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2. 09:3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활동을 하며 자주 듣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너무 어려워서 읽다 말았다’는 이야기들입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대화 중 우연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토로를 후배들에게 종종 듣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집니다. 과연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의 대중성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수많은 정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을 뿐더러 정보를 많이 안다고 해서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근 『속도에서 깊이로』(21세기북스)를 출간한 윌리엄 파워스는, 삶을 개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철학적 도구를 ‘자기의 기술’이란 멋진 말로 표현한 미셸 푸코의 말을 인용해,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즉 자신만의 깊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일이 어렵다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명확히 지닐 수 없는 이유는 정보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경지식을 보물창고에 쌓아두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지만, 배경지식은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문이나 잡지, 책, 인터넷, TV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와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때 사고력이 향상되며 더 깊이 있는 내용들을 수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신문과 책을 중심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신문독법
뉴미디어들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면서 신문에 대한 관심도는 많이 줄어든 듯합니다. 실시간 뉴스는 인터넷이 더 빠르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됩니다. 인터넷에는 굵직한 뉴스 외에도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들이 올리는 정보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많은 정보 중에 유용한 정보는 얼마나 될까요? 대체로 볼만한 정보들이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정보의 쏠림 현상도 심해 소수의 유용한 정보들은 마음먹고 찾지 않는 한 쉽게 알아보기 힘듭니다.
양이 많아도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남의 정보에 불과합니다. 이에 반해 신문은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에 아주 좋습니다. 한 가지 정보를 두고도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기 때문에 본질을 꿰뚫을 수 있습니다.
신문읽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설과 칼럼을 주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신문은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문에서 의견은 여러 가지 형태로 제공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설과 칼럼입니다.
사설은 기자의 사견이 아니라 신문사의 견해를 대표합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공적인 의견을 싣기 위해 논설위원실을 두고 작성하게 합니다. 이에 비해 칼럼은 신문의 특정 기고란에 신문사의 내부 또는 외부 필진이 쓴 글입니다. 사설이 주로 객관적으로 검증된 시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면 칼럼엔 주관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칼럼도 신문을 통해 발표되므로 공적인 책임을 집니다.
사설과 칼럼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사와 함께 읽는 것이 좋습니다. 사설과 칼럼의 내용은 대부분 그날 비중 있게 다룬 기사에 대한 신문사의 의견입니다.
기사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객관적인 사실은 무엇인지, 사실과 관련된 인과관계는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설과 칼럼이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논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사설과 칼럼을 읽을 때에는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단락의 주제와 각 단락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주제의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며 읽어야 합니다.
만약 사실을 과장한 비약적인 주장을 하거나 비논리적이거나 감성적인 주장으로 논지를 흐린다면 이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신문읽기를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레 얻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신문마다 견해가 다르므로 논지가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신문 사설과 칼럼을 비교하여 읽는 것이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사실이나 의견만을 반복하여 듣다보면 편견을 갖게 되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합니다.
사설과 칼럼 외에도 심층 분석 기사나 해설 등을 읽어볼 필요가 있으며, 주간지를 구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이 되므로 읽기에 부담이 적으며 한 주 단위로 사회의 주요 문제를 심층적으로 종합․분석하기에 넓은 안목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책부터 차근차근, 비판적으로 읽기
배경지식을 늘리고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책읽기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은 더 말해 무엇할까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독서통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성인의 1년 독서량은 평균 12권 정도입니다.
대략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읽는 것인데, 한 달에 두 권 이상 읽는 이들도 많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지금까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경험을 후세에 물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책은 역사, 철학, 정치와 경제, 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정보를 전달해주고, 다양한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 희로애락과 흥망성쇠를 전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줍니다. 그리고 독자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비판의식을 함께 기를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내용에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정립하다보면 사고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단순한 감상에서 더 나아가 줄거리를 요약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소설이든 역사서든 내용을 정리하면서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 책읽기가 익숙지 않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추천도서나 권장도서보다는 관심이 있는 가벼운 책부터 읽기를 권합니다.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부담스러운 책을 고르면 아무리 이해하기 쉽게 쓰인 철학책이라도 머리에 들어올리 만무합니다. 평소 자신 있었던 분야나 관심도를 이용해 한 권 두 권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깊어집니다.
일단 독서에 대한 흥미가 생겨나면 다른 책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책 열 권을 통독하는 것보다는 한 권을 제대로 정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독이나 속독으로 읽게 되면 지식 습득 외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책을 한 권 읽더라도 생각할 기회를 갖고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해야 사고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도 영상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나친 기술 의존은 인간을 점점 바보로 만들어버릴지 모릅니다. 수많은 정보에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으나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없는 ‘똑똑한 바보(Smart Dumber)’가 되는 것이지요.
헛똑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를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과 책은 이에 가장 적합한 매체입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남기 위해 신문과 책을 잘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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