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뉴스가 되는 신문, 한국에 출범한 ‘허핑턴포스트’

2014. 4. 21. 09:0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브라질, 독일, 마그레브,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캐나다, 미국… 이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본선 진출국 목록이 아닙니다. 2011년 이래 3년간 허핑턴포스트의 글로벌 네크워크에 추가된 나라를 역순으로 나열한 것입니다. 지난 2월 28일, 여기에 한국이 추가되었죠.





출처_http://www.huffingtonpost.kr/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한겨레신문사(이하 한겨레)와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사인 에이오엘(이하 AOL)이 공동 출자해 만든 합작회사입니다. 한겨레는 AOL 산하 허핑턴포스트 본사와 지난 2012년 초부터 한국판 허핑턴포스트 론칭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는데요. 논의 과정에 두 회사의 협상 대표가 서울과 뉴욕을 각각 두 차례씩 오갔고, 화상회의와 전화회의가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경영, 법률, 편집, 기술 등 각 분야의 조율을 위해 수백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았으며 프로젝트 추진에 열을 가했습니다.


이에 앞서 2013년 5월 허핑턴포스트가 일본판을 론칭하며 한국에도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관측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사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소식이 새어나가지 않았는데요. 한겨레는 AOL이 지정한 협상의 우선 대상자로 기밀유지협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안팎으로 정보 보호를 철저히 했습니다. 사내에서조차 프로젝트를 ‘오페라’라는 암호명으로 부를 정도였죠.


허핑턴포스트는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익 모델은 철저히 광고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회 수와 방문자 수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겠죠. 소셜 뉴스와 SNS를적극 활용하고, 활발한 댓글을 유도하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이미지 중심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의견도 기사이며, 더 이상 일방이 아닌 쌍방향의 뉴스 유통 채널을 만드는 것은 초기부터 이어져 오는 철학입니다.



출처_Flickr by C2-MTL



허핑턴 사이트의 3단 템플릿을 보면 블로그와 뉴스, 그리고 SNS상에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소셜 뉴스가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허핑턴포스트가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도 “허핑턴포스트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환기했었는데요. 사이트에서 블로그의 비중이 큰데도 불구하고 블로거에게 원고료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에 “디지털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질문”이라며 “사람들은 언제나 돈을 받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답한바 있습니다.


블로거를 초대할 때에도 고료가 없다는 점에 대해 먼저 밝히고 있으며, 주제나 분량을 따로 정해 청탁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활동은 철저히 블로거의 자유 의지에 맡기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허핑턴포스트의 입장입니다. 한겨레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설립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며 한국의 언론 상황과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원고료 지급 여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허핑턴포스트의 창간 때부터 이어오는 방침이라는 답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잘 알려져 있듯2005년 블로그 사이트로 시작했습니다. 역사가인 아서 슐레진져, 노암 촘스키, 죠셉 스티글리츠 등 학자군을 비롯해 백악관의 연설문 보좌관, 인터뷰를 잘 하지 않은 배우 등 기존의 인쇄매체에서도 자주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거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물론 명사가 아닌 블로거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이 아리아나 허핑턴의 인맥을 통해 합류한 사람들입니다. 참고로 허핑턴포스트는 중앙에서 초대를 해야만 블로그를 개설할 수 있는 폐쇄형으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블로거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죠.


지난해 일본 총리 아베를 만나서도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거로 참여해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아베는 그 이후 두 차례 포스팅을 했고, 그 열정에 힘입어 2005년 창간할 당시 허핑턴포스트는 이미 250여 명의 블로거를 확보했습니다. 기존 언론이 장악하다시피한 온라인 뉴스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허핑턴포스트는 팩트 중심 스트레이트 뉴스가 주류인 뉴스 시장에 ‘의견 뉴스(Opinion News)’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습니다.



출처_ http://www.huffingtonpost.com/



물론 신문사마다 유명 필자를 칼럼니스트로 보유하고 관리하지만 분야별 전문가 250여 명이 포진한 허핑턴포스트의 라인업은 그 자체가 뉴스거리였습니다. 진보 성향의 필진이 쏟아내는 의견은 선거와 맞물려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허핑턴포스트는 단숨에 주목을 받으며 미디어계의 강자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역시 블로거 영입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정치인, 활동가, 법률가, 인테리어 전문가, 카페 운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인사가 200여 명 가까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풍성한 블로그 필진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허핑턴포스트 본사의 평가입니다.


2009년 타임워너에서 분리되어 미디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노리던 AOL은 2011년 허핑턴포스트를 3억 1,500만 달러(약 3,8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때부터 AOL은 본격적으로 변신을 꾀했는데요. 인수 후 잇단 구조조정을 통해 900명을 해고하고 허핑턴포스트를 중심으로 콘텐츠 생산기지를 재편했습니다. AOL이 인수할 당시 이미 방문자 수와 이용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이 뉴욕타임스에 버금가던 허핑턴포스트에도 득이 되는 거래였습니다.


현재 AOL은 구글, 야후, 페이스북과 함께 온라인 광고 시장을 나누어 점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비디오 광고 재생수치를 보면 AOL이 구글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AOL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암스트롱은 그 중심에 허핑턴포스트가 있다고 말합니다. 허핑턴포스트가 보유한 프리미엄 콘텐츠의 중요성에 덧붙여 글로벌 브랜드로의 확장 전략을 통해 폭넓은 이용자층을 개발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비디오 광고 시장에서 AOL이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출처_Flickr by Marisa Vasquez


AOL은 2011년 인수 직후부터 허핑턴포스트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 해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4년 2월 한국까지 추가해 현재 11개 에디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이후에는 인도와 러시아, 호주가 대기 중입니다.


AOL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허핑턴포스트의 CEO 지미 메이만은 허핑턴의 글로벌 제휴 모델은 비용의 측면뿐 아니라 뉴스의 질을 담보하는 데 있어서도 득이라고 말합니다. 경험 있는 현지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밀착형 국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죠.




“허핑턴포스트는 단순한 사업 모델 이상이다.” 메이만은 힘주어 말합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이 그렇듯 허핑턴포스트는 뚜렷한 기업운영 목표와 철학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들여다보라. 서로에 대한 정보와 이해의 부족이 주된 이유다. 허핑턴포스트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기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사실에 기반한 다각도의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유도한다. 버티컬(허핑턴의 세로 메뉴바)마다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안에 대한 판단은 독자 스스로 내리도록 돕는다. 허핑턴포스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는 것이 그 목표와 철학입니다.



출처_ http://www.huffingtonpost.kr/



AOL의 CEO인 팀 암스트롱은 2011년 허핑턴포스트 인수 당시 “1+1이 11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한국이 허핑턴포스트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11번째로 참여하는 나라가 되면서 일단 1+1=11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너지 공식이 AOL의 한국 파트너인 한겨레에도 적용될지 현재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위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4월호에 실린 하수정 한겨레신문사 전략기획실 비서팀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