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을 통해 알아본 ‘좋은 인포그래픽’ 조건

2014. 7. 28. 09:0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flickr by John Meyer



최근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인포그래픽을 많이 이용합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에 메시지를 더 확실하게 알리기 위해서죠. 이들은 서로 지식의 종류와 깊이, 사회•경제•문화 배경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일정 수준의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좋은 인포그래픽일수록 쉽게 전달됩니다. 반대로 나쁜 인포그래픽은 어렵게 전달되겠죠. 어떠한 형태로 변화시키는지에 따라 인포그래픽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저널리즘 영역에서 ‘좋은 인포그래픽’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근거로 설명할 수 있지만, 상당 수준의 권위를 가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출처_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말로피에 국제 인포그래픽 어워드 (Malofiej Inter-national Infographics Awards)는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뉴스 인포그래픽 공모전입니다. 이번 공모전에 무려 34개국 139개 언론사에서 1,290개의 작품을 응모했습니다. 그중에 공정한 심사를 거쳐서 수상한 157편 중에서 지면과 온라인 각 부문에서 금상을 받을 사례를 골라 정보 구조와 시각화 기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살펴볼 수상작은 지면 부문 금메달 뉴욕타임스입니다. 2012년 12월 14일에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사 후 일 년간 미국 모든 주의 총기 규제법 제정 진행 과정과 그 결과를 지면 하나로 압축해 정리한 인포그래픽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을 인포그래픽에 모두 담은 것이 특징인데요. 총기 규제법을 발의해서 통과시키기까지 어느 정당이 지배적인 역할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시간의 흐름 별로 제정이 언제 됐는지를 단계마다 점으로 표현해서 걸린 시간을 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노란색과 회색으로 법의 종류까지 표현해서 한 인포그래픽에서 4개의 정보를 동시에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처_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이러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용한 것은 다섯 가지 색 그리고 선과 점뿐입니다. 최소 자원으로 입체적이고 깊은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 인포그래픽이 크게 주목받았던 이유입니다. 더불어 필요한 쟁점 사항은 별도로 그래프 옆에 설명으로 정리해서 인포그래픽 정보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같은 내용을 글로만 풀었다면, 읽으려고 하는 독자가 아마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온라인 부문 금메달도 뉴욕타임스에서 받았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케플러 계획’을 통해서 2009년부터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4월 18일에 케플러 계획의 가장 최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슈퍼지구(지구 질량 2~10배 정도의 지구형 행성) 세 개가 포함된 두 개의 행성계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케플러 계획을 통해서 발견한 행성계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을 선보였습니다. 행성의 크기와 이름 등 각 행성의 정보를 커서를 올리면 바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고, 각 행성을 친근한 지구와 수성 등에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범례를 설정했습니다. 모든 행성을 발견한 시기와 주변 공전하는 다른 행성들도 입체적으로 보여줘서 각기 다른 시간으로 행성들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성 수가 많아서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서 점차 행성의 크기와 주변을 도는 공전 주기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태양계와 비슷한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이 인터렉티브 인포그래픽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갖춘 정보인지 확인하는 것은 간단하게 2011년에 같은 주제로 만들었던 인포그래픽과 비교하면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출처_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 뉴욕타임스



인포그래픽을 제작한 그래픽 에디터 조너선 코럼은 인포그래픽을 보다 현실성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해당하는 논문을 직접 찾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해당 저자에게 직접 물어가면서 치밀하고 집요하게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해당하는 논문 중에서 새롭게 발표되는 논문은 모두 참고해서 직접 인포그래픽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이 과정은 데이터만으로 제시된 미국항공우주국의 자료와 비교하면 얼마나 커뮤니케이션 에너지를 낮췄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_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주제를 지탱하는 견고한 정보 구조와 광범위하고 밀도 높은 데이터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다층적이면서 명쾌한 정보 맥락, 심미성과 기능성의 균형, 강한 시각적 흡입력과 고효율 메시지 전달력 등은 앞서 살펴본 두 인포그래픽이 지닌 탁월함이며 우리가 배워야 할 핵심 요소입니다.



위의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에 실린 연합뉴스 미디어랩 한운희 기자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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