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노래의 숨은 공통점, 우리가 몰랐던 ‘스토리’의 힘

2014. 7. 29. 09:0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경향신문



트위터나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 등 SNS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콘텐츠 들의 공통점은 화려하고 놀라운 영상미나 숨을 막히게 할 정도의 미사여구가 있다는 것일까요? 물론 이런 요소가 콘텐츠를 더 빛나게 해주지만 대중들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는, 사람을 끌어당기게 하는 이야기에 더욱 주목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기술의 발달 속에서도 결국은 스토리텔링이 좋은 즉,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가 사랑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힘이 최근에는 멜로디 중심이었던 대중가요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노래에 혹은 노래를 부른 가수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가 대중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디지털로 표현되는 음악에 따뜻한 감성을 담았기에 마음을 더 적시는 것 아닐까요?




대중가요에서도 ‘이야기’가 주목 받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재 가요계를 주도해 가는 건 아이돌 그룹의 음악입니다.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까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고 하지만, 흔히 말하는 ‘거기서 거기’인 차별성 없는 멜로디와 내용 없는 가사는 음악을 단순히 소비만을 위한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되면서 국내 가요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요. 결국 가요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멜로디를 넘어 다른 요소로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소비층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노래란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간혹 가사가 전해주는 재미와 감동이 히트곡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에서 찾아보자면 바로 소유와 정기고의 ‘썸’을 들 수 있습니다. ‘썸’이란 연애 초기 남녀의 오묘한 심리상태와 이루어질 듯 말 듯 하는 관계를 말하는 신조어인데요. 2014년도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이었던 이 곡으로 ‘썸’이란 말은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출처_경향신문(좌), 코리아헤럴드(우)



매일 아침 너의 문자에 눈을 뜨고 친구인 척 연인인 척 하는 서로를 바라본다는 가사 내용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설렘을 주는 그 때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네 거 같은 나’라는 재미있는 후렴구 가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서로의 마음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이 대본을 읊조리는 듯한 무대는 마치 하나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노래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가수가 바로 래퍼 ‘산이(San E)’입니다. 앨범의 수록곡이 하나로 연결되는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최근 새 앨범은 그가 직접 말했던 것처럼 하나의 단편소설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비주얼로 강세를 보이는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가수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가요시장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하면 바로 2000년대를 대표했던 아이돌 그룹 ‘지오디’의 컴백을 들 수 있습니다. 국민그룹이라고까지 불렸던 그들은 멤버의 탈퇴를 겪기도 하면서 2005년 7집을 마지막으로 잠정적인 활동 중단에 들어갔는데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그룹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고 생각했지만 2014년 화제 속에 5명 모두가 재결합 하며 컴백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국민 아이돌로 불렸던 지오디가 최근 9년 만에 재결합해 복귀한 것은 ‘사건’으로 불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들은 당시의 팬들을 대상으로 추억을 파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연결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비층을 확장했다. 전성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곡 ‘하늘색 약속’에서 이들은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기만 한지/ 시간은 가고 나이는 차고/ 사라져가는 꿈 내 거친 텃새/ 지난 몇 년 동안 길 위에 나 혼자/ 어느 날 문득 고갤 들어보니/ 언제나 그대로 나를 감싸안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노래한다.

- 경향신문, 2014. 07. 22 기사 내용 중

 


출처_한국일보



위의 기사 내용처럼 지오디는 자신들의 이야깃거리를 앨범에 담았습니다. 지난날의 추억과 팬들에 대한 그리움, 고마움 앞으로의 나날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특유의 이야기 구성이 있는 앨범을 완성해냈죠. 단순히 2000년대 초반을 휘어 잡았던 대형 그룹의 컴백 때문이 아닌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 구조와 가사는 당시의 팬들뿐만 아닌 지오디를 기억하는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을 담고 있습니다.




가수 아이유가 최근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환갑을 맞이한 가수 김창완과 함께 부른 ‘너의 의미’는 올해 스물한 살의 가수 아이유도 직접 누려보지 못했던 8090년도의 문화를 또래에게도 전해주고 있는데요. 그 당시 노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시와 같은 가사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 대중에게 소위 먹히고 있습니다.


노래는 추억 속 다양한 자신만의 사연을 간직했던 그때를 회상하게 만드는 큰 힘이 있습니다. 추억 팔이가 대중문화 속 하나의 트렌드가 된 현재,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리메이크 앨범이 사랑 받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의 힘 때문이겠죠. 최근 들어 김광석과 유재하, 김현식 등 지금은 고인이 된 그들의 음악이 많은 가수들을 통해 다시 불리면서 명곡의 재발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흘러간 옛노래를 다시 부른다는 차원을 넘어 노래 한 곡에 담긴 이야기와 당시의 문화에 대중이 빠져들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출처_서울신문




지난해 초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암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투병 중에도 보여줬던 에너지 넘치는 무대와 발랄함으로 그의 죽음은 더욱 현실과 멀어져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작, ‘애타는 마음’이 지난달 발매된 후 잔잔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울랄라세션 멤버들과 아이유가 함께 부른 이 곡은 고인의 손길이 담기며 얽힌 사연으로 인해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는데요. 짧은 노래에 담긴 한 가수의 간절함과 마음은 노래에 담겨 지금까지도 들려지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보컬 ‘인순이’는 굴곡이 많았던 자신의 인생 이야기 자체를 노래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인생을 노래한다고 할 수 있는 인순이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의 메신저가 된지 오래입니다. 혼혈아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라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재능을 믿고 현실로 뛰어들며 열정 하나로 버텨온 오늘날까지 이루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삶을 살아온 그녀는 모든 노래와 목소리에 이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뷔를 하고, 실력을 인정 받으며 최고의 가수가 되었지만 세월이 변하면서 그녀의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PD와 함께 부른 ‘친구여’는 세대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렸고 이후 ‘거위의 꿈’을 통해 최고의 가수라는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고 당당함을 무기로 평생을 노래만 해왔다고 할 수 있는 인생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모두 그녀의 노래에 담겨 있어 수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뮤직 우승현 실장은 “가요계의 주류를 차지하던 아이돌 음악의 파편화된 가사, 단편적인 짧은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의사전달방식이 만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원사이트 멜론의 방지연 프로젝트 리더는 “음악 소비방식이 디지털화될수록 음악 소비자들은 따뜻한 감성과 스토리를 찾는다”며 “최근 아티스트와 소비자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개편한 것도 이 같은 욕구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2014. 07. 22 기사 내용 중


70년대를 넘어 90년대까지는 우리의 대중가요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환경이었습니다. 물론 시대와 문화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잊혀지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것이 진리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때의 다양한 음악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행과는 조금 벗어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노래들이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렇게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가요계를 보더라도 ‘스토리’라는 기본 바탕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결국은 많은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고 우리의 마음을 파고 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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