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보 차단의 유혹

2015.06.11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모든 감각 기관을 열어놓고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탐색할 정도로 높아져있는데 정부는 발생 병원과 지역에 대해서 비공개 원칙을 내세우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엄벌하겠다는 엄포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부 발표 없이도 상당수 국민들은 해당 정보를 모두 알게 되었고 결국 국민은 집단지성을 발휘해 메르스 지도(http://mersmap.com)를 만들자 정부는 뒤늦게 병원명과 위치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 정보 차단 사례


한국 정부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다른 어떤 나라의 정부보다 부지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1996년 11월 Geocities 전체를 차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Geocities는 누구나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사이트로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사이트였습니다. Geocities 전체가 차단 된 이유는 호주에 사는 한 네티즌이 영어로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네이버 블로그에 누군가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고 네이버 전체를 차단 한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음란 사이트를 차단한 적은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차단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 선도적인 사건은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부터, 만약 현실적인 이유로 차단할 수밖에 없다면 과연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차단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논쟁을 만들었습니다.


1994년에 만들어진 지오시티는 큰 인기를 얻어 야후에 인수 되었으나 점차 내리막 길을 걸어 현재는 일본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출처_(http://geocities.yahoo.co.jp/)


정보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성공한 적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2011년 무상급식 문제로 오세훈 서울 시장이 물러나자 트위터는 재보궐 선거로 뜨거웠습니다. 서울시 선관위는 ‘선거관련 트위터 이용 가능 범위 제시’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돌렸습니다. 선거 운동을 위한 내용이거나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은 처벌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서울시 선관위는 트위터에 @nec3939라는 계정을 만들어 가이드를 지키지 않는 트위터 회원들에게 경고 멘션과 쪽지를 마구 보냈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서울시 선관위 계정은 트위터 본사로부터 차단 당하며 망신만 당했습니다. 선관위로부터 경고성 멘션을 받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팸 계정으로 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인기 있는 SNS가 대부분 해외 사이트이기 때문에 정부의 단속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 어설픈 단속은 오히려 홍보 효과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로부터 차단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구독자가 급상승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외 SNS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가 어렵고, 설사 차단 당해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차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요령?


우리나라 정부의 정보 차단으로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사이트는 유튜브(youtube)입니다. 지금은 동영상 플랫폼으로 국내에서도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유튜브가 한글 서비스를 시작할 2008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튜브가 320×240, 400K의 저화질 동영상을 제공하는데 반해 이미 국내 동영상 사이트들은 1280×960, 1500K의 HD급 화질을 제공하고 있었고, 국내 사이트들이 서버를 국내에 두고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데 비해 유튜브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기에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시행되던 실명제 갈등을 통해 상황을 뒤집었습니다. 유튜브는 지역 설정을 '한국'으로 설정 할 경우에는 동영상을 올릴 수 없게 조치해 사실상 실명제를 거부하며 우리나라 정부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이는 당시 국내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아 몇 주간을 매일같이 주요 뉴스로 다루어졌고 유튜브는 돈 한푼 안 들이고 전 국민이 아는 주요 동영상 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들 사이에 유튜브는 대한민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사이버 망명 열풍까지 불러오며 급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정부의 통제가 우려되는 국내 네티즌들은 해외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고 국내 커뮤니티에 퍼 나르기 시작하며 표면적으로나마 정보 차단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요령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의 어원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촬영 된 사진 ,출처_위키피디아


인터넷 정보를 감추려고 하다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더욱 주목 받는 현상을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고 합니다. 유명한 IT 정보 사이트인 Techdirt.com의 CEO인 마이크 매스닉(Mike Masnick)이 만들어낸 말입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ara Joan Streisand)는 미국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과 음악상을 받았으며, 에미상, 그래미상, 골든 글로브상 등을 받기도 했습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2003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사진가 케네스 아델만(Kenneth Adelman)과 픽토피아닷컴(pictopia.com)을 상대로 5,0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파생한 단어입니다. 픽토피아닷컴은 워싱턴 포스트, AP통신사, 보스턴 글로브,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과 협약을 맺고 뉴스 사진을 판매하던 사이트로 케네스 아델만이 찍은 사진을 유통했습니다. 현재는 파산해 사이트 문을 닫았습니다. 이 소송에서 그녀는 케네스 아델만이 찍은 12,000장의 캘리포니아 해안 사진 중 그녀의 저택이 찍힌 사진을 들어 개인 사생활 침해와 파파라치 금지법 위반을 했다며 고소했습니다. 자신의 저택이 담긴 항공 사진 부분을 삭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아델만은 캘리포니아 해안 기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안 침식의 증거 자료로 남기기 위해 해안을 촬영하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소송으로 인해 사진은 크게 알려지게 되었고, 인터넷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소송이 있던 다음 달에는 420,000명 이상 해당 사이트를 방문해 해당 사진을 보았습니다. 스트라이샌드의 소송은 그녀가 원했던 사생활 보호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소송에서 패하여 피고의 법률비용까지 물어냈습니다. 법원은 변호사 수임료 등 피고의 법률비용 17만7천달러를 부담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오프라인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속과 처벌이라는 정통적인 방법을 인터넷 세상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방식으로 단속이 잘 되지 않자 더욱 더 많은 인터넷 통제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은 단속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차단의 방법과 범위를 확대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특성을 인정하고 단속의 범위를 최소화한 후 효과적인 홍보와 교육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