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시대일수록 바보가 주목 받는 이유는?

2011. 7. 14. 13:05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애인보다 ‘애인 친구’가 더 이쁘다. 앞에선 애인이 더 예쁘다 말해주지만,
돌아서서 쓰린 속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모 소화제 광고는 생활 속에서 ‘속 쓰리게’하는 다양한 상황을 묘사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더 나은 사람과 사귀고 싶고, 친구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고, 소위 ‘더 잘 나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인들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계산적이 되어야 하고, 조금 더 눈치도 빠르고 똑똑해져야 하겠지요.

이렇게 스마트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오히려 “바보가 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이자 밀리언셀러 작가이기도 한 차동엽 신부인데요. 최근 펴낸 <바보 Zone>을 통해 ‘Stay foolish’ 즉, ‘계속 바보스러워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바보’를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무한 성장동력이라고 할까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래사목연구소를 찾아가 차동엽 신부를 만나보았습니다. 




‘바보처럼 살라’ 권하는 공대출신 신부님

안녕하세요 신부님. 현재 미래사목연구소에서 연구소장으로 계신데요. 본인 소개와 함께 미래사목연구소란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사목(司牧)이라는 말은 기독교로 말하자면 목회,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중생 제도인 셈인데요. 단어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말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신도를 지도해 구원의 길로 이끄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봤을 때의 좁은 의미지요. 하지만 종교의 사회적 기능으로 보자면 그 폭이 넓어집니다. 제가 연구하는 사목은 울타리 밖에 있는 일반인까지 ‘모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포함합니다. 어떻게 보면 신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포함해야 하는 일이니 이중과제가 주어졌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보면 인간의 가치관, 꿈과 비전을 살리는 일. 이것이 사목이라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런 궁리 끝에 나온 것이 <무지개 원리>와 이번에 나온 <바보 Zone>입니다. <무지개 원리>에서 사람들의 꿈을 살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바보 Zone>에서는 인간성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꿈을 찾으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지금의 미래사목연구소를 여실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목이라는 일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는 일은 좀 거창합니다. 문제는 교구장(주교)께서 사목연구장으로 임명은 해 주셨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아무것도 손에 쥐고 있는 게 없더라 이겁니다. (웃음) 참 막막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럴 때 도움을 줬던 사람이 어린 시절 친구입니다. 그 친구와 젊었을 때 약속한 것이 ‘나는 신부가 돼서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고 하니, 그럼 자기는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일을 하겠대요. 그럼 ‘나중에 서로 돕자꾸나’하고 약속을 하고 그 후로는 까맣게 잊고 있었죠.

세월이 지나 제가 사목이 되었을 때 20년 만에 우연하게 연락이 닿았는데, 이 친구가 정말 자기 사업으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친구가 지금 연구소 부지를 사고 건물을 지울 수 있게끔 거금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를 믿었던 건지, 그냥 친구라서 돈을 내준 건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연구소 운영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친구에게 떳떳합니다. (웃음)




신부님께서는 이미 많은 저서를 내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이렇게 많은 책을 내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책을 내실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처음 책을 낼 때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사람은 진리를 장악하고 있을 때 자신감이 생깁니다. 제가 종교인인 만큼 ‘진리’라는 분야에서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웃음) 공대에 비유하자면 32M DRAM급 진리를 확보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책을 쓸 때도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신부라는 것은 목회자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본성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다보니 신학, 철학도 알아야 하고 인문학을 총망라하는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이왕이면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 <무지개 원리>입니다. 다행히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던지 반응이 좋았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글을 쓰는 사람은 진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 분야에 통달하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고독’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쓴다면 치열하게 고독을 느껴보고, 고독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책들은 그런 치열한 결과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글쓰기 능력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 뿐만 아니라 평소에 소통 능력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에요. 즉 ‘사랑’이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쉽게 이야기하세요. 내가 하는 말을 나이 드신 할머니가 못 알아 들으신다면 그 할머니께서 알아들을 만한 쉬운 비유를 들면 됩니다. 역지사지 정신을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들면 쉬운 글이 저절로 나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능력 안에서 최선 다하는 바보의 삶

최근 저서 <바보 Zone>을 보면 ‘바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신부님께서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바보란 무엇인가요? 왜 유독 바보스러움에 대해 강조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그 사람을 칭찬해주고 치켜세워 줌으로써 호의적인 감정을 품게하는 것이고, 반대로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이게 뭐야?’하는 관심을 받는 방법이죠. 물론 책에 ‘당신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써서 상대를 위로해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혁명적인 방법은 아니죠. 칭찬은 개인을 구제할 수는 있지만 사회를 구제하지는 못하니까요. 다수를 구제하고자 할 때는 역설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아시다시피 바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제 의도는 이런 바보의 의미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뒤집어보자는 것이었어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시대를 앞선 사람들은 대부분 바보 취급을 받았어요. 텔레비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컴퓨터가 처음 선보였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어요. 곧 사라질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이 했던 말을 ‘역사상 가장 바보 같은 발언 10가지’라고 묶어놓았어요. 당시에 똑똑했던 그들의 판정이 오히려 틀렸던 것이죠.

이런 경우도 있죠. 옛날 나라가 넘어갈 때 똑똑한 사람은 대부분 변절했어요. 그러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바보라고 놀렸죠.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어디 그렇습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본인 신념을 지킨 그 사람들이 똑똑했던 거예요.

이런 사례들에서 바보의 긍정적인 의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이대로도 괜찮을까?’, ‘내가 생각하는 게 옳은 것일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대로도 괜찮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내 안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서 비전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런 우직함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바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겁니다.



신부님께서는 성공과 행복을 위해 자기계발을 강조하셨는데요. 요즘의 자기계발이란 유독 자격증을 따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성취만이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점에 대해 신부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런 것도 무조건 나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단거리 주법을 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단거리 주법만 익히면 자칫하면 전체 방향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단기적인 성취만으로 보완할 수는 없거든요.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정치적 이념에 비유하자면 무조건 우파인 사람도, 무조건 좌파인 사람도 없습니다. 좌도 우의 성향을 가지고 우도 좌의 성향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요. 결국 눈에 보이는 성취도 중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성취도 중요합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공대 출신입니다. ‘공대 출신이 왜 종교 쪽으로 왔냐?’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그 의문에서 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 저와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무기를 개발하는 방산업체나 연구소에 많이 취직했습니다. 자연과학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을 연구하는 학문에는 ‘가치’라는 것이 덮여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뒤늦게 인생 가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방향성을 던져 주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공대를 나오지 않고 인문학만 공부했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이야기만 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형이하학에서 시작해 형이상학을 공부했으니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긴 셈이죠. 결국 실리와 인문학에 대한 절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보가 아닌 지혜를 가져라, 사색하는 사람들의 성공시대


지난 4월 경찰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회에 초대되어 강의를 했던 적이 있으신데요. 요즘은 여러 매체나 기관에서 책 읽기 문화를 장려하고 있지만, 정착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만큼 독서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로서 독서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독서문화에 대해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고 있고 이런 선진화는 문화와 동반해서 성장해가기 마련입니다. 일본에 갔을 때 지하철에서 하나 같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또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니 미국 사람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꺼내더군요. 선진국 국민들이라서 책을 보느냐, 책을 봐서 선진국이 됐느냐 하는 논란이 아닌 선진화와 독서문화는 보조를 맞춰 같이 성장해 나간다는 말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독서문화는 너무 고급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겉표지가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좋은 종이를 쓰는 것 같은데 이는 장점인 반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외국 같은 경우 재생지를 써서 가볍게 만들지요. 외형보다는 기능을 살려 ‘들고 다니기 좋은 책’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 유럽에서 K-POP이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젊은 친구들이 어른들이 못한 일을 해낸 것 같아요. 굉장히 뿌듯합니다. 이런 한류를 통해서 앞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커지리라 믿어요. 그런데 막상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 보니 사람들이 머리에 든 것은 없고 ‘속 빈 강정’이라는 걸 알면 어떻겠어요? 대단히 실망하겠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e-book이나 태블릿PC보다는 종이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종이책은 여백이 있고, 느림이 있고, 템포 조절이 가능하지요.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는 여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사색이 되지 않는 독서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데 그칠 뿐입니다. 정보만 가진 사람은 지혜를 가질 수 없어요. 앞으로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닌 사색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 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계산 약한 바보들이 큰 일을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쉽고 빠른 길을 두고 우직하게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차동엽 신부. 그의 말을 듣다 보니 과연 일리 있는 ‘바보 예찬’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입니다.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힘든 요즘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참 마음 든든하지 않으세요?


차동엽 신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해군 OCS 72기. 서울 가톨릭대학교,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수학. 1991년 사제 서품. 현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저서 : 무지개 원리, 행복선언, 뿌리 깊은 희망, 통하는 기도, 여기도 물이 있다, 바보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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