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하철역 이름 유래

2014. 6. 2. 09:0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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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든든한 교통수단이 있습니다. 바로 ‘지하철’인데요. 지하철은 이용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역까지 데려다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하철역 이름을 기억했다가 내리죠. 처음 가보는 곳도 지하철역이 있다면, 그 역을 중심으로 가는 노선을 잡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역의 이름이 중요한데요. 각각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지하철역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다독다독과 함께 가시죠.

 

 

 

마을의 어귀나 절의 입구, 그리고 길가에 세워진 얼굴만 있는 나무 기둥을 ‘장승’이라고 합니다. 지역 간의 경계를 나누고 지금의 도로 표지판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되었죠. 이런 장승이 모여 있는 장소를 ‘장승배기’라고 합니다. ‘장승’이란 단어에 순우리말 접사 ‘배기’가 붙어서 만들어졌죠. 이런 장소는 전국에 많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특별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장승배기역’이죠. 2000년 8월 1일 서울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면서 운행되어 올해로 14년의 역사를 가진 역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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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이름이 장승배기가 된 것은 근처에 장승이 세워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 장승에는 사연이 있답니다. 조선 시대 이름난 효자로 알려진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를 그리워하며 현륭원을 자주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에 장승배기 일대를 지나가야 했죠. 당시에는 낮에도 맹수가 나타날 것 같은 울창한 나무숲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한 번 쉬었다가 이동해야 했죠. 숲 속에서 쉬다 보니 고요하고 인적도 없어서 적적했던 정조는 “이곳에 장승을 만들어서 세워라. 하나는 남자 장승으로 천하대장군이라 이름을 붙이고 또 하나는 여자 장승으로 지하여장군으로 하여라."하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후 이곳에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높은 장승이 세워졌답니다. 그래서 이곳을 사람들은 장승배기라고 부르게 됐고, 그 유래를 따서 지하철역의 이름을 붙였죠.

 

 이미지 출처_ 서울신문 2007.7.27


 

 

한동안 많은 여성에게 ‘김수현 앓이’를 하게 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대사 중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이란 조선 욕이 있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왜 하필 ‘버티고개’일까요? 여기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버티고개’는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끝이면서 약수동에서 용산구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와 한남동에서 중구 장충단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통틀어서 부르는 이름이랍니다. 그 외에도 번티고개 • 부어터고개, 약수동 고개, 장충단 고개라고 칭하는 곳이죠. 이 고개가 버티고개라고 불린 것에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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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갯길이 옛날에는 길이 좁고 험해 도둑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둑들을 잡기 위해서 지금의 야간경찰 순회처럼 순라꾼들이 돌면서 치안을 다스렸죠. 그러다가 도둑을 발견하면 “번도(番盜)!”라고 외치며 도둑을 쫓았습니다. 그 ‘번도’라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번티, 버티라고 변했죠. 그래서 그 고개를 버티고개라고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이 고개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 버티고개역이랍니다.

 

 이미지 출처_ 세계일보 2004.12.21

 

 

서울특별시 도봉구에 있는 녹천역은 1호선이 지나갑니다. 이곳은 예로부터 뒤로는 초안산을 앞으로는 중랑천을 끼고 있는 자연과 가까운 지역이었죠. 이곳에 마을이 있었는데, 조선 시대에 중랑천이 범람해서 우이천까지 흘러들어 가는 큰 홍수가 일어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피신했지만, 마을이 모두 없어졌죠.

 

홍수로 마을이 없어진 것에 대해 고심을 하던 마을 촌장은 꿈에서 신선을 만나 내일 정오에 중랑천가에 푸른 사슴 한 마리가 내려와 목욕할 것이니, 제물을 준비해서 바치면 홍수가 해결되리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결국,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정숙한 염 씨 처녀를 사슴에게 시집보내기로 하는데요. 사슴과 처녀가 마을을 떠난 후 마을에 땅은 더 기름져지고 점점 더 번성했습니다. 사람들은 사슴과 떠나던 날 처녀가 흘린 눈물이 마을에 더해져 마을을 도왔다고 생각해 마을 이름을 녹천(鹿川)이라고 바꿨죠.

 

녹천역은 이 마을의 유래를 따와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실제로 그 마을이 있던 장소에 역이 세워졌다고 하네요.

 

 이미지 출처_ 아시아경제 2010.6.22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단지 출•퇴근을 위해서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려면, 관심이 있어야 하죠. 오늘부터라도 자신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의 이름이 왜 생겼는지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주 작은 관심부터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러면 그곳은 지나가는 곳이 아닌 아름다운 보석 같은 공간으로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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