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9. 11: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인터넷에 떠도는 악플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껴본 사람이 비단 연예인들뿐일까요? SNS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악성 댓글로 상처 입는 일반인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악플은 누가 다는 걸까요? 필자 역시 한 달에 1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종종 독종 악플러들과 마주치곤 합니다. 초범부터 ‘꾼’들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이상한 놈’부터 ‘정신 나간 놈’까지 악플 내공도 각양각색입니다.
처음에는 상처받고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어떤 때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들어가기가 무섭고 인터넷 매체 자체가 혐오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모니터 너머로 뛰쳐나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악평은 다른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배움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논거 없는 악플들이죠. 어떤 날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뱉어놓고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의 글을 삭제하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아이디 추적을 해서라도 신고할 걸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악플에 익숙해지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자 악플러들은 왜 저렇게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해대는지 그 심리가 궁금해졌습니다.
악플은 비평적인 논조와는 다릅니다.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 욕지거리가 난무하는 댓글, 내용 전체는 안 보고 일부분의 내용만 물고 늘어지면서 강짜를 부리는 댓글,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기는 댓글 등이 바로 전형적인 악플의 특징입니다. 그중에서도 ‘악성 악플러’들은 유독 저질스러운 욕지거리로 도배를 하는 이들을 뜻합니다. 이들 때문에 고통 받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은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실로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들의 심리와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 악플러의 심리적 특징
대부분 충동적이고 공격적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개의치 않으며, 편파적이고 사고 흐름이 일방향입니다. 익명성을 이용해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자신의 공격성을 해소합니다. 가학적이고 관음증적인 기질도 있습니다.
● 악플러의 행동적 특징
자신의 신상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습니다. 논리가 단순하고 심지어 주제나 내용과 연관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댓글을 달며, 습관적으로 욕지거리를 남깁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낮은 자존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식이 풍부하고 고양된 도덕성을 가진 것처럼 우월한 자세를 견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허세로 보이죠. 가면을 쓰고 군자처럼 행세하다가도 치부를 파고들면 시정잡배로 돌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다운 품위를 무시하며, 누군가로부터 받은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꽁꽁 숨겨났다가 복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처_ Flickr by Âtin
● 악플러의 문제점
이들은 글 전체를 읽지 않습니다. 읽어도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죠. 전체 중 일부 내용에만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삶에 대한 불만을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기도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규칙, 사상, 논리에 어긋나는 의견을 참지 못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잘 교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형성된 믿음이나 가치를 수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피해의식과 열등감마저 보입니다. 상대를 흠집 내서 우월적 위치를 선점하려고 하나 이는 숨겨진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죠. 가르치려고 들면서 정작 자기 나쁜 행동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물론 건전한 리플러들도 많습니다. 그들 역시 때로는 비판적이지만 악플러들과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건전한 댓글의 특징
글 내용에 순수한 비평을 가합니다. 내용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방향을 제시하며, 글쓴이의 잘못된 정보를 지적하고 수정해줍니다. 글 내용에 빠진 정보를 보충하고 보완해줍니다. 저자의 오류를 꼼꼼히 지적하곤 하죠. 계몽의식을 가지고 의식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근본적으로 가치 있는 내용을 쓰고자 하며, 표현 방법이 완곡합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글쓴이와 자기 입장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간단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또한 인터넷으로 공개된 글은 작성자의 책임감이 요구되는 반면 댓글에는 책임감이 적다는 점을 이용해 함부로 쏟아놓고 갑니다.
저는 이런 악플러들을 ‘메뚜기 떼’라고 부른다. 많은 악플이 달리면 “어, 메뚜기 떼가 또 나타났네” 합니다. 이들은 일시에 날아들어 모조리 갉아먹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글 쓰는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까지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자기 스스로도 어디로 튈지 몰라 이리저리 날뛰는 이런 악플러들을 미워해야 할지 가여워해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놈의 악플러들이 미운 것은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막상 읽으면 열이 받아서입니다. 악플이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솔직한 내 의견을 감추게 되는 것도 싫고요. 한번은 대량의 악플 공격 플레이를 받고 난 뒤에 글을 썼는데, 내가 봐도 그 글은 악플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중립적인 관점을 넘어 어정쩡한 태도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악플러들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악플러들의 허점을 반격하기 위해 일일이 논리적인 댓글을 달려면 적지 않은 시간적•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악플러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도 참 여러 가지 해봤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다짜고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것도, 상대의 사이트를 찾아서 똑같이 손을 더럽히는 것도, 악을 쓰고 맞붙는 방식도 결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다양한 경험의 결과 저는 ‘긍휼’이라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들을 가엾게 여기고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자는 것인데요. 필자가 나쁜 점만 지적해서 그렇지, 사실 악플에도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악성 댓글에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글쓰기에 좀더 신중해진다는 점이죠. 비판에도 내성이 생깁니다. 비유하자면 독감예방주사와 비슷한 이치입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강인한 정신을 잃지 않게 된다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와 전혀 다른 입장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도 됩니다.
저는 대부분의 악플에 완곡한 댓글을 다는 편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제대로 받아치지 못해서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도 그들을 향해 악플 충동을 느끼곤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이 문장을 생각합니다.
또 하나, 지금까지 악플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기술했으나, 때로는 악플 당하는 사람이 더 문제일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문제성 짙거나 논란거리가 많은 글은 악플이 달릴 수밖에 없죠. 비단 글뿐일까요? 일부 유명인들을 포함해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을 때도 어김없이 악플러들이 냄새 맡고 찾아듭니다. 즉, 악플러들을 미워하기 전에 악플을 불러오는 언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조문헌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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