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인터뷰 스타일은 공감형일까, 대결형일까?

2011.08.19 08:5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대결 인터뷰-『펠리컨 브리프』 3

우리들이 접하는 수많은 기사 가운데 인터뷰가 들어가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숫자로 가득한 통계기사조차도 인터뷰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고, 기술과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사조차 인터뷰가 들어가 있죠. 인터뷰가 없는 기사가 거의 없을 만큼 인터뷰는 기사를 구성하는 주요한 구성 요소가 됐습니다. 

또 한발 더 나아가 팩트, 진실을 만들어내는 기제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기사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 작성되고 있죠. 수많은 평범한 풀 기사, 기획기사, 특종 보도, 탐사보도 등 많은 기사들이 인터뷰를 통해 또는 인터뷰를 한 취재의 수단으로 삼아 작성돼 왔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신문 뉴스의 90% 이상은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다는 주장도 있지요(차배근, 1991, 119쪽). 
 


                                                      <이미지출처 : flickr/ pittaya>

 

여러 인터뷰 유형 가운데 공감적 인터뷰와 대결적 인터뷰(confrontive interview)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감적 인터뷰는 기자가 대상자의 분위기, 환경, 주제 등에 맞춰서 공감을 이뤄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인터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보통 피처(feature) 기사나 미담, 프로필, 부고 등의 기사를 작성할 때 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공감적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는 아마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대결적 인터뷰는 기자가 대상자와 대결하듯이 맞서 팩트와 진실을 찾아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결적 인터뷰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마치 경찰이나 검찰이 피고인이나 범죄 혐의자를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범죄를 추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명의 연방 대법관이 차례로 피살되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가는 그리셤(John Grisham)의 소설 『펠리컨 브리프』에서도 공감적 인터뷰와 함께 대결 인터뷰가 이뤄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그랜섬이 다비 쇼를 만나 여러 의혹을 파악한 후 독자적인 확인과 검증을 하는 마지막 과정에서 등장하죠. 그랜섬은 대결 인터뷰를 통해 거악, 제도적인 악에 맞서 최종적인 진실을 확인 검증하고 마침내 진실을 드러내는 보도를 하는 데 성공합니다. 다음은 그랜섬이 진실로 향하는 막바지에 FBI에 이어 백악관에 확인 전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마침내 목소리가 나왔다.
“플레처 콜입니다.”
“네, 콜씨. 『워싱턴 포스트』의 그레이 그랜섬입니다. 지금 대화를 녹음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요?”
“네.”
…(중략)…
“알겠습니다. 우린 내일 아침에, 간단히 말해 펠리컨 브리프에 나와 있는 사실들을 입증하는 내용을 다룬 기사를 실으려고 합니다. 펠리컨 브리프라는 것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느린 대답이었다.
“우리는 매티스씨가 3년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4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기부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420만 달러입니다. 모든 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백악관이 매티스씨에 대한 FBI의 조사에 개입하고 또 막으려는 시도를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당신이 믿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신문에 실으려고 하는 겁니까?”
“지금 그것을 확인해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누가 그것을 확인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우리에게도 제보자가 있습니다, 콜씨.”
“물론 그렇겠지요. 백악관은 백악관이 그 수사에 관련되었다는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는 바입니다. 대통령은 로젠버그 판사와 젠슨 판사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에 전체 수사 진전 상황에 대해 통보 받았습니다. 그러나 백악관이 수사의 어떤 측면에든 직 간접적으로 개입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은 잘못된 정보를 얻은 것입니다.”
“대통령은 빅터 매티스를 친구라고 생각합니까?”
“아니오. 두 사람은 한 번 만났습니다. 그리고 내가 말했듯이, 매티스씨는 중요한 기부자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친구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큰 기부금을 낸 사람 아닙니까?, 그렇죠?”
“그건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다른 하실 말씀은?”
“없습니다. 분명 아침에 언론담당 비서가 이 사실에 대해 언급할 겁니다.”(535~536쪽)


대결 인터뷰는 대체로 취재 보도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지만, 반드시 마지막에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취재의 처음이나 중간쯤에 이뤄지기도 하죠. 다만 진실 추구의 논리로 보면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대결 인터뷰는 한번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내용 등에 따라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을 상대로 여러 번 이뤄지기도 합니다. 진실은 한 사람의 시각과 증언만으로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펠리컨 브리프』에서도 대결 인터뷰는 취재 논리의 순서에 따라 차례로, 여러 차례 이뤄집니다. 그랜섬은 마지막으로 로펌인 화이트 앤드 블레이제비치의 벨마노에게서 확인과 검증을 시도합니다. 벨마노는 두 연방대법원 판사가 사라지만 매티스의 입지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암시한 인물이죠. 그랜섬은 처음에는 매티스가 연방 대법원 판사 피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알리고, 펠리컨 브리프를 한 부 가지고 있다고 공개한 뒤 그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금방 벨마노가 나왔다.
“네, 무슨 일입니까?”
그랜섬은 세 번째로 자기 신분을 밝히고 대화가 녹음 중이라고 설명했다. 
“알겠소.”
벨마노가 쏘아붙였다.
“우린 아침에 당신 고객인 빅터 매티스가 로젠버그 판사와 젠슨 판사의 암살에 관련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낼 겁니다.”
“대단하군! 우린 앞으로 20년 동안 당신을 고소할 거요. 당신은 잘못 짚었소. 우리가 워싱턴 포스트를 소유하게 될 거요.”
“네, 선생님, 하지만 이걸 녹음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마음대로 녹음하시오! 당신은 피고석에 서게 될 테니까. 이거 멋진 일이군! 빅터 매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소유할 거요! 대단히 멋진 일이야!”
그랜섬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비를 보며 머리를 저었다. 편집자들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일이 아주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네, 선생님. 펠리컨 브리프 얘기는 들으셨나요? 우린 한 부 가지고 있는데요.”
그랜섬이 말했다. 죽음과 같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멀리서 꾸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죽어가는 개가 마지막으로 숨을 헐떡이는 것처럼. 이어 더 진한 침묵이 흘렀다.
“벨마노씨, 듣고 계십니까?”
“네.”(539~540쪽)


그랜섬은 이어서 벨마노가 매티스측에 연방대법원 판사가 사라지면 소송에서 유리할 것임을 시사하는 메모를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의 반응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 같은 확인과 검증, 관찰이야말로 진실로 가는 길인 것이죠.

“우린 또 당신이 심스 웨이크필드한테 보낸, 9월28일자 메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메모에서 당신은 만일 로젠버그와 젠슨이 법원에서 사라지면 당신 고객의 입지가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암시하셨더군요. 우리 제보에 의하면, 그 생각은 아인슈타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조사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인슈타인이라는 분은 6층 도서관에 계시다면서요.”
침묵. 
그랜섬이 말을 이었다.
“우린 곧 기사를 내보낼 겁니다. 하지만 논평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논평하고 싶으십니까, 벨마노씨?”
“골치가 아프오.”
“좋습니다. 다른 말은?”
“메모 내용을 글자 그대로 실을 거요?”
“네.”
“내 사진도 실을 거요?”
“네. 상원 청문회에서 찍은 낡은 사진이긴 하지만.”
“이런 개새끼.”
“고맙습니다. 다른 말씀은?”
“일부러 5시까지 기다렸군. 한시간만 일찍 전화했어도 법원으로 달려가 그 빌어먹을 것을 중단시킬 수 있었을 텐데.”
“네, 선생님. 바로 그런 식으로 계획을 세운 겁니다.”
“이런 개자식.”
“좋습니다.”
“당신들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것도 개의치 않는군. 안 그렇소?”
벨마노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애처로울 정도였다.
‘이 말을 인용하면 아주 멋지겠군.’
그랜섬은 녹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했으나, 벨마노는 매우 충격을 받아 그 사실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개의치 않습니다, 선생님. 다른 말씀은?”
“잭슨 펠드먼한테 내일 아침 9시, 법원이 문을 여는 즉시 소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해 주시오..”
“그러지요. 당신이 메모를 쓴 것을 부인하십니까?”
“물론.”
“메모가 존재했다는 것도 부인하십니까?”
“그건 조작이야.”
“소송은 불가능합니다. 벨마노씨. 당신도 그 점을 아실 텐데요.”
침묵.
“이런 개새끼.”
전화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띠 하는 신호음만 들렸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540~542쪽)


그랜섬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대결 인터뷰를 읽고 있자면, 마치 온 몸이 전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대결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의 풍경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대결 인터뷰는 언제 왜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대결 인터뷰는 대체로 악역, 은폐자, 범죄, 진실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사실과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왜곡 은폐하려 시도할 때 난관과 장애를 뚫고 팩트와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이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팩트와 진실이 드러날 때 자신의 권리, 이익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악역과 맞서는 인터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결 인터뷰를 잘 할 경우 총체적인 진실을 파악할 수도 있고, 혹시 잘못된 가정과 사실 등이 정정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반대로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팩트와 진실을 잃어버리거나 왜곡될 여지도 적지 않죠. 사실 대결 인터뷰의 성패가 사실과 진실의 구성과 검증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결 인터뷰는 보통 추적보도, 탐사기획 등 기자 스스로 가려지거나 왜곡 은폐된 의미 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탐사보도 등 기자 스스로 가려진 진실로 파고들 때 불가피하게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결 인터뷰 과정은 서로 적당한 예의와 규칙을 가지고 하지만, 상당히 긴장감 있게 이뤄집니다. 대검찰청 법에서 ‘정의의 주재자’로 검사를 규정하고 이에 따라 각종 법률적 권한을 갖는 검찰 등 수사당국과 달리, 아무런 법률적 제도적 권리가 없는 기자가 악 또는 상대에 맞서 대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무래도 오직 진실을 향한 기자들의 열정, 진실을 바라는 시민들의 알 권리의 옹호자로서의 시민적인 분노일 것입니다. 거기에 약간의 경험적 기술도 포함되겠지만. 다음은 여러 인터뷰와 함께 대결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의 일부입니다. 기사의 끝 부문에 인터뷰 대상이 기사의 주장과 제시된 팩트 등에 대해 반박, 해명 등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부문이 그것입니다. 기자들의 땀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까?


『세계일보』 2001년 2월21일, 31면
 

『한국일보』, 2011년 5월26일자, 1면


저널리즘 현장에서는 공감적 인터뷰와 대결적 인터뷰가 상황, 주제, 사건, 인물 등에 따라 적절히 활용되거나 아니면 함께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 굉장히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자 스스로 적지 않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터뷰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준비입니다. 충분한 인터뷰 시간의 확보, 적절한 장소, 인터뷰 순서의 숙지 등은 기본이고, 인터뷰 주제(사건 및 사고, 배경)와 대상(사람과 조직)에 대한 충분한 자료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뉴스 기사(news story)에 있어서는 개인적 성향보다 기사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정보를 수집하고 인물 프로필(profile) 기사에서는 대상자의 성격이나 관심 분야, 가족, 친구 등 개인적 성향을 사전 조사하며,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라면 사건의 주제와 인터뷰 대상인물 모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유일상, 2004, 50쪽) 

인터뷰 결과는 결국 철저한 준비 정도, 진실에 대한 열정, 그리고 조그만 운에 의해 결정됩니다. 자, 이제 여러분도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대결 인터뷰를 시작할 준비가 됐습니까? 


<참고문헌>
유일상(2004). 『취재보도입문』. 서울: 지식산업사.
차배근(1991). 『커뮤니케이션학개론(하)』. 서울: 세영사.
Grisham, J.(1992). The pelican brief. New York: Rights Unlimited, Inc. 정영목 역(2004). 『펠리컨 브리프』. 서울: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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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폴트2011.08.19 10:57

    김용출 기자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펠리컨브리프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책이든 영화든 말이죠.
    저 짧은 단락을 읽었을 뿐인데도 막 전율이 일어날 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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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생생함이 잘 전달 되셨나요? ^^ 스폴트님도 꼭
      한번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방문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저희 다독다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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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ea2011.08.19 11:28

    물론 손석희 교수님도 좋지만...
    우리나라에도 오프라 윈프리처럼 걸출한 여성 인터뷰어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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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앞으로 우리도 전세계에 이름을 알릴 멋진 인터뷰어가나타나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방문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