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준비하는 신문사들의 요모조모

2014. 6. 18. 11:0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미지 출처_ FIFA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이 시작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목표는 사상 첫 원정 8강행이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8일 최종명단 23명을 조기 발표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은 비공개 훈련을 하는 등 다가온 러시아전에 힘을 쏟고 있죠. 이러한 축구대표팀의 노력에 발맞춰 한국 신문사들도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에 돌입하고 있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브라질 현지에 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해 12월 7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미디어 등록을 받았답니다. 세계 취재기자 및 인터넷 기자 약 4,200명, 사진기자 약 1,000명이 신청했죠. (이하 지상파 3사 제외).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때보다 취재 및 인터넷 기자 약 200명, 사진기자 약 100명이 늘어난 수치랍니다.

 

대한민국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취재기자 55명, 사진기자 20명이 미디어 등록을 했습니다. 애초 FIFA가 한국 취재기자, 사진기자에 할당한 쿼터는 각각 50장, 15장이었죠. 올 초 FIFA는 이 쿼터를 각각 10장, 5장씩 늘렸습니다. 2017년 FIFA 17세 이하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한국 기자들의 국제대회 경험 증진 등을 이유로 FIFA에 요청한 덕분이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가 모기업인 종합편성채널 JTBC와 TV조서, 채널A, MBN을 비롯해 YTN 역시 쿼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_ 위키백과 

 

총 75명의 한국 취재 및 사진 기자들은 FIFA 미디어채널을 통해 개별적으로 대회 신청을 했고, 지난 2월 28일 FIFA로부터 승인 레터를 받았죠. 3월 17일부터 4월 18일까지 FIFA에 48경기에 대한 미디어 티켓 신청을 마쳤고, 지난 5일 미디어 티켓팅 승인 레터를 송신 받았답니다.

 

신문사 유형별로는 종합지 8개(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서울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경제지 2개(매일경제•아시아경제), 스포츠지 6개(스포츠경향•스포츠동아•스포츠서울•스포츠월드•스포츠조선•일간스포츠), 지역지 2개(경인일보•부산일보)랍니다. 이 중 중앙일보(일간스포츠 포함)와 조선일보, 한겨레, 스포츠조선이 가장 많은 3명의 취재 및 사진 기자를 파견하죠. 경향신문과 매일 경제, 스포츠서울이 각각 2명의 기자를 보내고, 나머지 매체는 1명의 기자를 투입하는데요. 총 30명입니다. 대부분 통신사와 인터넷 매체, 잡지, 종편 등이 1~3명의 기자를 보내지만, 연합뉴스는 전체 통틀어 가장 많은 8명의 기자를 보냈죠.

 

 이미지 출처_ flickr by Darren Smith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부터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훈련을 시작했습니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렀고, 30일 최종 전지 훈련지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했죠. 결전지 브라질에는 6월 12일 입성해서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6월 18일 쿠이아바에서 러시아, 23일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알제리, 27일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조별리그 3경기를 갖습니다. 이러한 일정에 맞춰서 한국 신문기자단도 움직이게 되는데요.

 

브라질 월드컵으로 현지로 출장 나온 한국 신문기자단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①미국~브라질 기자단 ②브라질 기자단 ③브라질 외곽조 기자단인데요. 미국~브라질 기자단은 조별리그까지 약 한 달간의 일정을 소화합니다. 약 15명으로 구성되어 30일 축구대표팀과 함께 전지 훈련지 미국 마이애미로 떠났죠. 9일 가나와 평가전을 관전했고, 12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이구아수~쿠이아바~이구아수~포르투알레그리~이구아수~상파울루~인천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게 되죠.

 

이미지 출처_ 연합뉴스 
 

전지훈련은 건너뛰고 브라질만 가는 신문 브라질 기자단은 약 9명입니다. 한국 대표팀의 브라질 입성에 맞춰 6월 9일에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죠. 이후 대표팀 경기가 있는 일정을 따라 이동하면서 취재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외곽조’ 기자단인데요. 이들은 소수정예 6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6월 5일, 7일, 9일, 10일 등 출국했던 날짜가 제각각이었죠. 주로 한국대표팀과 같은 조인 러시아 • 알제리 • 벨기에 취재를 담당합니다. 한국이 상대할 3개국의 전력을 속속 파헤치기 위해서 발로 뛰는 역할이죠.

 

외곽조 기자단은 그 외에도 브라질과 스페인 등 강팀들의 조별리그 경기, 한국이 16강을 진출하면 만날 수 있는 G조 독일, 포르투갈 경기 등을 챙기게 됩니다. 한국대표팀을 전담 마크하는 취재원들과 달리 소수정예 혹은 개인으로 움직여야하는 만큼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역할이랍니다.

 

 이미지 출처_ flickr by IceBone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월드컵 개최지인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한국•일본, 독일은 관광뿐만 아니라 취재도 안전지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최지 브라질은 4년 전 대회가 열린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못지않게 불안하다는 현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답니다. 경기장 건설 현장에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파업과 시위가 계속되며 테러위협까지 나오고 있죠.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브라질은 월드컵을 치를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아마도 인프라 공사가 모두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이미 브라질의 월드컵 준비 상황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고 말할 정도랍니다.

 

한국-러시아의 첫 경기가 열릴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은 여전히 공사 중이고, 12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짓다 지금까지 9명이 목숨을 잃었죠. 공항과 경기장을 연결하는 철도 등 기반시설도 월드컵 전에 완공하지 못해 월드컵이 시작된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이랍니다. 마정설 라이거투어 대표는 “브라질 국내선 요금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스케줄도 눈뜨고 나면 바뀌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자들은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전에는 본인의 스케줄을 리컨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죠.

 

이미지 출처_  한겨레 2013. 11. 28

 

아울러 막대한 월드컵 개최 비용과 물가 폭등으로 브라질에서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답니다.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선 버스 기사들의 파업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기도 했죠. 과격단체 ‘블랙 블록’은 월드컵 기간에 외국 대표팀의 호텔과 버스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브라질 정부는 폭력을 막기 위해 약 1만 명의 군병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 선수 가족과 에이전트 등은 애초 브라질 월드컵 관전을 계획했다가 위험요소를 고려해 취소하기도 했죠.

 

한 프로팀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 선수를 스카우트하러 현지에 갔다. 서울 명동격인 상파울루 시내 번화가 한복판에서 차를 몰고 가다 신호에 걸려 섰는데 권총을 든 강도가 나타났다. 얼굴 쪽으로 웃으면서 권총을 들이대 놀라 지갑과 시계를 던져 줬다”며 “남아공은 우범지역만 조심하면 되지만, 브라질은 안전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없어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혹시나 강도를 만나면 달라는 것을 다 줘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설프게 행동했다간 불상사를 당할 수도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브라질에서 10여년 거주한 한 국내 에이전트도 “브라질에서 3차례 강도와 1차례 납치를 당했다. 길을 걷다 자동차로 납치당해 허허벌판에 내려졌다. 강도가 뒤돌아보면 총으로 쏜다는 말에 양손을 머리에 대고 앞만 보고 걸었다. 한 시간 후 뒤돌아 아무도 없는걸 알고 나서야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죠.

 

이미지 출처_ 세계일보 2014. 5. 23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대리 역시 “브라질은 오히려 남아공보다 더 위험한 국가라고 한다. 남아공의 경우 조직적 범죄 집단 문제가 심했지만, 브라질은 사소한 살인•강도 사건이 굉장히 많은 나라다. 나도 브라질 출장시 현지 뉴스에서 살인 사건 관련 전문 채널을 봤을만큼 위험하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이 대리는 “최근 세월호 참사 후 정부측에서 안전관련 준비 강화가 상당히 높아졌다. 협회도 책임을 통감하고 협회 출입기자단의 안전을 최대한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다”며 “미국 마이애미부터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까지 출장 기자단의 모든 동선을 파악해 유사시 모니터링하려 한다. 사건•실종을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고자 하니 반드시 출장 회사당 개인별로 모든 방문 지역의 여정을 보내달라”고 신신당부했답니다.

 

이미지 출처_ FIFA


그래도 대부분 신문기자들은 두려움보다 ‘축구기자의 꽃’ 월드컵 취재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이 더 크죠. 남아공 월드컵을 취재한 송지훈 일간스포츠 기자는 “주위에서 남아공과 브라질을 모두 다녀 온 분들이 브라질이 훨씬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해준다. 월드컵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축구 이외의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운을 떼면서도 송 기자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남아공 때도 치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월드컵이 시작된 뒤 온 나라가 축구 열기에 휩싸이면서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브라질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은 축구가 해결책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답니다.

 

이미지 출처_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사회 각계에서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세월호 참사 등으로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국격과 자존심을 일으키자는 의견이 많다.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부 부장은 “세계인의 축구 축제에 설렐 시간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 모두가 마음이 무겁다. 아직 실종자를 다 찾지도 못했는데 월드컵에 열광할 때냐는 말도 있다”며 “하지만 언제까지 찢기고 상처난 채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9•11테러와 동일본 대지진 등 엄청난 재난을 만났던 이웃들은 스포츠를 통해 상처를 보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신문도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문기자들은 한국선수들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뛰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고 있답니다. 브라질 현지에서 분주히 움직일 그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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