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가 이상하나? 너흰 서울 사투리 쓰는 기다

2014. 8. 6. 11: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서울신문 2014. 3. 17.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에 사투리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재작년과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사투리의 인기를 톡톡히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오래전부터 각종 드라마, 개그 프로그램, 예능,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사투리를 볼 수 있었지만, 최근 그 인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투리는 단순히 많은 등장인물 중 한 배역의 개성에 불과했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나 영화 ‘바람’의 경우는 아예 사투리를 매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예전과 비교해서 지금의 사투리 사용은 꽤 보편적이며 오히려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때론 애교스럽게, 때론 무뚝뚝하고 멋있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여겨지며 점점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하나의 개성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출처_ tvN



국립국어원에서는 사투리의 정의를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로 방언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의 표준어는 쉽게 현대 서울말로 여겨지며 즉 사투리란 현대 서울말이 아닌 나머지 모든 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나누는 기준에 따라 적게는 몇 가지, 많게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투리가 쓰이고 있습니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라 하더라도 그 안에 또 다양한 사투리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출처_ 한국언어지도, 이익섭, 전광현, 이광호, 이병근, 최명옥, 2008.2.28., 태학사


사투리는 그 지역의 모습을 잘 담고 있으며 표준어보다 비교적 언어의 변화가 늦게 반영되어 옛 우리말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지역 내에서 유대감이나 정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도 사투리의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교통과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지역 간의 경계가 많이 희미해져 사투리의 강도가 줄어들거나 사투리 사용자들이 쉽게 표준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투리는 그 지역의 특색을 보여줍니다. 한편에서는 최근 사투리의 인기와 더불어 오히려 사투리의 사용을 권장하거나 진한 사투리의 사용이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투리의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의 수 역시 굉장히 높습니다. 천만 명인 서울 시민 모두가 표준어를 구사하고 그 외의 국민이 사투리를 쓴다고 가정하더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4 정도로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은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혹은 사투리의 인기처럼 우리 사회에서 사투리를 쓴다는 것은 실제로 또 현실적으로 긍정적이기만 할까요?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투리 사용자들이 사투리에서 비롯된 소외감이나 편견 혹은 차별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는 특히 사투리 사용자들이 대부분 표준어를 사용하는 서울에서 생활할 때 많이 이루어지며 사투리 사용자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생소함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투리 사용자들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사회 초년생으로 서울의 회사에 입사했을 때, 혹은 서울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등 다양한 사회와 환경에서 그들은 차별 아닌 차별을 느낀다고 합니다.


출처_ flickr by viZZZual.com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 한 적이 있나요(혹은 쓰지 않나요)?

A. 대학교에 오자마자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회사 다니시는 아버지께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 불리할 수 있다고 많이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학 내에서도 장난이라고는 하지만, 친구들이 내 사투리를 놀리듯이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사투리 간의 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A. 직접적인 차별은 겪어본 적이 없지만 미디어에서는 잘 드러납니다. 예를 들면 영화나 방송에서는 조폭 대부분이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합니다. 반면 대부분의 경상도 사투리는 이번에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긍정적인 역할로 사용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는 멋있다고 평가되지만 전라도 사투리를 그에 반해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 서울에 거주 중인 전라도 사투리 사용자 대학생 A씨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서 불편한 적이 있었나요?

A. 많습니다. 어딜 가나 말하는 순간 관심을 많이 받는데 이거까진 괜찮아요. 그런데 종종 사투리를 빨리 고치라는 조언을 듣는데, ‘고친다.’라는 단어가 불쾌합니다. 사투리가 왜 고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리나라의 다양한 언어 중 하나일 뿐인데, 마치 표준어가 우위에 있다거나 정답이고 사투리가 틀리다고 보는 시선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나요?

A.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나마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나은 편인 것 같습니다. 경상도는 그래도 사투리 중 긍정적인 편인데, 특히 전라도 같은 경우 여전히 편견도 있고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고친다.’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투리 사용이 불리합니다.

- 서울에 거주 중인 경상도 사투리 사용자 대학생 B씨



강원도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 적이 있나요(혹은 쓰지 않았나요)?

A. 그렇습니다. 지방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쓰지 않습니다. 또 사투리 사용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서 쓰지 않습니다. 특히 첫인상이 중요한 자리에서는 가급적 사투리를 쓰지 않습니다. 


사투리 간의 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A. 주변 반응을 보면 부산 사투리의 경우 특색 있고 귀엽다고들 하는데, 강원도 사투리 경우 어수룩한 이미지라던가 사기 치는 이미지로 여기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 하는 데도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질 때가 차별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 서울에 거주 중인 강원도 사투리 사용자 회사원 C씨


출처- flickr by Republic of Korea



전라도 사투리 사용자 A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미디어에서 특정 사투리들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그려집니다. 사투리가 틀린 것이라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사투리를 조금은 촌스럽고 혹은 거칠거나 난폭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도 비슷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투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투리 사용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차별 아닌 차별을 겪습니다. 


물론 전 국민에게 정보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전해야 하는 텔레비전 뉴스나 라디오 등은 표준어를 구사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사적인 상황에서 혹은 표준어의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나 배제, 차별이 이루어져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사투리는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언어들이며 표준어란 단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임의로 지정된 많은 언어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투리는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사투리 사용자에게 차별 아닌 차별을 해 오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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