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2014. 5. 13. 09:04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이미지 출처_ pixabay by geralt 



‘최초’라는 말을 붙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앞장서서 주도한 것들에 붙이는 자부심의 상징이면서, 많은 사람의 존경 표시가 되죠. 이름의 가치가 올라가니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을 때, 우리는 늘 ‘최초’를 찾죠. 우리나라에도 최초를 가진 베스트셀러, 영화, 창작 그림책이 있답니다. 어떤 부분에서 최초란 이름을 가졌는지 다독다독과 함께 알아보실까요?



 

1954년 발표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에는 "2차 모임은 댄스파티인데 남편은 안 되고 애인 데려오세요."라는 말처럼 당시 사회적인 충격을 던져주는 내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교수의 부인인 오선영이 동창을 통해 명사 부인모임에 끼면서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여성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러한 삶을 살려고 하죠. 남편을 졸라 양품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남편의 제자와 춤바람이 나고, 유부남과 깊은 관계에 빠지는 등 가정이 무너질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아량과 이해로 자신이 그동안 했던 일에 대해 뉘우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죠.


 이미지 출처_ 네이버 영화 포토 자유부인


당시 자유부인에 대한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처음에는 신문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1954년 1월 1일부터 서울신문에서 연재가 시작되어 8월 6일까지 연재가 되었습니다. 연재되는 동안에는 서울신문의 부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연재가 완료되자, 5만 20000부가 한순간에 독자 해지 됐다는 일화가 그 인기를 느끼게 해주네요. 신문 연재 종료 후 단행본으로 간행됐습니다. 간행된 책도 인기가 높아서 우리나라 출판 사상 처음으로 10만 부를 넘겨, 총 14만 부에 가까운 판매를 기록했죠.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의 탄생을 알리는 일이었답니다. 그 후에도 1956년 영화로도 제작되었죠.


인기가 높으면 그에 따른 비난과 격려가 많은 법인데요. 황산덕 서울대 법대 교수의 비난 글이 대학신문에 올라오자 작가는 이에 반박하는 글을 서울신문에 게재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어떤 쪽이 맞느냐를 놓고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됐죠. 대학 교수단과 여성단체는 연재금지를 요구했지만, 문화평론가들은 “기존의 봉건적 질서와 전통적 가치관이 미국 문화의 유입으로 어떻게 붕괴가 되고 사회적 혼란을 낳는지 한국사회의 과도기적 혼란상을 잘 나타냈다.”라는 평을 내렸답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는 영화가 들어왔습니다. 신기하고 매력적이지만, 그 시기부터 일본이 조선과 병합하기 위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죠. 조선 영화인들은 일본에 협력하거나 저항하면서 영화산업을 지속해야 했습니다. 이런 때에 1907년에 설립된 단성사는 단순한 극장의 의미를 넘어 조선인 극장의 대표였죠. 다른 극장에서 조선인을 상대로 한 활동사진 상영에 한정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단성사에서는 일부 극단을 극장 전속으로 두고 운영했습니다. 또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운영자금을 모으고 영화도 제작했죠.


이곳에서 1923년 하야가와 고슈(早川孤舟)가 조선총독부에서 개최한 부업공진회에 맞춰 활동사진 <춘향전>을 제작했습니다. 개봉된 <춘향전>은 많은 조선인 관객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갔죠. 여기에 자극을 받은 단성사의 대표는 1924년에 조선인들만으로 구성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극영화를 제작하게 됩니다. 그 영화가 바로 <장화홍련전>인데요. 조선 효종 때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고대 소설인 <장화홍련전>을 영화화한 최초의 작품이죠.

 

이미지 출처_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 당시 촬영은 연출을 책임졌던 사람들과 영화에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까지 모두 조선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필요한 자본까지도 모두 조선인에게서 나온 자본을 사용했죠. 지금의 고려대 근처에 있는 개운사에서 촬영을 시작했답니다. 무더운 여름 동안 진행된 촬영은 배우들의 분장이 땀에 흘러내리고 사람들이 지쳐가는 등 쉽지 않은 촬영이었죠. 하지만 현장에서 모든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으로 3주 만에 촬영을 마쳤답니다. 그렇게 완성된 필름은 2시간 정도 영사할 수 있는 분량이었죠.


1924년 9월 5일 단성사에서 <장화홍련전>은 개봉했습니다. 기존에 관람료에 다섯 배가 넘는 금액을 관람료로 책정했지만, 관객들이 물밀 듯이 찾아와 하루에 한 번 상영하던 영화를 낮과 밤으로 두 번씩 상영했죠. 서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 힘입어 지방 상영도 이어졌습니다. 지방에는 특정한 극장이 없었기 때문에 순회영사대 형식으로 상영했죠. 서양영화보다 연출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순수한 조선인의 힘으로 고대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영화’라고 할 수 있답니다.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이 열렸었습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에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다양한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었죠. 올림픽의 성공에 많은 사람이 그다음 해에 모르고 지나간 것이 있습니다. 최초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작물이 나왔다는 것인데요. 바로 류재수 씨의 창작 그림책 <백두산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어떤 그림책에서도 쉽사리 느낄 수 없는 가슴 가득히 남는 감동과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시각적인 생동감을 담았는데요. 백두산의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우리 민족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창작그림책입니다.

 

이미지 출처_ 보림출판사


이 책은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나 즐거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삶’ 속에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삶 자체에 가치를 두어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왜곡하거나 둘러서 얘기하지 않고 직접적인 말투를 사용해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단단하지 못한 정체성과 감성의 벽을 허물게 합니다.


책 속의 그림도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하죠. 태양을 움켜쥔 거인의 손, 태양을 활로 쏜 거인 등의 내용만으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내용이지만, 작가는 그림을 통해서 에너지를 전달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_ yes24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전달했다는 사실보다 큰 이유가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그림책은 전집류에 부속물처럼 여겨졌죠. 그래서 하나의 단행본으로 그림책이 나왔다는 것에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의 작품이죠. 단지 국내의 시장을 흔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그림책 부분의 상을 받고 이탈리아에서도 인정을 받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레이션전에서 1990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선정되었답니다.





최근 들어 3D 프린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책에도 적용됐는데요. 바로 미국의 출판사 리버헤드(Riverhead)가 3D 프린터 전문사인 메이커봇(MakerBot)과 손을 잡고 최초의 3D 프린트된 책 덮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책 덮개에 3D 기술이 적용된 책은 2014년 1월 7일에 발매된 재미한국작가 이창래 프린스턴대 교수의 미래주의 소설 <이런 만조에(On Such a Full Sea)>랍니다.


작가인 본인이 미국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주민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높았다고 하네요. 그 주제를 꾸준히 탐구해서 이번 소설을 지었다고 합니다. 책 속의 배경이 현재가 아닌 계급이 분리된 채 사는 가상 미래를 담고 있기에 그것을 표현하고자 3D 프린터로 만든 책 덮개를 시도했죠.

 

이미지 출처_ youtube by makerbot 


디자인은 리버헤드의 아트 디렉터인 헬렌 옌터스(Helen Yentus)와 메이커봇의 디자인팀이 협업했답니다. 책은 노란 바탕에 하얀색 책 표지 제목이 적혀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책의 크기보다 폭이 조금 작은 덮개를 만들었죠. 그래서 책 표지의 글자가 덮개로 이어졌을 때, 점점 높게 솟아올라 보이는 형식으로 프린트되었습니다. 작가인 이창래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지만, 책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시 소개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했죠.


평면으로 이뤄진 일반판 표지와 다른 전혀 다른 디자인과 덮개로 구성된 한정판은 200부 제작되었고, 책마다 저자 사인을 넣었다고 하네요. 특별한 의미의 선물로 ‘최초의 3D 표지 책’을 받는다면, 행복이 몇 배가 되겠죠?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책 표지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기대를 낳습니다.

 

이미지 출처_ youtube by makerbot 




앞에서 제시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는 책과 영화는 모두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의 역할을 합니다. 그런 신호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다가올 변화에 대해서 예상하고 그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문화와 생각을 ‘읽기 문화’를 통해 익히는 것이 중요하겠죠? 다독다독을 읽는 여러분은 매일 ‘읽기 문화’를 실천해 내일을 준비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최초’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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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여강여호2014.05.13 09:24 신고

    최초라는 말에는
    구습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말도 내포되어 있을텐데...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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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강여호님 댓글 감사해요^^
      맞습니다~ 그 시대를 깨야 최초가 될 수 있으니,
      저항을 이겨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기에,
      더 가치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