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사마다 ‘네티즌 반응’이 있는 이유

2014. 4. 22. 09:0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신문 지면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기사를 읽는 것이 익숙한 요즘. 인터넷 기사의 말미에 대부분 볼 수 있는 ‘네티즌 반응’은 언젠가부터 인터넷 기사의 단골 멘트가 됐습니다. 관련 뉴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반응을 엿볼 수 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반응을 진정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냐 하는 거죠.


워낙 자주 봐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되면서도 왜일까 의문이 생기는 네티즌 반응. 많은 네티즌들은 네티즌 반응에 대해 “네티즌 반응 대체 왜 있는 거야?”, “네티즌 반응 진짜 네티즌 반응을 쓴 것일까?”, “네티즌 반응 이젠 지긋지긋하다”와 같은 반응을 남기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 반응’을 검색하면 네티즌 반응을 알려주는 수많은 기사가 나타납니다. 비슷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네티즌의 반응을 기사 제목으로 쓴 기사들부터 네티즌들이 내는 목소리를 기사화 한 기사 등 그 성격도 무척 다양합니다. 인터넷 기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네티즌이기에 네티즌들의 기사에 대한 반응과 목소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사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대부분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목은 다르지만 기사의 내용은 마치 복사라도 한 듯이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라는 거죠. 말미의 네티즌 반응 역시 다른 언론사와 똑같이 쓰여 있는 기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 본문에 있는 네티즌 반응이 '과연 기사의 제목에 쓰일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은 ‘네티즌 반응’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상위에 나온 ‘아이언맨 운동법’에 대한 내용을 옮겨 온 것입니다. 기사의 말미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네티즌들의 반응이 적혀있습니다.





우선 기사의 제목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아이언맨의 운동법에 대해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제목은 저절로 클릭을 이끄는데요. 하지만, 기사를 클릭해보면 왜 굳이 “나도 따라 해볼까?”라고 말하는 네티즌의 반응과 “나도 아이언맨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을 기사에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기사에서 다룰 정도로 중요한 반응인 걸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_Flickr by Highways Agency



이처럼 언젠가부터 ‘네티즌 반응’은 영양가 없는 기사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출처가 분명해 보이지도 않고, 하다못해 진짜 네티즌의 반응을 보고 옮겨온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기사에서 네티즌의 반응은 왜 쓰고 있는 것일까요?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사는 국내에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거대 언론사라 하더라도 광고가 주 수익원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느냐가 광고 효과 측정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데요. 오래전부터 이어지는 이런 시스템은 결국 인터넷 기사의 질을 낮추고 신뢰를 잃게 하는 ‘자승자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요즘 부쩍 늘어난 ‘네티즌 반응’ 역시 이런 시스템이 만든 부작용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출처_Flick by MoneyBlogNewz



최근 인터넷 기사의 형식을 보면 대부분 기사에 핵심 키워드가 하나 있고, 이 키워드가 ‘화제’ 혹은 ‘충격’이라는 단어로 포장되며, 말미에 네티즌 반응으로 끝나는 식입니다. 국내 온라인 매체의 이런 보도 형태에 대해 자극적 단어가 들어간 기사만 보여주는 웹사이트 ‘충격고로케(http://hot.coroke.net/)’를 만든 이준행 개발자는 “언론사의 트래픽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국내 많은 기사들이 검색에 잘 걸리도록 실시간 검색어를 기사 앞이나 뒤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도 한다고 말하는데요.(블로터닷넷, 2014. 03. 28 ‘기자님 네티즌 반응은 왜 쓰나요?’ 참고)


이처럼 네티즌 반응은 일종의 검색 키워드로 쓰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키워드를 뉴스 속에 활용한다 해도 실제 검색에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언론사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은 총 동원해 검색 최적화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네티즌 반응은 이렇게 언론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최근에 생긴 새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인터넷 기사를 작성한다기 보다 검색어를 활용해 기사를 ‘꾸미’는 경우도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네티즌의 반응이 기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기사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네티즌 반응 활용은 실제 클릭으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이런 현상에 대해 국내의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이에 대해 “알고리즘 자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며 “알고리즘 자체는 포털의 핵심 기술이며, 이를 공개할 경우 알고리즘을 역이용한 어뷰징이 더욱 판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기사와 수많은 블로거들의 클릭 유도성 글을 걸러내기 위해 “계속해서 바꾸고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블로터닷넷, 2014. 03. 28 ‘기자님 네티즌 반응은 왜 쓰나요?’ 참고)


대중은 갈수록 흥미와 자극적인 기사와 사건을 원하게 됩니다. 이런 대중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생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사의 생태계도 어떻게 보면 그 노력이 눈물겹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언론의 신뢰성을 잃게 만드는 낚시성 기사는 결국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뉴스 기사와 이용자들간의 거리가 좁아진 만큼 온라인 뉴스의 품격을 스스로 높이려는 노력은 더욱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해당 포스트의 일부 내용은 블로터닷넷 2014. 03. 28 “기자님, ‘네티즌 반응’은 왜 쓰나요?”의 내용을 참고하였으며, 사전 인용 허가를 받았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