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9.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요즘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비싼 돈 들여가며 굳이 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다닌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의문이 듭니다. 대학을 나온다고 좋은 직장에 취직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요. 반면에 너나없이 대학을 다니는 사회 흐름을 무시하고 대학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네요.
사람들은 어딜 가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데, 그 노력을 꼭 대학에서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고 현장에 무작정 뛰어들어 경험과 실력을 쌓는다 한들 그걸로 얼마나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도 고민되고요. 이래저래 학교를 다녀야 할지 말지 모든 게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 한 대학교 1학년 학생의 고민
위의 고민을 보면, 보릿고개 시절에 부모가 소 팔아 마련해준 등록금으로 대학 졸업하고 사회 기득권층이 된 세대들은 이런 신세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졌죠.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갑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대학생활에 회의감도 품습니다.
고등학교 이전에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 그늘 아래서 지내는 미성년자로서 학교를 다닙니다. 이때에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학교를 그만둘 수 있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학교를 나올 수 없죠. 설령 자신이 그만 둘 의지가 확실해도 부모는 자식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쉽게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학교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가기 위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사회구조적 환경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청소년에게 일할 기회가 많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죠. 사회에 미리 나와 경험을 쌓고 성공한다는 과거의 성공담은 이제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학 진학률이 80%를 상회하는 학벌 경쟁 속에서 그나마 중·고등학교도 졸업 안 하면, ‘중·고등학교도 졸업 못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닙니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죠.
대학생들의 커다란 물음표 하나
그렇다면 대학을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요? 이 시기의 자퇴는 청소년 시절의 자퇴와는 다릅니다. 자신의 의지로 대학 자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게다가 대학을 자퇴해야 하는 이유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데 대학 다니기가 미안해요.
더 실제적인 것을 배우고 싶은데, 대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공부하는 게 단지 취직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직업훈련을 받고 싶어요.”
이런 이유가 나타나면 공통된 질문이 떠오릅니다.
“대학은 반드시 꼭 다니고 졸업을 해야 하는 곳인가요?”
사실 대학은 반드시 꼭 다녀야 하는 곳은 아닙니다. 지나친 입시 바람이 젊은이들을 대학으로만 내몰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얄밉죠. 여기에 편승해 교육은 뒷전으로 하고 눈 먼 돈만 쫓아다니는 일부 대학 재단들의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만약 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학생이 진짜로 그런 일을 찾았는지가 중요합니다.
출처_ VAKcentrum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면 만나게 되는 두 가지 측면
만일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려 한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일단 큰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을 뛰어넘을 만한 엄청난 도전정신도 필요하죠. 만일 어영부영 시간만 보낼 생각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죠.
사회라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여러 구조적 제약을 만들어내죠. 학력에 따라서 직업 선택의 범위,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 심지어 배우자 선택의 범위까지도 달라질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따라서 대학을 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럴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불이익들을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한편 대학을 포기해서 얻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시간적 자유와 다양한 경험이겠죠. 이 길을 택하면 주변 친구들보다 사회 경험을 일찍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실패로부터도 자유롭고요. 다만 이것이 직업 경쟁에서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우리 현실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겠다는 선택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려는 경우보다는 도전적인 일이나 창의적인 일을 할 때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학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도 일종의 공부죠. 다양한 사회 경험만 해도 배울 부분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창업이나 사업 또는 어떤 분야의 기술자나 전문가 과정에 몰입하고 싶다면 경우에 따라 대학을 그만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실패해서 전문가가 되지 못한 채 다시 정상적인 경쟁 트랙으로 돌아올 경우, 사회가 걸어놓은 학력이라는 제약을 뛰어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수용하면 실제로는 스펙으로 규정하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더 프리미엄도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하죠.
출처_ pakistantribe / flickr by epSos.de
선택의 책임은 온전하게 자신의 몫
대학을 포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랍니다. 자유롭게 결단을 내리면 되죠.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 결단을 실행하려면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그럴 용기와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 오히려 더 뒤쳐질 수도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따라서 그 책임도 온전하게 자신의 몫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만일 대학을 중퇴하면 나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성공하지 않을까?’하고 낙관적으로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런 상상은 술자리에서 한 잔 술에 담아 떨쳐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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