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1. 09:0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Flickr by IAEA Imagebank
‘매출은 줄어들고, 자본은 넉넉하지 않다’
많은 신문사들이 처한 이런 엄혹한 현실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 무엇’입니다. 투자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데, 생존을 압박하는 스트레스는 커져만 갑니다. 이번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열린 포럼 가운데 하나 역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신문사들의 제한된 능력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어떻게 최적화 해야 할까요? 희망적인 답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것입니다. 결론은 모든 고민을 한 방에 날리는 ‘절대반지’는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 쿠리어의 발표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이노베이션 리포트 읽어보셨죠? 디지털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이 리포트를 보면 이 방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사조차도 엄청난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태껏 해온 노력들은 도대체 무엇이었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뉴욕타임스를 가리키며 ‘고것 참 쌤통’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에겐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없습니다.”
출처_신문과 방송
신문사들이 처한 상황은 제각각입니다. 조직의 크기, 독자의 수, 제품의 성격, 광고시장에서의 지배력 등이 모두 다릅니다. 그나마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신문사들이 부유하거나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신문사들이 외로움 속에 살며, 종종 세상을 돌리는 힘이 반대쪽에만 있는 것 같은 좌절에 빠지곤 합니다. 이는 신문사들이 과거에 저지른 ‘원초적 실수’의 결과입니다. 신문사들은 1980년대부터 온라인에 공짜로 콘텐츠를 뿌려댔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도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읽거나 보려면 돈을 내라고 권하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사람들이 그래주길 희망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뿐입니다. 이런 업보는 자본이 취약한 신문사들에겐 더욱 가혹합니다. 사람들은 “소규모로 움직일 때 더욱 날렵하고 민첩하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초대형 유조선이 방향을 돌리는 것만큼이나 빠르지 못합니다. 신문사들은 규모가 작건 크건 오랜 관습에 뿌리 박혀 과거의 항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실험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악이 창궐하는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호빗의 모험이라고나 할까요? 쿠리어가 제시하는 도전은 데이터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독자가 언제 모바일 앱, 웹 사이트, 콘텐츠에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한마디로 독자가 어떤 형태의 ‘사용자’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이죠.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언제, 어떤 플랫폼에서 접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신문사들이 이를 꼼꼼히 분석하지도, 성실히 적용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라는 식입니다.
출처_unsplash by James Tarbotton
쿠리어는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 생산에 활용합니다. 예컨대,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한 시기에 늘 통하는 ‘에버그린 콘텐츠(evergreen contents)’를 만들어냅니다. 여름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완벽하게 스테이크를 굽는 법”을 소개하고, 월드컵 시즌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경기장 10곳”을 선정합니다. 콘텐츠가 가장 알맞은 시간, 가장 알맞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재포장하는 것입니다. 신문사의 콘텐츠 창고에 저장된 방대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그 가치를 증명하는 셈입니다. 이런 콘텐츠 생산은 장기적으로 신문사의 비용을 줄여줍니다. 그 결과 쿠리어의 웹 사이트는 순위가 올라갔고, 소폭이나마 트래픽도 증가했습니다. “섹시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효과적이었다”고 쿠리어는 말합니다.
네덜란드의 온라인 매체 ‘데 코레스판덴트’는 독자를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유료화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출발점은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품격 뉴스를 읽게 하자는 순박한 욕심이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20~35살 사이의 사람들은 뉴스를 읽는 시간이 주당 평균 15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고품격 뉴스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몇몇이 고품격 뉴스를 만들고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웹 사이트를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뉴스를 만들어내는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이를 읽는 독자들 또한 전문가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데 코레스판덴트’는 나아가 독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기로 결정했습니다. 광고를 내지 않는 대신,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기로 한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약간의 돈만 내면 여러분이 원하는 뉴스와 정보를 확실하게 제공하는 저널리즘이 되겠다는 약속”이 뒤따랐습니다. 기사를 최대한 간결하고 깔끔하게 만들기 보다는 풍부한 심층분석물을 싣고, 각 콘텐츠마다 다양한 링크를 거는 등 인터넷에서 뉴스를 서비스 할 때 누릴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른바 히트(hit)를 유도하는 입소문 늘리기식 기사를 버리고,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담은 고품격 콘텐츠 생산에 집중한 것입니다.
데 코레스판덴트는 이를 위해 디자이너와 웹 개발자들을 높은 수준의 회의에 참여시켰습니다. 어떤 프로젝트건 그 첫 순간부터, 그 첫날부터, 디자이너와 웹 개발자를 포함시켰습니다. 데 코레스판덴트는 이렇게 말한다. “저널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디자이너와 웹 개발자들도 스토리텔러입니다. 우리가 이전에 살았던 프린트 시대가 펜과 종이를 사용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시대였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는 그보다 복잡한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때, 오늘날 어떻게 해야 스토리텔링을 잘 할 수 있을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디자이너와 웹 개발자들입니다.”
2013년 3월 데 코레스판덴트는 클라우드 펀딩을 위한 초청장을 띄웠습니다. 1만 5,000명의 독자들이 매년 60유로씩만 낼 수 있다면 기본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는데요. 1년 예산이 우리 돈으로 12억 5,000만 원 정도인 셈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계획을 소개한 방송에 출연한 뒤 하루가 지났을 때 목표의 50%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여드레 뒤에는 회원 수가 1만 8,933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개월에 걸쳐 사무실을 물색하면서 분야별 전문가 저널리스트들을 모집했습니다. 모집에는 1,800여 명이 지원했고,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8명의 전문가 저널리스트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다그사비센’은 지역에 주목합니다. 이 신문은 1970년대 초반부터 침체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계속 적자 상태였죠. 일일 발행부수는 23,000부 정도이며, 일일 독자 수는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14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다그사비센은 활로를 강구해야 했고, 그것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를 흑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탈출구여야 했습니다. 그 탈출구는 ‘지역’이었습니다. 다그사비센은 독자의 80%만 오슬로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20%는 뉴스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시장이었습니다. ‘내셔널’이 아니라 ‘로컬’에서 승부를 걸기로 한 것이죠.
다그사비센은 오슬로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드람멘에서 발행되던 신문 ‘프렘티든’의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렘티든은 전통적인 좌파 신문이었고, 2000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 결과 드람멘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우파 신문 하나만 존재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도시에 일종의 좌파 뉴스의 진공상태가 생긴 것이죠.
프로젝트의 이름은 ‘미래’였습니다. 다그사비센은 2013년 8월 새로운 프렘티든을 만들기 위한 편집국을 구성했습니다. 핵심은 드람멘이 원하는 신문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전체 콘텐츠의 25%를 로컬 뉴스에 할애했고, 4명의 로컬 뉴스 전문기자를 배치했습니다. 이는 이전의 작업 규모와 견주면, 소규모였지만 독자와 훨씬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전국적 기사를 생산하는 한 개의 ‘내셔널뉴스룸’을 다수의 ‘로컬 뉴스룸’으로 분할하고, 콘텐츠들을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오슬로에 집중돼 있던 50명의 인력을 주요 도시별로 5명씩 배치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신문제작 방식이었고, 독자들은 이를 친근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신문을 보고 자신들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블로깅을 하고, 트위터의 멘션을 날리며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을 겨냥하는 ‘로컬 광고’가 따라왔죠. 다그사비센의 생존 전략은 지역으로 들어가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 그것은 ‘디지털’ 입니다. 다그사비센은 지금까지 ‘로컬’에서 쌓아올린 브랜드와 영향력을 발판으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우리 신문의 영향력은 영국에서 가디언이 갖는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디언은 ‘글로벌’ 시장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로컬’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그 규모는 2,000~5,000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우리가 갖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향상된 수치입니다.”
위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신문과 방송 7월호에 실린 ‘유강문 한겨레디지털미디어국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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