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7. 09: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프로파일러’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FBI가 등장하는 미국 수사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지요. 마치 탐정처럼 몇 가지 단서만을 가지고 용의자를 지목하거나 특징을 잡아내는 그들은 범죄해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나 영화에만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CSI 과학수사대>시리즈의 팬들도 실제 범행 현장에서는 드라마에서처럼 모든 비밀이 작은 단서 하나로 풀리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과연 프로파일러는 정확하게 무엇이며, 실제 범죄수사에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요?
프로파일링은 사건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범죄 행동을 분석해 범인의 심리상태나 경향 등을 특정 지어 나아가선 범인의 프로필을 뽑아내는 수사법 중에 하나입니다. 추리소설 등에서 주인공 탐정이 여러 가지 단서와 논리적 추측을 통해 범인을 지목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다만 실제 프로파일링은 심리학, 사회학과 같은 전문 학문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프로파일링을 ‘체’에 비교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 중에서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프로파일링의 전문가로서 범죄 수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프로파일러’라고 부릅니다. 프로파일러는 여러 가지 전문적인 학식과 더불어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하기에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한 명의 프로파일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투자와 시간 필요하지요. 프로파일링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전문적인 프로파일러는 아주 적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2011년을 기준으로 약 40여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워드 테텐'이라는 수사관이 범죄 수사에 심리학을 접목시킬 구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정신분석'을 활용한 사례들은 더러 있었지만, 경찰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이 때부터라고 합니다. 이후 로버트 K. 레슬러, 존 더글러스 등의 BSU(행동과학부, 현 수사지원부) 요원들이 기초를 닦고 프로파일링의 체계화와 보급을 위해 많이 노력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지요.
하지만 프로파일링도 통계와 확률에 의존해야 하기에 때때로 잘못된 예상을 하거나,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기도 합니다. 일선에서 뛰고 있는 수사관들은 프로파일링 자체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단순 원한이나 우발적인 원인으로 일어난 사건보다 사이코패스 등의 사회부적응으로 인한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엔 프로파일링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엔 지난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이 만들어진 것이 프로파일링 수사의 시작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첫 번째 담당자가 권일용 경감이었지요. 일선 경찰서에서 지문감식을 하는 과학수사요원이었던 그는 절도 강도 성폭행 현장 가보면 마치 지난번에 검거된 범인이 왔다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유사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현재 프로파일러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건이 프로파일링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었고, 지금도 전국의 강력사건현장에서는 어김없이 프로파일러가 대동한다고 하지요. 늘 범죄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범인들과 대화를 나눠야 하기에 체력적인 부분을 떠나 정신적인 피로도가 크다고 합니다. 큰 사건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는 일이라고 하지요. 한가지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CSI 과학수사대> 또는 <크리미널 마인드> 등 심리수사물을 보면 절반 정도 지났을 때 범인이 누군지 느낌이 온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직업이기에 자주 보지는 않지만, 프로파일러들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2000년 프로파일링이 처음 도입된 사건으로 여자를 성폭행하고, 한겨울에 옷을 벗겨 논바닥에 방치해 얼어 죽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왜 여자의 옷을 벗겨 바깥으로 내몰았는지 의문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해 말 다시 비슷한 사건을 일으킨 다른 범인을 6~7시간 면담을 했더니,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 옷을 홀딱 벗은 채 쫓겨난 적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어떤 범죄 행동이든지 반드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프로파일링의 장점입니다. 오랜 시간 그런 데이터와 통계를 축적하여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좀 더 범인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프로파일링을 통해 용의자의 특징을 정확하게 맞춘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 서울에서 발생한 토막살인 사건의 용의자 특성을 ‘평소 정리정돈을 하는 습관이 돼 있고, 냉동식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로 정의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잡고 보니 방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1년 반 정도 생선을 판매한 사람이었다고 하지요. 범행 후 사체를 비닐봉지로 두 겹 세 겹 처리하는 방법을 보고 그렇게 예측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비닐포장이 프로파일링의 ‘시그너처’가 된다고 합니다.
사실 프로파일러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을 겁니다. 몇 개의 작은 단서로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책과 영화는 많은 인기를 얻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① 마인드 헌터 (존 더글러스)
FBI 수사지원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면서 수백 명의 연쇄 살인범을 검거한 존 더글러스의 범죄학 보고서입니다. 수백 건의 강력사건들을 존 더글러스가 직접 개발한 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이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②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포스터 주연, 조나단 드미 감독, 199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5개 부문상을 수여한 영화 <양들의 침묵> 원작소설로 사이코패스와 그를 수사하는 FBI 요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국내에서는 영화로 더욱 인기를 끌었었지요.
③ 크리미널 마인드 (미국 CBS 드라마)
미국 CBS에서 2005년부터 방영 중인 드라마로 FBI의 프로파일링 전문팀인 BAU의 활약을 다룬 미국 드라마입니다. 실제로 경찰로 재직한 제작진과 FBI요원으로 활동했던 프로파일러들에게 자문을 받는 드라마로 상당히 높은 리얼리티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위의 내용 중 일부는 엔하위키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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