 매일 도배가 되었고 주말 신문은 만화가 뒤덮었지요. 이때 뉴욕월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 ‘옐로키드’라는 만화였습니다. 이를 질투한 뉴욕저널은 엄청난 금액으로 옐로키드 작가를 데려왔고, 옐로키드를 포기하지 못한 뉴욕월드는 다른 작가를 통해 계속해서 옐로키드를 그려나갔습니다. 결국 양쪽 신문 모두 옐로 키드가 등장하였고 그 후부터 언론의 진정성을 내포하기 보다는 상업적 목적으로 자극적인 기사만을 배포하는 저널리즘을 옐로우 저널리즘, 즉 황색 신문이라 일컫기 시작했습니다.
1890년대 퓰리처의 뉴욕월드와 허스트의 뉴욕저널은 부수를 늘리기 위해 선정성 경쟁을 벌였다. 잔인한 범죄는 대서특필됐고 야한 사진도 거침없이 1면에 실렸다. 일요판은 만화가 뒤덮었다. 노랑 셔츠의 '옐로키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뉴욕월드의 만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허스트는 그 만화가를 스카우트했다. 화가 난 퓰리처는 다른 만화가에게 새로운 옐로키드를 그리게 했다. 결국 두 신문에 동시에 옐로키드가 등장했다. 옐로저널리즘이란 말은 여기서 나왔다
윤창중과 황색신문 <파이낸셜뉴스>,2013.5.16
기자를 기레기로 만드는 기사들
보는 이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낚시성 기사들이 많아지면서, 독자들은 인스턴트 기사를 남발하는 기자들을 ‘기레기’라 지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은 ‘기자+쓰레기’를 합한 신조어인데요. ‘저널리즘 정신’을 가지고 중도(中道)를 정도(正道)로 삼아 기사를 써야할 기자들의 그렇지 못한 행태에 대해 조롱하는 말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증권가 소문의 이야기를 ‘~카더라’ 형식을 빌려 기사를 작성하거나, SNS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사실처럼 기사로 작성해 문제가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또한 이게 과연 기사 제목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실제로 근래 개봉을 앞둔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들 중 여배우의 노출만 앞세워 자극적인 제목을 지은 기사들에 관해 출연 배우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누구를 위한 기사인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영화 ‘소원택시’에 출연한 배우 오인혜가 해명 글을 올린데 이어, 함께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소영이 자신의 SNS를 통해 심경을 표현하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중략)
‘무엇 하나 바라지 않고 열정만으로 가득했었는데…. 성취감. 배우는 그것으로 숨 쉬고 살아갑니다.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네요.’ 라고 덧붙이며 ‘소원택시’와 관련 자극적인 기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심경을 표현했다.
‘소원택시’ 한소영, 자극적인 기사에 심경 글 남겨… ‘상처받는 사람 없었으면’
<서울경제>,2013.10.8
상식 밖을 넘어선 기사들의 행방은 비단 온라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온 가족이 시청하는 정규 뉴스 방송에서 살인사건 영상을 그대로 틀어준다거나, 유명인의 섹스 스캔들에 알몸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이 신문 지면이 실리는 등 우리는 꽤 오랫동안 자극적인 황색신문에 시달려왔습니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TV '주말 뉴스데스크'가 살해 장면을 그대로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2일 인천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당시 상황이 기록된 CCTV 영상을 입수해 공개한 것.
‘뉴스데스크’ 각목 살해장면 방송, 옐로저널리즘의 잣대는? <TVREPORT>,2011.5.16
옐로우 저널리즘 가속화 되는 이유
19세기부터 시작된 옐로우 저널리즘은 요 근래에 들어 더욱더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종이신문이 쇄락하게 되었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 제목을 앞세운 온라인 신문이 보편화되면서 낚시성 기사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대중들은 온라인 뉴스시장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몇몇 기자들은 계속해서 이를 무시한 채 낚시성 기사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는 ‘언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이른바 전통미디어는 경영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한 신생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많은 이들이 언론인을 자처하며 나섰습니다. 언론인의 수가 늘어난 만큼, 기사라 불리는 콘텐츠들 또한 많아졌는데요.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기사 배포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옐로우 저널리즘, 친절한 기사에 눈을 돌려보자
흔히들 낚시성 기사가 남발되는 이유로 과잉 경쟁과 빠른 인터넷 환경을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좋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친절한 기사’를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과거 언론은 정보를 독점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온라인의 발달로 오늘날엔 취재원과 독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제는 언론이 직접 나서서 정보를 분석하고 해설하며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까지 임하게 된 것이지요. 온라인을 통해 일상적으로 온갖 소식을 간편하게 접하게 된 독자들에게 정보 과정의 풍부한 맥락을 언론이 기사로 제공하는 것이 바로 ‘친절한 기사’입니다.
온라인에 맞는 기사 형식이 필요해졌음은 물론, 웹 기반 플랫폼의 강점인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기사 생산의 일부라는 인식이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재호 국민일보 디지털뉴스센터장은 “온라인기사하면 떠오르는 ‘낚시’, ‘선정성’ 등의 이미지가 아닌 독자와 호흡할 수 있는 스토리 기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도식 SBS 뉴미디어부장은 “예전부터 방송기사가 온라인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현재는 아예 확신이 섰다. 온라인에 적합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딱딱했던 기사들이 친절해졌다? <미디어오늘>,2013.9.25
많은 전문가들이 온라인 기사는 일반 지면 기사보다 ‘소프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라는 웹 기반 플랫폼의 강점을 이용하여 스토리 있는 기사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지면신문에서는 쉽게 살펴보기 힘든 ‘취재 뒷이야기’ 라던가 혹은 온라인 상에서만 맴돌던 ‘~카더라’ 이야기를 직접 취재하는 등의 친절한 기사들이 온라인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친절한 기사는 빠른 업데이트에 어울리는 소프트한 내용과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주제로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기사 형식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낚시성 기사보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읽는 이들 또한 다채로운 정보를 얻어갈 수 있지요.
지면신문들 뿐만 아니라 방송사들 또한 자사 뉴스 홈페이지에 이러한 ‘친절한 기사’들을 업데이트하며 새로운 언론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답니다. ‘친절한 기사’처럼 각 미디어 생태에 알맞은 기사 형태가 구축되어 자리 잡는다면 옐로우 저널리즘, 혹은 낚시성 기사의 남발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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