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좋아요’에 대한 비난, 슬랙티비즘을 바라보는 시선들

2014. 6. 12. 09:02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하루에도 몇 번씩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에는 이러한 글들이 자주 올라옵니다. 대부분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거나 특정 사회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그런 캠페인 글들이죠.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이런 호소에 좋아요를 눌러봤거나 댓글을 통해 뜨거운 논쟁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여론 환기라는 긍정적 측면을 볼 수 있는 SNS의 이런 캠페인을 보면서 여러분은 그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나요?


 


 

SNS의 특징은 내가 관심을 갖고 알리는 특정 사안이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유명인의 경우에는 그 파급력이 더 큰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 혹은 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이나 각종 이슈에 참여하도록 하는데 있어 SNS의 영향력은 점차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의존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슈에는 수천에서 수만의 사람들이 댓글 등의 반응으로 이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간혹 댓글을 통해 언쟁이 일어나지만, 서로의 의견을 인터넷 공간에서 펼치고 나아갈 점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보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고 참여했더라도 그게 꼭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최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슬랙티비즘(Slacktivism)’인데요. 슬랙티비즘이란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슬래커(Slacker)’와 ‘행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로 소심하고 게으른 저항을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말로만 하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다소 부정적 견해를 가진 용어인데요. 우리가 즐겨 이용하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트위터의 ‘RT’로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이어가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슬랙티비즘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다양한 뜻을 보더라도 얼마나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_ Flickr by DVIDSHUB

 

 

이런 예시만 보더라도 슬랙티비즘은 온라인 공간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이면서도 막상 실질적인 정치, 사회 운동에는 참여하지 않는 누리꾼들을 비꼬는 용어입니다. 이런 활동은 스스로 만족감을 얻는 것 외에는 실제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슬랙티비즘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고 나니 여러분도 느끼는 바가 있으신가요? 이러한 비난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는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실제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출처_ 페이스북

 

 


지난 2012년 한 동영상이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우간다의 반군 리더 코니의 민간인 수천명 학살을 고발한 이 동영상은 게시 6일 만에 조회수가 1억이 넘었고, 반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전세계에 울려 퍼졌습니다. 할리우드의 명사들까지 SNS를 통해 의견을 말하며 더욱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 캠페인을 기획했고 캠페인 실행을 했던 당일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뜨겁게 온라인을 달구며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캠페인 사실을 알리는데도 열정을 보였지만, 실제 거리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는 숫자를 밝히기도 민망할 정도로 적었다고 해요. 이 사건은 SNS에서만 호응하고 실제 행동에는 무관심한 슬랙티비즘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온라인에서 손가락만 놀리는 행위라며 많은 비판이 있기도 했습니다.

 

코니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린 영상 출처_유튜브


코니 사건이라고 불린 이 사건으로 인해 슬랙티비즘이 비판 받은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반군의 리더 코니만을 절대악으로 비추고 우간다를 둘러싼 아프리카 내의 갈등과 부패 등의 문제는 단순화 시켰다는 점이죠. 또한 동영상을 홍보한 ‘Invisible Children’이라는 단체의 기부금 투명성도 문제가 되었고 영상이 확산 되기 이미 몇 년 전 코니는 우간다를 떠나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영상에 대한 신뢰성도 감소했습니다. 여기서 슬랙티비즘의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확인 되지 않은 사실이 자칫 진실인 것처럼 포장돼 전세계 SNS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너무 손쉽게 확산된다는 것도 무비판적인 정보 수용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모여주었습니다.

 

 

 


 

코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에서만 행동하는 온라인 액티비즘과 이런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도 높아졌는데요. 하지만 슬랙티비즘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찬성론도 동시에 등장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찬성론자들은 이슈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지금도 불합리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문제점을 알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고 새롭게 배워갈 수 있다는 사실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찬성론처럼 온라인 액티비즘도 충분히 성공적이고 긍정적인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부금 모금과 탄원 서명 같은 일입니다. 2013년 후드티를 입고 주유소를 나오던 17살 흑인 소년을 수상하게 여긴 동네의 방범대장이 소년을 총으로 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인종차별과 정당방위라는 대립이 거세졌고 가해자인 방범대장은 결국 기소되지 않고 풀려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에 소년의 부모는 ‘Change.org’라는 사이트를 통해 방범대장 조지 짐버만의 기소를 요청하는 페이지를 만들었고 최단 시간, 최대 서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인권운동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건은 재조사 되었고 결국 조지 짐버만은 2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하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으며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 해서 확산되었습니다.)

 

출처_ 유니세프 홈페이지


또한 세계 최대의 구호 단체인 유니세프의 기아 해결을 위한 모금 운동, 독도와 국내의 문제를 알려나가는 반크의 캠페인 이 외에도 수많은 단체의 모금 및 캠페인 운동은 슬랙티비즘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실제 기부가 이루어지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결과를 보였는데요. 이런 사례가 늘면서 슬랙티비즘이란 결코 쓸모 없는 활동만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앞서 코니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온라인 이슈의 문제점은 그 진실과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수가 문제를 제기하니 나도 모르게 그것이 진실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보는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각종 캠페인과 이슈 환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오프라인에서 이어질 때 그에 맞는 계획과 행동을 주체하는 측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죠. 결국은 온라인에서 대중이 학습하며 만든 이슈를 실질적 방법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출처_Flickr by Isengardt


온라인을 통해 모든 활동이 가능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슬랙티비즘이 비난을 받는 이유가 바로 주변에 휘둘리면서 남의 의견을 내 의견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나의 가치와 사고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세상에 관심을 갖고 올바른 정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진실을 알고, 독서를 통해 깊은 사고 능력을 갖는 것. 복잡하고 휩쓸리기 쉬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