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신문지 수거함, 무용지물인 이유는?

2011. 7. 29. 09:1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근길 만원 지하철. 꽉 찬 통로 안은 사람들의 체온으로 금새 후덥지근해지고, 여기저기서 “밀지 마세요”, “가방 좀 치워주세요“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지하철 객차 안을 더욱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사람들을 밀치며 선반 위에 놓인 신문지를 가져가려는 폐지 수집상들입니다. 


지하철 무료신문의 딜레마 ‘수거비용’


서울도시철도공사의 2008년도 통계에 따르면 112건의 승객민원 중 무료신문 수거인력과 부딪혀 넘어지거나 옷이 찢어졌다는 등 무료신문 관련 민원이 총 84건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무료신문을 수거하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 많고 형편이 딱한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로 인해 지하철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이미지출처:서울신문>


최근에는 폐지값이 떨어져 폐지 수집상이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편인데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지하철 객실 청소원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량의 지하철이 종착역에 다다라 운행을 마치면 객실 내부를 청소하게 되는데요. 지하철 5호선의 경우 총 8명의 청소원이 새벽 5시부터 밤 12시 40분까지 하루 평균 200여대 이상의 전동차를 청소한다고 합니다. 

쉼 없이 들어오는 지하철, 객실 청소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선반 위에 올려진 무료신문 수거는 큰 부담이 되는데요.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선반 위나 의자 등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무료신문 수거만으로도 시간이 다 간다고 합니다. 1개 노선에서 수거되는 무료신문만 하더라도 10kg 묶음 20여개 분량. 쌀 한가니 무게만큼 나가는 무료신문 묶음을 쉴 새 없이 옮기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라고 합니다. 


‘백약이 무효’ 방치된 신문지 수거함

그럼 무료신문을 발행한 업체들에게 수거에 있어 일정 부분 책임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요?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무료신문 배포가 지하철역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일단 신문을 가져가고 나면 그 후의 처리 문제는 개인에게 넘어가고, 설령 지하철에 신문을 두고 가더라도 이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것이죠. 때문에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캠페인이나 안내문구, 안내방송 등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하철역 휴지통과 함께 있는 신문수거함>


지하철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무료신문 수거에 따른 대책으로 지하철 내 선반을 없애는 극단적인 조취를 취하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승객들의 반발로 하루 만에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올해 2월부터는 지하철 객차 내부에 쌓이는 무료신문을 객차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현재는 모든 지하철역에 신문지 수거함을 설치해 두었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시민들의 낮은 관심 속에 오히려 폐지 수집상들의 무분별한 수거활동이 계속되는 등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이유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는 신문지 수거함의 디자인인데요.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있는 신문수거함>


박스형태로 만들어진 신문지 수거함은 분주히 오고 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가기 편하게 입구가 굉장히 넓은 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폐지 수집상에게 버려진 신문을 가져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시민들 입장에서는 “선반 위에 버리나 수거함에 버리나 폐지 수집상이 가져가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굳이 신문을 가지고 있다가 수거함에 버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시민 참여형 아이디어 공모로 신문지 수거함 디자인한다면?

사람들은 보통 본인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에는 무관심한 편이라고 합니다. 지하철 신문지 수거함 역시 오며 가며 한번씩 눈길을 줄 뿐, 어디에 버리든 마찬가지란 생각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공공시설물에 시민들이 참여해 본인의 아이디어가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이 점에 착안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는데요. 바로 상금을 내건 <신문지 수거함 디자인 공모>입니다. 무관심했던 공공시설물에 시민들의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굴해 직접 반영한다는 이번 공모는 ‘시민 스스로’ 지하철 이용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요. 특히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총 6작품에 650만원이라는 상금이 걸려있어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지하철에 관심 있는 시민고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작품접수는 8월 22일(월)부터 31일까지 열흘 간 진행될 예정인데요.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심사결과는 9월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며, 수상작 중 실용성과 디자인을 고루 갖춘 작품을 실물로 제작, 역사 내에 시범 설치할 계획이랍니다. 


공모전 관련 자세한 사항: 서울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www.smrt.co.kr)
                                 디자인실(02-6311-2569)




출근길 무료신문 수거활동으로 불편을 겪은 사례는 누구나 한번쯤 있을 법한데요. 본인이 겪는 불편, 본인이 나서서 직접 해결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어떤 디자인의 신문지 수거함이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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