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추리소설’의 기준은 누가 정하지?

2014. 5. 9. 09:04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추리소설은 책의 특정 장르 중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보는 장르가 아닐까 합니다. 셜록과 루팡, 푸아로 등 추리소설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들은 마치 실존 인물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추리소설이 낳은 대표적인 탐정들이죠.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와 같이 심장을 조여오는 재미를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시키는 추리소설은 오랜 역사를 갖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마치 추리소설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권의 책을 최소한 들어보셨거나 한 권 이상은 읽어보셨을 텐데요.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추리소설의 고전 명작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고,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그 명성을 증명 하는데요. 그런데, ‘세계 3대 추리소설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으신가요?

 

 

 

 

책이나 음반, 영화는 물론 사람까지도 ‘세계 0대’라는 타이틀이 앞에 붙어 그 대상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하는 세계 3대 추리소설 역시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세 권의 책이라는 점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진짜 탐정보다 우리 주변인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선호하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대표작 <환상의 여인>과 X, Y, Z로 이어지는 비극 시리즈로 유명한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그리고, 추리소설의 여왕이자 지금의 추리소설 방식을 창조해낸 추리소설의 어머니이자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세계 3대 추리소설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입니다. 왜 3대 추리소설이라 불리는지 읽고 나면 이해가 될 정도로 그 이름이 헛되지 않은 소설인데요. 세상의 많고 많은 추리소설 가운데 이 세 권이 꼽힌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출처_YES24


그 이유에 대해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특별한 이유나 선정 기준 등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이런 대답에 실망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는 대회가 개최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추리소설 협회 등에서 이 세 권만을 꼽아 3대 소설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도 아니랍니다. ^^; 아시아 추리소설의 강국인 일본에서 이 세 권의 책을 3대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선정한 적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이 역시도 출처는 불분명하죠. 이렇다 보니 이 세 권의 책이 3대 추리소설에 꼽힌 이유는 더욱 미스터리 하고 궁금증을 더해갑니다.

 


지난 1975년 일본의 주간 요미우리에서 ‘독자 선정 해외 추리소설 베스트 20’

목록에 위 세 권의 책이 상위권에 있어서 그 후부터 세계 3대 추리소설이 됐을 거라는 추측이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쨌든 세계 3대 추리소설이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에 독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독자가 추천하고 구입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선정 되고 오래도록 입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베스트셀러는 서점가의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도 베스트셀러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란 사전적 의미로 일정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서점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많이 팔린 책이 재미있고 유익한 책일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당연히 많이 찾는 책이 좋은 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베스트셀러가 ‘잘 팔릴만한 책’이 아닌 ‘잘 팔리도록 만들어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가치 평가가 아닌 일회성, 일과성을 기준으로 많이 팔릴 수 있는 책을 시장에 출판해야 하는 시장의 논리가 베스트셀러에 적용된다는 점이 베스트셀러의 논란을 가중 시키고 있죠.

  

네이버 베스트셀러검색 결과 화면


거기다 우리나라의 주간 베스트셀러 선정 기준이 판매 부수보다 가중치 점수라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불신을 받는 원인이라 지적하는데요. 전국 주요 오프라인 서점(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영광도서, 계릉문고 등) 8곳과 온라인 서점(예스24,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등) 8곳의 주요 도서 순위를 합산하는 한국출판인회의는 가중치라는 요소를 서점별로 부여해 평가하면서 허점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출판업계의 위기가 찾아오면서 생긴 도서 사재기라는 암묵적인 편법은 베스트셀러가 낳은 새로운 출판업계의 부작용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공산품’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죠. 또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던 책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책 등이 서점가를 잠식하는 모습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게 되면서 책의 내용과 질을 떠나 얼마나 많이 알려졌느냐에 따라 판매로 이어지는 씁쓸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_Flick by TF-urban

 

 

최근의 도서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도서의 양극화입니다. 한 해 신간 발행 종수가 45,000여 종이라고 볼 때 상위 100위 권 도서의 판매가 200만 부를 넘어서는 것만 보더라도 책의 편중 현상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네이버 지식백과, 2012 한국출판연감)


영미권 장르문학 작가 커뮤니티인 코덱스(codex)그룹 대표 피터 힐릭스미스는 “많은 독자들이 책을 구매할 때 이미 그들이 원하는 책을 알고 검색을 통해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가 확장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닌 정보 검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구입할 책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출처_Flickr by unten44


결국 베스트셀러라는 출판 문화의 발달과 유통시장의 확대를 반영하는 자본주의적 현상으로 독서의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게 됩니다.(네이버 지식백과, 문학비평용어사전 ‘베스트셀러’) 그러다 보니 이런 도서 편중 현상을 비롯한 출판업계의 각종 폐해가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책을 찾고자 베스트셀러를 찾는 독자와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출판업계. 이런 현재의 도서 문화 생태계 속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베스트셀러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다 해도 베스트셀러에는 좋은 책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세 권의 책이 출판사의 마케팅 사례일지라도 실제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 극찬을 받는 ‘좋은 책’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결국 진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찾는 독자들의 안목이 중요합니다. ‘정독’이 깊이 있는 독서의 힘이라면 ‘다독’은 좋은 책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줄 것입니다. 한번 읽고 재미 없다는 이유로 책에 실망하지 말고, 스스로 좋은 책을 찾는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출처_이미지비트

 

책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책장에도 읽지 않고 버려진 책이 한 권 정도는 있을 텐데요. 지금 다시 꺼내 천천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발견하지 못한 놀라운 세계가 그 속에 펼쳐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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