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2013. 12. 23. 13:0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여러분은 무엇이 자신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시나요? 돈, 명예, 자존심, 부모님이나 친구의 충고나 조언… 많은 것들이 떠오르실 텐데요.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을 한 뒤 많은 결론들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의 인문학, 사회과학 연구를 보면 그런 인간상이라는 건 일종의 신화 혹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무엇일까요?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부키)는 우리의 모든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사회에 좀 더 잘 편입되고자 하는 욕구에 지배 받는다는 겁니다.




[출처 - 교보문고]



한 유머 작가는 양심이 ‘누가 보면 어떡해!’라는 내면의 속삭임이라고 농을 풀기도 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을 두 방에 나눠 들어가도록 한 뒤 한 방에는 스크린에 꽃 이미지를, 다른 방에는 사람의 눈 이미지를 띄워 놓는다면 후자의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조깅하는 사람들은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 공중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볼일을 보고 손을 씻는 빈도가 높아진다. “인간의 교류에서 60%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평가하는 일이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적으로 배척당한, ‘인간의 온기’를 거부당한 사람들은 정말로 체온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경향신문 2013-12-21]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고 인정받길 갈망하는 나, 정녕 ‘도덕적 인간’일까



이런 심리실험 결과는 수없이 많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보란 듯이 일부러 낙서를 하는 실험을 해 보았더니, 탑승객의 수가 많을수록 신고가 들어올 확률이 높았다고 하네요. 두 사람이 싸움을 붙었을 때 제3자가 있으면 신체 및 언어폭력이 두 배로 격렬해진다는 연구도 있고요. 람들은 서로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기도 합니다. 일본 코시마 섬의 원숭이들을 보면, 그건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섬의 원숭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한 암컷원숭이가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자 그걸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지, 신기한 일들은 많습니다. 여성들이 배우자의 손을 잡고 있으면 극단적인 추위나 더위를 더 잘 견딜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심지어 5000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km 이내에 사는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확률이 25퍼센트 늘어난다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이 우울해하면 우리의 기분도 가라앉기 쉽다고 하네요.





돈이나 물질로 달콤한 보상을 해 주거나, 강력한 처벌로 통제를 가하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환상에 가깝습니다. 그건 인간을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지만 단지 그때뿐이라고 하네요. 7~11세 아이들을 봉사활동에 보낸 뒤 한 집단은 작은 장난감을 보상으로 주고 다른 집단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더니, 장난감을 받았던 아이들은 44%가 다시 봉사활동을 가고 싶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받지 않은 아이들은 100%가 또 가고 싶다고 했답니다.


또 아이들을 놀이방으로 데려가서 특정 장난감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이때 한 집단은 어길시 크게 혼날 거라는 협박을 했고, 다른 집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단기적으로는 두 집단 모두 비슷하게 규칙을 준수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비슷한 상황에서 두 집단 모두에게 협박을 가하지 않았더니 협박을 받았던 집단은 69%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반면, 그렇지 않은 집단은 29%만 그 장난감에 손을 댔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집단에서 배척당하는 걸 두려워하고 타인과 결속돼 있다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인간이라면, 그걸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책도 있습니다. 바로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알에이치코리아)입니다.




[출처 - 교보문고]



사람들은 또래나 동료 집단에서 소외받지 않기 위해 그들과 동화되려 하고,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 이때 또래집단은 개인의 행동을 좌우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한다. 바로 또래압력이다. 10대들이 음주·흡연 등에 빠져드는 것도 또래압력이 작용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또래압력이야말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말한다. 저자는 청소년 에이즈 확산으로 골치를 앓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실시한 ‘러브라이프’라는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예로 든다. 에이즈가 자기 일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10대들은 다른 소녀들이 콘돔 없이 성관계를 맺자는 남자친구를 왜, 어떻게 차버렸는지를 듣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캠페인은 10대들이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는 삶에 대해 긍정적 소속감을 가지도록 이끌어냈고, 성공했다.


[경향신문 2012-07-21]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범죄의 원인을 연구해 봐도, 범죄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건 바로 친구들이라고 합니다. 범죄전력이 있거나 범죄를 계획하거나 혹은 반사회적 태도를 지닌 친구들이 있을 경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그걸 정반대로 뒤집으면 또래 집단에 긍정적 에너지를 확산시킬 경우 도저히 해결 못할 것으로 보이는 빈곤, 질병, 폭력 등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책은 남아공의 에이즈 퇴치뿐만 아니라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셰비치를 실각시킨 민주화운동 오트포르도 하나의 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간에 민주화운동을 어렵고 공포스럽게만 느꼈던 사람들조차도 오트포르만은 참여하고 싶은 신나고 멋진 운동으로 여기면서 반독재운동이 확산될 수 있었고 결국 독재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보면 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폭발력이 있는지도 새삼 느껴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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