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돈의 상관관계, 당신이라면 어떻게 쓸까?

2011. 7. 13. 14:16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철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질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화제가 됐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계속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철학적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는 학교에서도 철학에 대해 깊이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하지만 철학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비판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중요한 학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런 사고와 비판능력은 철학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신문도 훌륭한 교육매체가 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철학과 인문학을 신문을 통해 배우고, 논술 실력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지난 11일 <조선일보 NIE 강남교육센터>에서 ‘행복에 관한 통합논술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특강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신문 기사와 사진으로 생각하는 힘 키우기

이날 강의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예로 들면서 어떻게 하면 신문활용교육으로 한가지 문제에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내용이었는데요. 현재 ‘동북고등학교’ 교사이자 ‘NIE한국위원회부위원장’ 권영부 강사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철학 • 윤리라는 말만 나와도 어려워하고, 알고 싶어하지 않죠?”라는 말로 강의가 시작됐는데요. 권강사는 이렇게 쉽게 접하기 힘든 철학도 신문을 통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논술 실력도 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논술이라고 하면 보통 ‘자신의 생각을 길게 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요. 사실 논술이란 통합논술이라는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통합논술이란 무엇일까요?

통합논술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시하고, 결과보다는 그 결과가 나온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양한 논제를 포괄적으로 담아 단순 지식이 아닌 교과목 관련 지식과 통합된 글쓰기라고 합니다.

권강사는 “논술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논증적인 글쓰기입니다. 단순히 생각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과 비판적 사고로 사례를 들면서 글을 쓰는 것이 논술이죠”라고 정의하며 글을 잘 쓰는 방법의 답은 신문읽기와 인문학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강의실에 모인 학부모들에게 가정에서 신문읽기만으로도 충분히 논술을 대비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신문으로 생각하는 힘도 키우고 글도 잘 쓰게 할 수 있을까요?

그 하나의 방법으로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행복에 대해 신문 속 기사와 사진들로 정의를 내리며 본격적인 강의는 시작됐습니다. 




행복에 대해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은 돈과 관련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즉, 돈이 많은 부자들은 행복하고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단순히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행복=돈’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타당한 이유를 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는 돈이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그 근거를 신문 속에서 찾아봤는데요. 우리나라가 OECD국가 자살률 1위라는 기사를 예로 들어 IMF 이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는 행복이란 돈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행복에 대한 논술을 쓰면 경제적, 윤리적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행복 자체에 대한 설명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하는 그는 비록 하나의 사례만을 제시했지만, 이처럼 신문과 책을 자주 읽어 다양한 사례를 접한 후 다가가는 논술이 진정한 논술이라고 강조했답니다.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

만약 당신이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방문했을 때 그들을 돕기 위해 우물을 파준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가정해 보면, 과연 당신의 행동으로 그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요?

이처럼 단순히 우물만 파준다면 당장에는 자신과 상대방 모두 행복할 수 있겠죠. 하지만 훗날 우물이 마른다거나 가뭄이 심해져 우물에서 물이 나지 않는다면 그들은 다시 불행해지고, 오히려 당신은 무책임해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권강사는 “우물을 파주는 잠깐의 도움은 오히려 그들에게 의존성만 키워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에 대해 그는 신문에서 찾은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로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적정기술이란 그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영구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이런 적정기술에는 행복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라이프스트로우’를 사용해 흙탕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를 제공한 회사에서는 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남은 수익의 반절을 갖고 나머지 반절은 다시 라이프스트로우를 재생산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 기업의 사회적 봉사활동에는 도덕적인 정신 외에도 자본주의적 정신도 담겨있습니다. 소득창출이라는 시장원리도 필요한 기업으로서 그들은 자선의 대상이 아니라 고객이기도 하죠.

이처럼 그는 회사의 경제적 이익과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통해 서로 행복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 외에도 다른 관점에서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죠.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예, 출처: ecoway의 살림과 살핌>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논증하는 것이 논술의 기본이며, 생각의 폭도 넓혀줄 수 있는데요.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겠죠.

“사실 논술을 잘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준비해야만 나중에 실력이 발휘되는 거죠.”라고 말하는 권강사는 그래서 신문과 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답니다.

무엇보다 한번 읽은 내용을 나만의 자료로 만들고 항상 기억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신문 스크랩은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주제로만 진행됐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겪는 일들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날 강의의 핵심이었습니다.

도덕철학자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대표 저서 <국부론>은 사실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경제서가 도덕적 과정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으세요?

이처럼 세상의 모든 일들은 서로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 예술 등 모든 학문이 인문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죠.

한가지만 잘 아는 사람이 보는 세상과 다양한 지식을 두루두루 아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세상을 보는 시각을 더 넓히고 싶지 않으세요? 그 방법의 중심에는 바로 신문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신문을 읽다보면 신문의 기사들이 모여 다양한 사례로 설명할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우선 자녀들이 신문과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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