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이끌었던 TV 드라마의 지금

2014. 8. 18. 11:0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SBS 별에서 온 그대  



최근 한류의 바람이 분지 20년 가까이, 그 중심에는 TV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그 바람은 계속 불고 있죠. 하지만 어느 분야 어떤 시기라도 ‘지금이 위기’라는 얘기가 늘 있기 마련입니다. 요즘 같이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중 예술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 대중 예술이 발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발전으로 중산층이 급증하고 노동자에게 휴일을 주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영상 예술은 대중문화가 발달하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죠. 하지만 받아드리는 대중도 함께 성장하면서 ‘반응-리액션’을 통해서 공급자의 질과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여론이죠. 


폭발적인 인기로 한류를 이끌었던 TV 드라마도 이젠 점점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드라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과연 호황기에 나타나는 단순한 경계심의 발로일지, 떨어지는 내림세의 시작인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드라마의 현재 문제점과 도약을 위해서는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_ flickr by Chris Potter 




드라마의 성장과 함께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곳곳에서 발견되는 ‘불균형’입니다. 주간극 1편의 1회 제작비와 편당 광고료의 비율이 60~70% 수준으로 겨우 제작비 평균에 머무는 현실이죠. 따라서 드라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외주사의 경우 방송사에 적정 제작비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방송사도 시청률이 높은 대박 드라마와 일부 드라마를 제외하곤 광고유치율은 60%로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 곤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드라마 최대 수출국이었던 일본에서 한일관계 악화와 수출가 상승으로 수입을 줄였습니다. 중국에서도 각종 법률적 제재로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무한 상승하리라 믿었던 한류 수출에 제동이 걸렸죠. 게다가 마케팅으로 판매를 선점했어도 연기자와 작가가 분야별로 지분을 요구해서 제작비를 모을 수 있는 탈출구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더욱 찬물을 끼얹는 것은 드라마의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드라마의 수익 일부가 프로그램과 새로운 영역에 대한 교육 등으로 다시 투자되지 않아 드라마의 질이 정체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_ flickr by Rita M.   



한류라는 이름이 처음 나온 것은 타이완의 매체였습니다. 일본 방송을 주로 수입했던 타이완은 일본 드라마의 수입가가 오르자 한국의 드라마를 선택했죠. 그리고 한류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방송을 시작합니다. 그 결과 일본 드라마의 과거의 인기를 넘어선 한국 드라마의 열풍이 찾아왔습니다. 문제는 한류 열풍을 타고 제조업과 여행업에 혜택이 돌아갔지만, 그들은 정작 드라마 제작에 재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제한적인 정부 투자 지원만으로는 제작비 정체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한편, 한류 드라마가 열풍을 이루면서 출연료와 원고료가 급등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검증된 스토리와 연기자를 반복 기용하면서 드라마의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죠. 지속해서 이어질 경우 한류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에 밀려날 수 있습니다. 연기자와 작가가 출연료와 원고료를 정할 때 유연하게 공감대를 이룬다면 제작비의 급등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죠. 


플랫폼 증가가 드라마 제작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상파,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으로 현재 드라마를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이 전보다 더 넓어 보입니다. 그만큼 많은 수익으로 환원될 것 같지만, 콘텐츠가 아니라 유통망이 늘어나서 TV 시청 총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답니다.




출처_ flickr by Lino Iesp  




‘좋은 드라마’는 작품성, 참신성, 대중성의 유무로 판단합니다. 작품성은 드라마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반영했는지, 풀지 못한 과거의 문제에 접근했는지, 미래의 비전은 제시했는지 등을 얘기하죠. 참신성은 기존의 드라마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의외의 캐릭터와 시청자들의 감상 패턴에 새로움을 선사했는지 등으로 평가됩니다. 사실 좋은 드라마의 요소는 위의 두 가지가 출발점이 됩니다. 단막극이 가장 좋은 사례죠. 그러나 단막극은 광고주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론의 관심도 받지 못합니다. 신인 연기자나 신인 작가의 개성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죠. 


좋은 드라마의 마지막 요소인 대중성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습니다. 시청률과 카타르시스의 상투성이 문제인데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기존의 장르적 관습을 거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프로듀서들은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참신함을 반영하려고 시도하게 되죠. 이러한 시도가 시청률로 반영되면, 드라마를 통해서 다수가 선택한 ‘사회적 필요’를 반영한 콘텐츠로 인정받게 됩니다. 



출처_ 아시아경제 2014.5.2. 




현재 주당 35편의 드라마가 방송됩니다. 시장 규모에 비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여러 플랫폼의 증가가 이러한 현상을 불러왔죠. 뉴스나 스포츠 방송을 보더라도 양이 많다고 해서 질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한국 영화가 지속해서 성공하는 요인은 꾸준하게 투자가 되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면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영화로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드라마의 현실은 매체가 늘어났을 뿐, 드라마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 같은 제작비 문제와 상투성만 반영된 드라마가 계속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입니다. 


드라마의 내용과 다양성이 갖춰지면, 드라마를 새롭게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주제와 소재, 캐릭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10부작 정도의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하죠. 그러나 이런 환경이 조성되려면, 현재 제작비 문제를 해결하고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정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드라마의 숫자만은 탓할 것이 아니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의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7월호 

전산 한국드라마피디협회장•KBS N 콘텐츠 본부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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