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8. 09: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4년을 기다린 축구팬들의 축제, 아니 이제는 모든 국민의 축제가 된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지난 13일 개막했습니다. 이제 모든 팀들이 한 경기씩 치른 가운데 16강을 두고 펼칠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선전과 16강을 넘어 다시 한 번 4강 신화를 쓸 수 있도록 여러분도 많은 기대 하고 계시겠죠?
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까지 총 9회, 8회 연속 진출이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록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만큼 아시아 축구의 상징인 자랑스러운 우리나라가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벗어나기까지 많은 역사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역대 월드컵 첫 경기의 발자취를 담아보려 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이 가장 중요하고 긴장 되는 순간인데요. 우리나라는 그동안 첫 경기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다수의 국가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징크스라는 것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월드컵 개최국은 16강 진출이라는 나쁘지 않은 징크스가 있고, 전 대회 우승팀은 개막전에서 부진한다는 징크스처럼 달갑지 않은 징크스도 있습니다. 이런 징크스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경우에 따라서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징크스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우리 대표팀의 징크스는 바로 월드컵 전에 치른 출정식에서 넣은 골의 개수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넣은 골 개수와 같다는 것입니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펼친 분데스리가의 명가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했고, 이어진 월드컵 첫 경기에서 강호 스페인과 2-2로 비겼는데요. 출정식의 2골과 첫 경기의 2골. 여기까지는 그저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을 수 있습니다.
출처_fifa.com
이어서 4년 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펼친 출정식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 첫 경기에서 1-3으로 멕시코에 패했었죠.(출정식 1골, 첫 경기 1골) 그리고 2002년 프랑스와의 출정식에서 2-3 패배, 월드컵 첫 경기에서 2-0으로 승리 했습니다.(출정식 2골, 첫 경기 2골) 2006년에는 보스니아와의 출정식 경기에서 2-0 승리, 월드컵 첫 경기에서 토고에 2-1 승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출정식에서 에콰도르에 2-0 승리를 거뒀고,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그리스에 승리했죠.
이런 징크스가 있어서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이고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지만, 10년 동안 이어온 기록이란 이유로 불안감을 숨길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이 징크스가 드디어 깨지게 되었습니다!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무난한 16강 진출을 예상한 러시아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는데요. 역시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 영원히 이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
한국전쟁의 아픔을 이겨내자는 국민의 염원을 모아 출전한 우리나라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5:1로 누르고 본선에 처음 진출하면서 대표팀은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나도 높기만 했습니다. 국제 무대에 거의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우리나라는 해외 경험도 전무했고,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경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스위스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첫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처_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경향신문, 1977. 7. 29) (좌)
출처_ 정책공감 블로그 (우)
이런 상황 속에서 펼쳐진 당시의 강호 헝가리와의 첫 경기에서 0-9로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습니다. 뼈아픈 기록이지만, 우리나라의 첫 월드컵 공식 기록으로서 월드컵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펼쳐진 터키전에서는 0-7로 패하면서 월드컵을 마치게 됐습니다. 비록 시작은 초라했지만, 위대한 우리의 월드컵 여정은 그렇게 시작했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결과로 국민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1954년 이후 우리나라는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지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절대적 강자였던 우리나라지만 멕시코, 이탈리아, 미국 월드컵을 치르면서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최상의 조편성과 선수들의 능력, 국민들의 기대가 정점에 달하면서 우리의 오랜 월드컵 목표인 첫 승과 16강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며 월드컵은 시작됐습니다.
출처_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경향신문, 1998. 6. 14)
프랑스 월드컵 우리나라의 첫 경기였던 멕시코와의 대결은 우리나라가 경기를 지배하며 순조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반 27분 다소 먼거리였지만 충분히 골을 노려볼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키커는 당시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던 하석주 선수였는데요.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 수비를 맞고 그림처럼 방향이 바뀌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이 골은 우리나라 월드컵 역사상 첫 선취골이었어요. 하지만, 승리에 대한 기대도 잠시 얼마 후 하석주 선수의 백태클에 의한 퇴장 이후 내리 3점을 내주며 1-3 패배를 맛봤습니다. 월드컵의 1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전히 세계의 벽을 실감했던 씁쓸했던 월드컵이었습니다.
놀라운 경제 발전에 힘입어 지난 88올림픽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월드컵이 개최됐습니다. 비록 단일 개최는 아니었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이 가까워지면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었죠. 그렇게 시작된 첫 경기 폴란드와의 경기는 우리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경기였습니다. 바로 월드컵 사상 첫 승리라는 오랜 염원을 이룬 것입니다.
시종일관 폴란드를 압도하며 황선홍 선수의 선취 득점과 후반 유상철 선수의 시원한 중거리슛 골로 1승을 따냈는데요. 이어서 강호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이기며 4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던 2002년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그때의 짜릿함. 이번 월드컵에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출처_ 한겨레(2014. 6. 10)
2002년 이후로 우리나라의 축구가 드디어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습니다.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이천수 등 국내 유명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을 하고 활약하면서 드디어 축구 변방이라는 오명을 벗어났죠. 2002년 감동의 재현을 꿈꾸며 맞이한 2006년 독일 월드컵은 비록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새로운 기록을 또 하나 만들어 냈습니다.
1차전 토고와의 경기에서 0-1로 지고 있던 순간 이천수 선수의 날카로운 프리킥 골과 후반 안정환 선수의 역전 골로 첫 해외 원정 승을 이끌어냈습니다. 다음 경기인 강호 프랑스와 1-1로 비기며 2회 연속 16강 진출의 길이 보였지만, 스위스와 0-2로 패하면서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 슬로건은 ‘즐겨라, 대한민국!’입니다. 사실 월드컵 이전까지 경기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기와는 달리 이번 조별리그에서는 슬로건의 본래 의도대로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브라질 월드컵은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진출한지 60주년이 되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이기에 지금까지 보여줬던 성적 이상의 결과를 기대해보게끔 하는데요. 여러분도 월드컵 기간만큼은 대표팀에게 비난보다는 응원의 한마디를 더 건네며 열심히 응원하며 이 짧은 축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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