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결핵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살펴본 크리스마스 씰

2013. 12. 24. 09:2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어렸을 때 선물이 받고 싶어서 어떤 착한 일을 해야 되나 고민했던 적이 한 번 쯤 있으실 텐데요. 그래도 어린 시절 빼먹지 않고 했던 착한 일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씰 수집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씰에 대해 알아볼게요.




[출처 - 경기신문]




일제 강점기 신문 기사에 첫 등장한 크리스마스 씰


영국 산업혁명 이후 결핵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질병이었습니다. 덴마크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덴마크 우체국 국장이었던 아이날 홀벨은 결핵에 걸린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우편물에 동전 한 닢짜리 씰을 붙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동전 한 닢이 모여 결핵에 걸린 아이를 구할 큰 기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그는 결국 1904년 세계 최초의 씰을 발행했습니다. 이는 곧 세계 곳곳에서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캐나다 선교사이자 의사인 셔우드 홀에 의해 처음으로 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당시 동아일보를 통해 결핵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한 크리스마스 씰 운동을 소상히 소개하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폐병은 동서양자회를 물론하고 비상히 퍼지게 되어 현재 인류사회에 이병으로 인하야 비참한 운명을 당하는 사람이 멧천 멧만인지 부지긔수입니다. 그리하야 사람의 귀중한 생면을 빼앗는 악마라고도 할 수 잇습니다. 인류의 칠분지일의 사망률은 폐병자이고 그 사망자의 십분지칠, 팔은 18세 내지 35세의 유망한 남녀 청년과 장년들입니다. 이 인류의 대적인 폐병(결핵)의 박멸은 실로 곤난막심합니다. 이것을 박멸하기 위하야 노력한 사업이 즉 필자가 말하고저 하는 크리스마쓰 씰의 유래입니다.


폐결핵 퇴치 운동의 큰 사업 [크리스마스 씰]의 유래 (동아일보, 1932-12-07)




[출처 - 대한결핵협회]


원래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에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그려 넣으려 했으나, 일제 당국의 불허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서울의 상징인 숭례문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한 장에 2전이었다고 하네요.




해방 후 크리스마스 씰의 전성기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셔우드 홀을 도왔던 문창모 박사가 씰을 발행하기도 하고 한국 기독 의사회에서도 발행하기도 했는데요. 크리스마스 씰 판매가 범국민적인 성금 운동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이때부터 대한결핵협회는 매년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해 왔는데요.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씰을 사서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정례화 되었다고 합니다. 1963년에는 영화 관람료에, 1964년에는 고궁 입장료에 크리스마스 씰 요금이 부과됐습니다.



광화문 우체국에서 최급된 금년의 크리스마스 카드 접수율을 보면 매년 상승해 가던 것이 올해는 23일 저녁 7시 현재 18만 6천여 통에 불과하며 24일까지 보아도 30만 통에 미달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작년 취급통수를 보면 무려 70만이었다는 것. 일부 견해에 의하면 그 원인이 공무원들간의 카드 교환을 정부 당국에서 금한데 있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이로 인하여 당초 목표액인 8600만 환이란 크리스마스 씰 판매에도 적지 아니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례없는 크리스마스의 불경기 (동아일보, 1960-12-24)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적 상황으로 서신 교환이 급감하여 크리스마스 씰 모금도 타격을 받았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래도 학교와 군부대에서 꾸준히 구매해 크리스마스 씰은 없으면 아쉬운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출처 - 대한결핵협회]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씰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 1996년까지 9년 간 무려 6번이나 세계 크리스마스 씰 콘테스트에서 1위에 입상할 정도였습니다. 가히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덧 60주년. 손 편지가 사라진 2000년대 크리스마스 씰의 변화


인터넷 혁명으로 손 편지가 사라진 2000년대. 우편을 기반으로 한 크리스마스 씰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부터는 씰에 스티커 방식을 적용해 편지가 아니더라도 붙일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으며, 모바일 씰, 인터넷 씰 등 다양한 씰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대한결핵협회]


도안도 더 친근하게 변했는데요. 2006년 독도 이슈 당시 발매된 I ♥ Dokdo 씰, 2009년 피겨여왕 김연아 크리스마스 씰, 2011년 뽀로로 씰, 2012년 프로야구 마스코트 씰 등이 그 예죠. 


올해는 크리스마스 씰 발행 60주년을 맞이하여 주최측이 60년 동안 발행된 크리스마스 씰 중 역사적 의미가 있고 사랑 받았던 씰 베스트 10을 선발했다고 합니다.




[출처 - 대한결핵협회]


숭례문이 들어간 최초의 씰부터 ‘뽀통령’ 뽀로로 씰 등 ‘베스트 10’으로 선정된 씰과 함께 ‘스타재능 기부’ 씰도 함께 출시가 되었는데요. 올해는 뮤지컬 배우이자 영화배우로 유명한 유준상씨의 재능기부로 씰이 만들어졌습니다.


손 편지가 드물어져 결핵 환자만큼 보기 힘들어진 크리스마스 씰. 올 연말,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씰을 붙인 손 편지 연하장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받는 분도 추억 속의 씰을 받고 기뻐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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