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1. 11: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영화와 드라마, 스타로 대표되던 한류 열풍이 우리의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맛에 빠져든 외국인들은 오로지 음식 투어를 위해서 방문할 정도로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인들의 관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메뉴 표기법 때문에 불편함과 혼란을 넘어 자칫 한식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주는 메뉴 표기법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출처_ KBS 뉴스 방송 캡처
음식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바로 메뉴판입니다. 음식 이름과 원산지 표시, 가격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기에 어쩌면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메뉴판이 엉터리로 되어 있다면 주문하는 손님의 입장에서 기분이 어떨까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메뉴판으로 인해 황당함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명소만 해도 이런 엉터리 메뉴 표기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것도 있지만, 외국인은 물론 우리들까지도 헷갈리게 만드는 메뉴 이름을 한번 살펴봤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한식 영어 메뉴가 있습니다. 식당 메뉴 ‘육회’의 영어 표현이 적힌 메뉴판을 한 누리꾼이 SNS에 올리며 웃음을 줬는데요. 육회의 영어 표현을 ‘Six Times’라고 한 것이죠. 이런 사례는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곰탕의 경우 ‘Bear Thang’, 칼국수는 ‘Knife-cut Noodle’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돼 있었어요.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메뉴입니다.
출처_ KBS 뉴스 방송 캡처
모든 나라가 그렇듯 그 나라의 정체성과 매력은 음식에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한식(韓食)은 한류의 열풍 속에서 점차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비해 이런 철자 오류법이 너무 많아 자칫 한식의 품격을 떨어질지 모른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만이 아닌 외국의 한식 전문 식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업소마다 표기법이 다르다 보니 한식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음식을 먹으면서 제대로 된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표기법 문제는 단순히 잘못된 표기라는 차원을 넘어 음식의 정체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는데요. 외국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우리 음식을 일본의 음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 식당에서 김치의 경우 ‘kimchi’가 아닌 ‘기무치(kimuchi)’로 쓰여지면서 김치를 일본 음식으로 알고 있다는 사례가 있듯 한식의 표기법은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되자 국내에서는 한식의 표준 번역안을 주요 언어로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국립국어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가 맺은 협약에 따라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된 표준 번역안을 만든 것인데요. 번역 전문가와 각 언어 원어민의 의견을 수렴해 주요 한식 200가지의 3개 국어 표준 번역안을 최근 확정해 배포했습니다.
밥, 죽, 면, 찜, 조림, 구이, 튀김 등 20개 범주로 한식을 나눠 외국인이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음식을 정리한 표준 번역안의 영문 주요 개선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표준 표기법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외식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런 표기법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크게 보도하지 않았고 표준법 개정 초기에만 관심을 갖는 것에 그치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원인입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한 전국의 유명 음식점들 조차도 이런 표기법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었죠.
일본의 경우에는 일찍이 이런 표준안을 마련해 다각적인 홍보가 이루어졌고, 외식업에 종사하는 경영주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 일본의 대표 음식인 ‘스시’가 전 세계 공용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 모두가 한식 표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식 세계화의 첫걸음은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이 표기법을 통일하는데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이름이 정착돼야 세계 어느 곳으로도 나아갈 수 있겠죠. 한식만의 독특한 맛과 이름을 담은 우리의 음식문화 감성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감을 주고 매력을 뽐낼 수 있어야 진정한 세계화를 이끌 것입니다.
※자세한 한식 메뉴 표기법은 한식 세계화 공식 포털 http://www.hansik.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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