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재활용, 그 변화의 역사

2015. 8. 12.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때 신문지는 일상생활에서 꽤나 긴요하게 사용되었던 물건입니다. 


모자이크 벽지(?)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도배지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신문지는 초가집에 흙벽돌로 만든 집 도배용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큼지막한 사진, 커다란 헤드라인, 알 수 없는 한자 등이 뒤범벅되어 벽과 천장을 모자이크로 만들었습니다. 요즘이야 화려한 무늬의 고급 도배지, 각종 기능성 도배지, 캐릭터를 활용한 도배지 등이 많아 신문으로 도배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화선지 대용


아날로그 세대에겐 ‘서예’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서예과목이 있어서, 붓, 먹, 벼루, 연적을 준비해 가지고 갑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화선지를 살만한 돈이 없어 대부분 집에서 다 읽은 신문을 가져다 그 위에 연습하였습니다. 지금이야 학생들이 화선지 대용으로 저렴하게 제작된 ‘기계지’를 가져가 연습합니다.


화장실에 없어선 안 될 ‘밑딱개’


옛날 ‘푸세식’ 화장실을 기억하십니까? 요즘 웬만한 공중 화장실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벽에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뒷간’이라 불리기도 한 재래식 화장실에는 두루마리 휴지 대신 지나간 신문을 네모로 잘라서 ‘밑딱개’ 용으로 한쪽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나마 네모난 신문조각이라도 없으면, 입장이 아주 난처했습니다.


짜장면 덮개


저도 가끔은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곤 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짜장면 그릇을 지나간 신문에 싸서 복도에 놔두곤 했습니다. 헌대 얼마 전 짜장면을 시켰는데, 웬 비닐봉지 하나가 딸려 왔습니다. 알고 보니 식사 후 빈 그릇을 그곳에 넣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신문을 구독하지 않으니, 다 읽고 난 신문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을 안 중국집 주인이 비닐봉지를 주었던 것입니다.


출처_매일경제 1991년 7월


좋은 놀이감이 됐던 딱지


지금처럼 게임이나 장난감이 많지 않던 옛 시절에 어린이들의 놀이는 대개 구슬치기, 팽이치기, 비석세우기, 쥐불놀이, 딱지치기 등이었습니다. 딱지를 접으려면, 빳빳한 종이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종이가 귀하던 시절, 어디 그리 쉽게 빳빳한 종이를 구할 수가 있나요. 그러면 신문을 두세 장 겹쳐서 딱지를 만들어 치곤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학원 다니랴 컴퓨터 게임하랴 바빠서 이런 놀이 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유리창 청소에 빠질 수 없는 신문지


아마 귀하도 학창시절에 학교 유리창을 닦아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학교 규율을 어기거나, 떠들면 선생님은 어김없이 그 대가로 유리창 청소나 화장실 청소를 시켰습니다. 유리창 청소를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인 것은 신문지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잘 닦였습니다. 장롱이나 방구석에 쌓인 먼지를 치울 때도, 물에 묻힌 신문지로 닦아내면 깨끗하게 닦아 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이야 ‘물티슈’가 일반화되었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구두보관에 유용


물 묻은 구두나, 오랫동안 신지 않을 신발 등을 보관할 때 신문지를 구겨서 신발 안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원형을 보존해 줄 뿐만 아니라 습기를 잘 제거해 주어서 아주 편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유원지를 가거나 피크닉을 갈 때 꼭 신문지를 가지고 갔습니다. 야외용 방석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신문지가 대용품으로 훌륭했으니까요.


야채보관 시 활용


지금도 무, 배추, 파 등 야채를 보관할 때는 신문지를 이용합니다. 신문지 2,3장에 둘둘 말아서 보관하면, 신선도가 잘 유지됩니다. 요즘 어지간한 집에는 냉장고가 2대 이상입니다. 구태여 신문에 싸서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멍석 대용


요즘 주거형태는 거의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기와며 슬래브로 된 옛 주거공간에는 집에 마당이 있었습니다. 그 마당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이기도하고 아버지 어머니의 작업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시래기며 무말랭이를 말렸습니다. 한 때, 아파트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시래기며 무말랭이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모두 가공식품으로 변했습니다. 


출처_부산일보



공예 재료로 활용


미술시간에 신문지를 자르고 풀과 물로 으깨어 동물, 사람, 집 등 모형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으깨진 신문으로 살을 만듭니다. 잘 건조되면, 그림물감으로 예쁘게 색칠해 완성했던 작품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점점 떨어지는 구독률


한때 신문지가 애물단지인 적이 있었습니다. 거실이나 방에 너저분하게 있는 신문지는 처치 곤란이었습니다. 2개 정도의 신문을 구독하면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곤 나뒹구는 신문을 잘 관리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거실도 방안에도 신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문 구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림 1> 종이신문 열독률과 구독률 추이


자료: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그림 1>에서 보면, 구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3년에는 겨우 20.4%만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의 신문구독은 점점하락하고 있고, 그나마 기관에서의 구독률은 덜 하락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세대에게 자기 집에서 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 하면,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입니다.  


신문은, 탄생되어 독자의 손에서 읽힐 때, 제 생명을 다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생명을 다한 신문이 부활하여 여러 용도로 재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일부 신문은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화물차에 실려 곧장 고물상으로 직행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씁쓸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