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어디까지 해봤니? 이색 취재 살펴보니

2013. 11. 13. 09:5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서울도 영하로 떨어지며 겨울이 성큼 다가왔는데요. 설악산은 이미 영하 12.2도로 떨어지는 맹추위였다고 해요. 올 겨울은 주기적인 한파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폭설이 내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런데 폭설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죠. 바로 KBS의 박대기 기자인데요.




[출처 - KBS]


2010년 1월 기록적인 폭설 소식을 전달하던 박대기 기자는 어깨와 머리에 눈이 잔뜩 쌓인 상태로 뉴스를 전해 그 추위와 매서움을 직접적으로 전해주었는데요. 이는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며 한동안 재미있는 합성 사진들도 돌아다닐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처럼 기자들은 현장의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직접 체험을 하며 기사를 내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기자들의 이색 체험 취재기를 소개해볼게요.




김장체험부터 이색 직업 체험까지


가장 많은 체험 기사는 아무래도 먹거리 기사일 겁니다. 맛집부터 요리까지 그 체험도 다양한데요. 해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기자들이 직접 종갓집을 찾아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곤 하죠.




[출처 – 농민신문]



이번엔 김칫소를 만들 차례. 먼저 고춧가루로 무채를 빨갛게 물들인 다음에 나머지 재료를 넣는 것이렷다. 총무님은 “역시 이론은 잘 아시네” 하면서도 “그냥 뒤적이지만 말고 요렇게 착착 다져줘야 무채에서 물기가 나와 양념이 쫀득하게 어우러진다”며 시범을 보인다. 이제 배춧잎 사이사이에 김칫소를 넣기만 하면 된다. 그게 뭐 어려울까 싶은데, 어렵다. 자꾸 곁눈질하니 총무님이 또 시범을 보인다. “배춧잎에 김칫소를 척 갖다대고 싹싹 문질러 양념부터 고루 묻힌 다음 손에 남은 무채를 넣는 거예요.” 그간 여러 요리연구가에게 받은 숱한 조리법 원고 어디에도 이렇게 살뜰한 조언은 없었다. 


손수정 기자의 생애 첫 김장 체험기 “글로 배울 땐 어렵던 김장, 직접 담그니 해볼 만한데~” 

(농민신문, 2013-11-11)



기자의 김장 체험은 전문가보다는 초보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김장에 대한 정보를 찾는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단순 정보 나열보다는 같은 초보자라는 눈높이가 독자들의 공감을 사는 거죠.


한편 기자들은 독자들이 체험해보기 힘든 직업을 대리 체험해보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앞두고 전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무렵 MBN에서는 직접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멋진 활공 뒤에는 고된 훈련이 있음을 재조명한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MBN]


일반인은 구토를 하거나 심하면 실신에 이른다는 가속도 내성 훈련과 저압실 훈련 등을 기자가 직접 받는 모습과 그 느낌에 대해 말하며 전투기 조종사 훈련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시청자들에게도 와 닿게 전달하고 있죠.


반드시 시청자나 독자들이 다가갈 수 없는 영역만이 기자들의 체험 대상은 아닙니다. 반대로 누구나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하지 못 하는 체험도 기자들에게는 취재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구걸 체험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하기 힘든 체험이죠.




[출처 - 헤럴드경제]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갑습니다. 유난히 춥다는 올 겨울은 예전 보다 더 빨리 찾아온다고 합니다. 걸인, 노숙인 등 세상 언저리에 선 사람들에겐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지난 3월부터는 구걸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이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를 알고 있는 걸인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으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것입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入冬)을 이틀 앞둔 11월 5일 기자는 걸인의 모습을 하고 명동, 강남, 경찰청 등에서 구걸을 해봤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취재x파일] 기자의 구걸 체험, 타워팰리스에선… (헤럴드경제, 2013-11-06)



이 기사에서 기자는 걸인 체험 취재를 통해 가장 낮은 시선으로 사회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사람들의 경멸로부터 오는 모멸감, 추위, 배고픔, 각박함을 사무치게 느끼는 한편 사람들의 온정 한 조각이 얼마나 따뜻하게 다가오는지 느끼며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구걸을 처벌하는 법이 얼마나 불분명한 기준에서 이루어지는지도 직접 고발하였죠.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면 걸인들조차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이색 체험이었습니다.




취재를 위해서는 목숨도 거는 기자들


더 나아가 오지나 위험한 지역을 스스로 찾아가 그곳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취재하는 건데요. 미국에서는 총 앞에 스스로 몸을 던진 기자까지 나타났다고 하네요.




[출처 - 노컷뉴스]



미국 오클라호마 지역 방송 매체 KFOR-TV 기자 랜스 웨스트는 새로운 경찰 무기 JPX 최루탄 총 실험에 자원했다. 일반 최루탄 스프레이는 바람이 불면 흩날리지만 이 총은 최루탄 성분이 농축된 젤 덩어리가 날아간다. 일반 할라피뇨 최루탄보다 1천배나 강한 성분이라고. 실험 전 웨스트는 미리 안전고글 등을 착용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구급요원들이 대기했다.


신종 최루탄총 '마루타' 된 美기자 눈길 "테이저보다 독해" (노컷뉴스, 2013-11-04)



경찰이 새로 도입하는 최루탄 총을 직접 맞아보고 그 위력을 온몸으로 증명한 건데요. 기자는 최루탄 총을 직접 맞고 1시간동안 눈을 뜨지도,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 했다고 합니다. 화생방훈련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 기사를 보고 오금이 저리신 분도 계시겠네요.


한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땅도 기자들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3 ․ 11 대지진 이후 방사능 공포가 지배하는 후쿠시마 원자로 사고 현장 코앞까지 찾아간 기자들이 있네요.





[출처 - 중앙일보]



태평양 바다가 모두 자기 것인 양 오염수를 내보내고 있으면서도 불안과 걱정에 쌓인 주변국에 대한 사과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어디 오염수 뿐이랴. 후쿠시마는 여전히 방사능의 공포 속에 떨고 있었다. 마을 모습도, 주민들 마음도 치유되지 않고 있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2년 반을 맞아 후쿠시마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원전 주변 반경 약 50㎞ 지점부터 원전 앞 1㎞까지 샅샅이 둘러봤다.


피폭 허용량 110년치 방사능이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중앙일보, 2013-09-26)



계속 안전하다고만 하는 일본 정부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자가 직접 방호복을 입고 후쿠시마 원전 코앞까지 가서 방사능을 측정한 기사인데요. 원전 10km까지 접근하자 기준치의 45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1km 앞까지 접근하자 연간 방사능 피폭 허용치의 110년분에 해당하는 방사능이 일시에 검출되었다고 해요. 후쿠시마가 현재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도 경제적 이익에 의해 일본 내 여론이 어떻게 분열되고 있는지를 눈앞에 보이듯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체험 취재가 보여줄 수 있는 생생함이겠죠.



사실 이색 체험 취재는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기자들을 사지로 몰아세워 논란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장과 이슈에 대한 생생함을 잡아내는 데는 기자들의 체험 취재만 한 것이 없지요. 오늘 다독다독이 소개해드린 이색취재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앞으로 신문을 읽을 때 기자들의 체험 취재기를 찾아서 보신다면 신문 읽기가 더 즐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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