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작가가 사회에 던지는 쓴소리

2011. 8. 8. 12:54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지난 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대학생 수가 220만 4,182명으로, 2006년에 비해 1/6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생의 학교 도서관 대출자 수가 지난 2006년 226만 6,740명에서 2010년 1191만 9,451명으로 증가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데요. 더군다나 ‘2010 주요 대학 도서관의 대출 현황’에 따르면 서울 시내 8개 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를 끈 책이 ‘해리포터 시리즈’인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었습니다.

최근 ‘인문학의 멘토’라 불리는 이지성 작가도 이러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를 직접 만나 독서의 중요성, 그 중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지성 작가님.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대표적인 인문도서로 꼽히고 있는데요. 인문도서를 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인문학 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인문학이라는 자체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죠. 출판사와 계약 후 2년 동안 고민을 거듭하다 쓰게 되었는데요. 인문고전을 읽고 제 자신이 그 유익함을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독자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제 책을 읽고 독자들이 인문도서를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게끔 매혹적인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인문고전이 매우 어려운 분야인데요. 왜 인문학을 접해야 하며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요?

잘 사는 선진국 치고 인문학 책을 안 읽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생들 조차도 대출 1순위가 ‘해리포터 시리즈’입니다. 이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죠. 인문고전을 기반으로 모든 교양을 쌓아놓고 그 시대에 부합하는 책들을 읽어야 합니다. 밑바탕 없이 독서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죠.

제가 쓴 책을 읽어보면 여러 참고도서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 아무거나 읽어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것을 먼저 읽어라’라는 식의 순서는 없습니다. 이 분야는 책 한 권으로 통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니까요. 인문고전은 가장 깊고도 어려운 학문입니다. 10년을 공부해도 알까 말까이며, 평생을 공부하는 학자들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인문학입니다. 책 몇 권 읽는다고 인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말이 안되고 책 몇 권을 추천해주면서 ‘이거 읽으면 된다’는 것도 거짓말이에요.

인문학이 밑바탕에 깔린다는 것은 어떤 말씀인가요?

예를 들면 서양의 경우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반드시 '철학'이 들어가 있습니다. 철학을 먼저 배워야 교양을 쌓을 수 있고 향후 책을 읽더라도 본인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름의 주관을 세울 수가 있는거죠.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교육은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독서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직 서양에 비하면 지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후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인문학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더 실용적인 인문학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인문학적으로 약간의 새로운 틈새가 필요하다고 할까요. 기존의 인문학은 대부분 공부를 많이 한 학자들의 주장이나, 어려운 학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책을 읽는 일반 대중이 학자는 아니잖아요? 우리나라 인문학은 너무 이상주의적이라 실학적 관점이 투영된 인문학을 접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실학적 관점에서 인문학을 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욕을 먹었죠.


조선시대에 주자학이 아닌 학문은 천대하는 풍조 속에서도 조선후기에는 실학이 생겼는데, 그런 사람들은 주류사회에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러다가 나라가 기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또 실용학문을 무시하던 사대부 출신들이 경제를 논하게 되는 식이었죠.


인문학은 원래 실용학문입니다. ‘인문학은 실용학문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문고전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실상 인문고전을 읽어보면 그 안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에요. 인문고전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인문학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라고 하는 거죠. 인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자꾸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진 것은 얄팍한 지식인데 이걸 근거로 전체 인문학의 큰 줄기를 논하는 실수를 하고 있는 거죠. 아쉽게도 이 실수를 조절해 줄 수 있는 능력자는 현재 대학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고의 생존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독서'


사람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읽기에 대해서 작가님만의 생각이 있으신가요?

‘현재를 보려면 리모컨을 찾으면 되고, 미래를 보려면 책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미래를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나오겠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다 보면 결국 책 밖에 없다는 답이 나올 겁니다. 독서는 생존입니다. 아마존 밀림에서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존법은 독서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저렴한 도구죠.

한 개인이 대학을 나오기까지는 수억 원의 돈과 16년이라는 시간이 듭니다. 어렵지요. 하지만 성장과 성공을 위한 노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과 가족과 자녀들의 미래까지 담보로 한 격렬한 전쟁입니다. 그래서 저는 샐러리맨들에게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자하라고 답합니다.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그 사고 방식이 변하면 행동도 변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독서는 평범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성장과 성공의 길을 가르쳐주는 것은 책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럼 꼭 필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책을 선별하는 것보다는 실제적인 독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책 등을 읽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뇌에 축적해서 내가 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내가 우리 회사 또는 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보통 저는 1000권~2000권의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또 그것과 별개로 내 업무분야의 전문가가 쓴 책을 최소 200~300권 읽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전부 성장한다는 것은 아니고, 성장과 성공의 길에 한 발짝 다가갈 수는 있다는 겁니다. 제 멘티들 중에 그렇게 성장해서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작가님의 팬카페에 가보면 1년에 365권의 책을 읽는다는 목표를 세워, 그 중에 9명이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1년에 365권> 프로젝트는 제가 논점만 제시해줄 뿐 개인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강요하고 있진 않는데요. <1년 365권> 프로젝트를 완수한 분 중에 한 명은 4년 전에 연봉이 300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억대 연봉을 받았다고 해요. 강남에 굉장히 큰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물질적인 성공은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기부활동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은 3년 전에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사업체가 3개나 되고 직원이 100명이 넘는다고 해요. 또 다른 한 분은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세 아이의 엄마셨습니다. 그런데 9개월 만에 <1년 365권> 프로젝트를 완수했습니다.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후 하루에 2권씩 읽어나갔는데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식사 전에 한 권 보고, 틈틈이 회사에서 읽고, 퇴근하고 아이들 잘 때도 읽었다 합니다. 그 후에 어머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삶의 지향이 뚜렷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독서를 통해 성공을 이룬거죠. 


 



그렇다면 작가님에게 독서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독서는 ‘문화’지만 저에게는 독서가 곧 ‘생존’입니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도 좀 더 위기의식을 가지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초등학생도 <플라톤의 국가>를 읽는데 우리나라는 재벌,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플라톤의 책을 읽은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간 우리나라는 먹고 사는 문제에 너무 집착해서 지적으로 너무 고요하게 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인문학을 높은 수준의 학문으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식주만큼 기본만이라도 익혔으면 해요.

드라마, 영화, 가요 다 좋습니다.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런 것들만 있으면 곤란합니다. 학생들의 절반이 연예인이 장래희망이라는 나라에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만약 나중에 중국과 외교마찰이 생기면 아이돌이 가서 해결할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냉철하고 깊이 있는 사색과 판단력을 갖춘 사람들이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치르는 시험은 보통 사지선다 단답형이지만 경제와 경영, 외교는 단답형이 아닙니다. 바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되는 겁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 책을 내고 희망을 봤는데,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리더들을 많이 만났지만 희망보다는 절망을 주는 사람이 많았어요. 나아가 인문학조차도 하나의 트렌드로 여겨 유행쯤으로 치부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도 많이 느꼈죠. 원래 이런 자리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면 직설적인 화법이 더 와닿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과 함께 신문도 많이 보시나요?

기본적으로 5개의 신문을 읽습니다. 신문 읽기는 독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문화활동’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인간 탄환이라는 우사인 볼트가 한국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한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 모처럼 왔는데, 왜 아직 시내 관광을 나서지 않냐고 물으니 “난 내 미래를 망치고 싶지 않다. 관광은 나중에 할 수 있으니...”라고 답했다네요. 세계 최고도 이렇게 자기 관리를 하는데 보통 일반인들은 책 뿐 아니라 신문도 보지 않고 있습니다. 휴가 갈 시간은 있고 책이나 신문 볼 시간은 없는 걸까요? 현재를 즐기려는 그 열정의 반만이라도 실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며 서민들이 걱정스러운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누군가가 나서서 해주겠지’하고 기대려는 마음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 누군가가 역사에 나타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나서야 하는거죠. 개개인이 변화를 해야 발전이 되는데 술 마시고 TV 보면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면에선 지금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중국보다 오히려 못해요. 중국은 사회지도층이나 리더들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지 모릅니다. 공산주의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서점에 가면 경제 경영 분야 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죠. 한 나라가 부강하다는 척도는 결국 지식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얼마나 깔려있나로 판단할 수 있는데요. 이런 점에서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훨씬 선진국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 초등학생들이 읽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서울 시내 8개 대학 도서관 대출 1위라는 점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비약일 수 있지만 만약 이런 실정이 우리의 미래라면 참 암울한 편이죠.


인터뷰 동안 '독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던 이지성 작가는 현재 팬 카페를 통해 <1년 365권> 책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작한 지 1년 반만에 성공한 사람은 9명 정도인데요.  이지성 작가는 점점 성공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서가 그 사람의 기본 소양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나라 성장의 기반이 될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겠죠.

조금은 격렬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이지성 작가였지만 ‘생존하기 위해 독서를 한다'는 본인의 표현만큼 우리나라 독서인구에 대한 걱정, 나아가 인문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답니다. 여러분들도 이지성 작가의 말처럼 독서 뿐 아니라 모든 생활에 있어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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