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대한 기억을 남기는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2014. 9. 2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무심히 지나치면 놓치기 쉬운 것들이 주변이 많습니다. 옷가게가 있던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오면 그냥 바뀌었나 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죠.  자신이 관심 있던 내용이 아닌 다음에야 쉽게 놓치고 지나가는 것이 태반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주 가던 단골 옷가게일 수도 있고, 같이 거리를 걷던 사람과 추억이 있던 옷가게일 수도 있죠. 그래서 기억은 각자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기억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런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역사가 되고 생생한 추억으로 남겠죠.


이렇게 사람들의 추억과 그 시간을 기록하고자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인데요. 빠르게 진행되는 서울의 발전 속에서 개인에게 남아 있는 기억을 기록해서 역사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랍니다. 천만 명이란 인구가 사는 서울의 기억이 모이면 엄청난 역사가 되겠죠? 그래서 다독다독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봤답니다.

 


출처_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신의 기억을 들으러 기억수집가가 찾아갑니다.


“띵똥”

“누구세요?”

“기억수집가입니다.”


서울 곳곳에는 이런 소리가 많아질 듯합니다. 사람들의 기억을 소중하게 담기 위해서 기억수집가가 찾아갈 테니까요. 이들은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속에서 서울의 역사를 끌어내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을 합니다. 홈페이지에 신청했다면, 서울 어디라도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간답니다. 


신청은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는데요. 신청서를 작성하면, 내용을 검토한 기억수집가가 전화를 드립니다. 만날 장소와 날짜를 약속하고 그 날짜에 서울에 대한 기억을 목소리로 남길 수 있답니다. 

 


출처_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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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서울에 대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기억수집가가 달려가는 것 외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도서관 1층에 ‘메모리 스튜디오’인데요. 이곳에 있는 기억수집가에게 하루 동안 진행되는 녹음 일정을 물어보고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안내에 따라 바로 녹음할 수 있습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죠. 앞서 예약한 사람이 있다면, 빈 시간 중에 예약을 잡으면 된답니다. 만약 녹음이 진행 중이라면, 문을 열거나 두드리면 안 되겠죠? 이럴 때는 문 옆에 부착된 일정표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기억수집가에게 전화가 온답니다. 

 


출처_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목소리를 남길 때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요?


막상 서울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 녹음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말할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15가지 항목이 있답니다. 이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녹음하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태어났는지, 다른 곳이 고향인지, 서울에 대한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서울에서 겪은 가장 큰 인생의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등이 소재거리가 됩니다.


이렇게 준비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시기 전에 한 가지 더 준비하셔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말하기’입니다. 몇 가지 Tip만 아시면, 조금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답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함께 공유해요


이렇게 기억수집가를 통해서, 메모리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여러 사람의 기억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홈페이지에는 따로 코너가 마련되어 있답니다. 이곳에는 자신의 지역을 골라서 들을 수도 있고, 주제별로 나눠서 들을 수도 있답니다. 자신의 목소리 외에 같은 지역에서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서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공감할 수도 있죠. 


녹음된 내용 중에는 재미있고 몰랐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답니다. 김동운 시인은 자신이 서울에 살면서 처음 전기가 들어오던 때를 생생하게 목소리에 담아서 이야기했답니다. 전기가 환하게 들어오자 암흑 속에서 풀이며 집이 모두 낮처럼 보이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또렷하다고 하네요. 또한, 김승환 씨는 서울 마포에서 계절에 따른 추억과 한강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장마철에 상류에서부터 떠내려 온 소, 돼지, 심지어 과일까지 나룻배를 타고 나가 그물로 건져 먹었다는 추억은 그때 당시의 마포의 모습을 짐작하게 했죠.

 


출처_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듣기’ 외에도 ‘보기’도 있답니다. 한 장의 그림에 추억을 담아 보여주는 김광성 씨의 삽화  코너서울에 대한 추억을 스토리를 넣어 여러 장의 그림으로 보여준 이지우 씨의 웹툰 코너에서 잊고 지냈던 기억과 만나볼 수 있죠. 


삽화에서는 청계천의 옛 모습, 명동의 풍경, 궁중 요리였던 떡볶이가 국민 간식으로 자리한 이야기, 남산과 한강에서의 데이트 모습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림과 어울리는 글로 이해를 돕고 있죠. 그림 속의 대화만 봐도 시대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답니다. 웹툰은 택시기사들이 들려주는 서울의 옛 모습 이야기로 형식이 이뤄져 있습니다. 때로는 택시에 탄 손님의 이야기를, 때로는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대화 형식으로 그려내 서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출처_ 허리케인 박/ 떡볶이, 궁중요리에서 국민간식까지/ 김광성

 

 

‘서울을 기억하는 세 가지 방법’ 캠페인


이 밖에도 서랍 속에 컴퓨터 속에 잠자는 기억을 깨우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서울을 기억하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아픔, 추억, 환희라는 소제목을 중심으로 해당하는 이야기를 모으는 캠페인이죠. 사진, 이야기 등 다양한 기억을 등록할 수 있답니다. 


아픔에서는 1995년 6월에 일어났던 ‘삼풍 백화점’ 붕괴에 대한 내용이 주제랍니다. 생사가 확인 된 누군가는 조용히 긴 숨을 내쉬었고,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메어지는 가슴을 붙잡았던 그 날의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를 모으고 있죠. 추억에서는 2008년 철거가 되기 전까지 80여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 냈던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환희에서는 뜨거웠던 '2002년 월드컵' 동안 있었던 기억을 꺼내보는 장이랍니다. 거리에서, 서울 광장에서 응원했던 기억도, 함께 모였던 사람들과 얽힌 기억 등을 알려주세요.

 


출처_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 


 

서울은 그동안 빠르게 새로워졌다가 다시 또 다른 변화를 낳았답니다. 사람들의 기억을 미처 나누기도 전에 자꾸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그런 기억들이 이제 모든 사람이 함께 웃으면서 공감할 수 있게 됐네요. 메모리[人]서울 프로젝트에서 서울에 대한 여러분의 기억을 들려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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