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영양가 가득한 우리집의 영양간식은?

2014.03.05 14:48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침마다 우리 집 현관 앞에 배달되는 물건이 몇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변비가 있는 엄마와 나를 위해 요구르트가, 좀 더 지나서는 아이들의 필수 영양식 우유가, 그 다음엔 아빠를 위한 신선한 녹즙이 배달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변함없이 아침마다 우리 집에 배달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 바닥에는 항상 신문이 펼쳐져 있었다.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엄마지만 이상하게 신문은 펼쳐 읽다가 그대로 둔 채여서 눈에 띄는 기사가 있으면 한 번씩 읽기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 것이다. 처음에 광고나 엄마가 재미있다고 얘기해 주는 기사, 재미있는 한 컷 만화 보기로 시작한 나의 신문 읽기는 조금씩 늘어나서 이제는 신문의 1면부터 차례로 넘기며 훑어보기를 하고, 관심 있는 기사는 자세히 읽어 본다. 그러면서 신문에도 기사별로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안내와 연예계 소식, 공연이나 책 소개 기사가 실리는 문화면은 달달하고 부드러워 마시기 좋은 요구르트 같다. 인터넷에서는 제목을 보고 궁금해서 기사를 클릭해 보면, 제목과는 다른 엉뚱한 얘기가 나와서 낚인 기분이 드는 때가 자주 있다. 그러나 신문의 문화면 기사는 읽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기쁨도 느낄 수 있어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요구르트를 마시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내용이 수두룩한 경제면은 달달한 맛은 없지만 영양가가 많아서 꼭 마셔야 하는 우유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만들고, 나누고, 쓰는 것이 모두 경제이니 경제야말로 우리 생활 그 자체이다. 별 맛이 없는 우유도 자꾸 마시다 보면 우유 특유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면서 읽는 경우가 많지만, 계속해서 읽고 공부하다 보면 경제 이야기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면을 읽을 때마다 왜 이렇게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서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서로 싸우는 게 보기 싫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랏일만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모든 일이 정치라는 것을 6학년 사회 시간에 배우고 난 뒤, 관심을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게 정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자기의 이익을 내세우다 보니 흉한 모습을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싸움을 통해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정치 이야기는 녹즙과 꼭 닮았다. 녹즙은 겉보기에는 푸르죽죽하니 볼썽사납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온갖 채소의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서 보기와는 전혀 다른 건강 음료이니 무시할 수 없다.

 

 

달콤하고 부드러운가 하면 밍밍함 속에 고소한 맛을 담고 있고, 가끔은 볼썽사납게 푸르죽죽하지만 영양가를 듬뿍 담은 신문은 온갖 맛과 양분이 어우러진 종합 영양식이다. 엄마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것을 보이지 않게 다져서 볶음밥을 해 주듯이 내가 좋아할 만한 기사가 실린 신문 면을 거실에 쫙 펼쳐 놓고 내 눈길을 끌어 주었던 엄마 덕분에 나는 매일 신선한 종합 영양식을 즐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신문을 보면 나는 군침이 돌면서 식욕이 돋는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3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중등부 금상 신윤진 님의 '종합 영양식, 신문'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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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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