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3. 11: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이미지 출처_ deviantart by by peterbru★
우리 주변에는 어색하게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가 종종 눈에 보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서 모르고 있다가 아는 경우에도 고치지 않고 쓰는 모습도 보이죠.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라 고친 문장과 단어가 이전보다 더 어색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로 작성될 때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기사 속에서 어색하게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를 찾아봤죠.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시죠.
기사를 쓸 때 간결한 표현은 늘 강조됩니다. 이 결과 기사는 속도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얻죠. 덩달아 전달력도 높아집니다. 지면이 적고 방송 시간이 짧은 시절, 간결하게 쓰기는 더욱 중요한 항목이었죠. 필요한 표현만 군더더기 없이 하라는 차원을 넘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가능한 한 줄여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감이 좋지 않아도 ‘동원하기로’라는 ‘동원키로’로 줄여서 쓰는 예가 허다했죠.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것이 선배에게서 후배에게로 이어지자 간결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명사로 끝나는 문장도 나왔습니다. 일상에서는 낯설지만, 기사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됐죠. 시간이나 장소, 행사, 화제를 강조할 때 기사 문장은 때때로 명사로 끝납니다.
이렇게 명사로 끝난 문장은 간결하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더합니다. ‘새벽’이라는 시간대, ‘팔렉스포 전시장’이라는 장소, ‘홈경기’라는 행사, ‘마이너스 손’이라는 화제가 강조되는 효과가 생기죠. 기사 전체에 속도와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이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이 됐다. 17일 새벽 시신 4구가 안치된 전남 목포한국병원은 온통 울음바다였다.”라면, 앞의 문장처럼 눈에 한 번에 들어오고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들어오지 않죠.
이미지 출처_ 위키백과
다음 문장들에서는 간결하게 쓰는 것에 대해 확대하여 해석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앞뒤가 끊어진 느낌을 주죠. 별다른 효과가 없어서 단순히 글자 수를 줄이는 차원에 머물렀습니다. ‘이다’를 생략하는 것인데, 신문기사 문장에서 주로 보입니다.
위 기사 문장들은 ‘것’이나 ‘때문’, ‘승리’라는 명사로 굳이 끝낼 이유가 없습니다. 강조하기 위한 것도 화제를 제시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죠. ㉥과 ㉦에서는 ‘때문’과 ‘승리’로 단락이 끝나는데요. 뚜렷한 이유 없이 명사로 문장과 단락을 마치다 보니 읽는 사람에게 딱딱함과 어색함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글자 수를 줄이는 데는 이바지했을지 몰라도, 자연스러움은 잃게 된 것이죠. 이렇게 되면 다음 문장이나 단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에서는 ‘것’ 대신 ‘않게 했다’로 마쳐도 좋았죠. ‘것이다.’라고 ‘이다’를 붙여도 괜찮았고요. ‘㉥은 ‘때문이다’, ㉦은 ‘승리였다.’라고 해도 늘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_ flickr by Garry Knight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간호사’는 한동안 ‘간호원’이라 불렸습니다. 더 이전엔 ‘간호부’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죠. 1987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간호사’가 됐는데요. ‘의사’의 ‘사’와 같은 ‘사’자가 붙은 것입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호칭 변경을 바라던 ‘간호원’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였죠. 전문직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가 컸답니다. “의사 선생님” 하듯이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시대가 됐죠. 말이 특정 집단의 사회적 자격을 인정받게 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사’는 ‘스승 사(師)’ 자를 씁니다. 의사와 간호사에 스승처럼 환자를 도와주고 이끌어 준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여기서 ‘사’는 전문가의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 ‘전문가’란 의미가 간호사의 가치를 다르게 했답니다.
이미지 출처_ 위키백과
그럼 간호사 외에도 ‘사’가 붙는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영양사, 설계사 등 다양한 직업이 있는데요. 이 직업들에 붙은 ‘사’는 의사나 간호사에서 와는 달리 ‘선비 사(士)’를 씁니다. 과거 선비는 학식이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칭했죠. 그래서 회계사 등과 같은 직업에 붙는 ‘사’ 역시 전문가라는 의미를 더하여 씁니다. ‘사’는 사회에서 이들의 능력과 위치를 인정하는 표지가 되죠. 즉, 글자는 서로 다르게 사용하지만, 전문적인 직업에는 ‘사’를 붙여서 전문가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최근에 발생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의 ‘잠수사’는 처음 대부분 ‘잠수부’로 표현됐습니다. 그러다 ‘잠수사’와 ‘잠수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썼죠. 신문과 방송이 달리 쓰거나 같은 기사에서 혼용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잠수사’가 주로 쓰이기 시작했는데요. 초기 ‘잠수부’는 일상의 용어를 비판 없이 가져오는 습관 때문이었죠. 전문가들의 말에서는 ‘잠수사’란 용어가 튀어나왔고요. 신문과 방송은 잠시 ‘잠수부’와 ‘잠수사’를 함께 사용했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정하게 되면서 대부분 ‘잠수사’로 쓰게 됐답니다.
현재도 일부 기사에서 잠수부가 보이지만, 대체로 ‘잠수사’라고 많이 씁니다. ‘잠수사’의 ‘사’는 앞의 글을 통해 짐작되듯이 ‘선비 사’죠. 잠수산업기사, 잠수기능사 같은 국가가 발급하는 자격증이 있답니다. 이들을 통칭해 ‘잠수사’라고 하죠. 전문가 의미가 선명하게 새겨진 명칭은 ‘잠수사’라 볼 수 있습니다. ‘부(夫)’에 본래 낮춤의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부 그렇게 비치는 상황도 있죠.
이미지 출처_ 위키백과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위 기사 예문에는 ‘민간 잠수사’가 등장합니다. 수없이 많은 기사에서 이렇게 표현하다 보니 익숙해졌는데요. 정부나 군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신문과 방송이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민간 쪽 잠수사들은 굳이 ‘민간 잠수사’라고 할 필요가 없죠. ‘민간’이란 수식어 없이 ‘잠수사’라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잠수사’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해경이나 군에 소속돼 있다면, ‘잠수 요원’이라는 표현을 쓰니까요. ‘잠수사’는 곧 ‘민간 잠수사’를 뜻하죠. ㉢에서 ‘민간’을 빼고 ‘잠수사’라고 했어도 누구든 ‘민간 잠수사’라고 여깁니다.
신문 기사는 우리말로 알려야 할 내용을 전해야 합니다. 굳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를 습관적으로 써서 어색해지지 않았는지 기사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확인해야죠. 신문이 낳은 문장과 단어는 많은 사람이 그대로 믿고 볼 만큼 신뢰성이 높다는 것 잊지 말고, 좀 더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해야겠죠?
이미지 출처_ flickr by Nic McP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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