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깃발 내건 방송사의 대응

2015. 8. 10.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3월호>에 실린 SBS 보도국 뉴미디어부장 / 심석태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현실의 언론인들이 미디어 전략가들을 따라가기는 항상 버거운 법입니다. 이분들은 전통 언론들이 뉴미디어에 적응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 하자마자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아예 전통 미디어에게 디지털 뉴미디어 전략을 다시 쓰라고 요구했고, 전통 미디어들이 그나마 ‘디지털 퍼스트’의 필요성을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이젠 ‘모바일 퍼스트’로 깃발을 바꿔버렸습니다.


품은 많이 들고 수익 모델은 없고


더구나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은 모바일 퍼스트도 모자라 아예 ‘모바일 온리(Mobile Only)’를 주창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전통 미디어들의 실상은 ‘디지털 퍼스트’라는 구호도 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눈길을 끄는 일부 신선한 시도나 전략은 소개됐지만 정말 실제 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한 시도’나 ‘성공한 전략’을 꼽으라면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실은 이미 ‘모바일 퍼스트’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통계 자료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자료들은 뉴미디어 부문에서 일어나는 뉴스 이용의 약 60~70%가 모바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내 방송들의 모바일 전략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 전달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 맞춰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지가 그것입니다.


먼저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 전달 체계는 기본적으로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하이브리드 앱 포함)입니다. 모바일 장치를 겨냥해서 앱과 웹을 개발할 때에는 PC 환경을 상정해서 웹 사이트를 구축할 때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크롬 같은 몇몇 대표적인 브라우저만 상정하면 되는 PC와는 달리 모바일에서는 OS와 단말기의 크기 등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태블릿 PC의 경우에도 화면의 크기에 따라 거의 일반 PC와 유사한 수준에서부터 스마트폰보다 조금 큰 것까지 다양해 표준 모델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기존의 PC 환경에 비해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데 별도의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앱과 웹의 개발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나름대로 각자가 갖고 있는 핵심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겨냥해 개발한 모바일 뉴스앱과 방송사 전체의 모바일 웹에 포함된 뉴스 섹션을 통해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태블릿의 경우에는 아예 별도의 앱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PC용 뉴스 페이지를 약간만 변형해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NS 의존은 더 커질 듯


모바일 앱과 웹은 방송사들이 독자적으로 정보와 분석 등의 콘텐츠를 전달하면서 이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입니다. 방송사들이 이런 플랫폼 구축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모바일에서의 뉴스 소비라는 측면에서 포털에 대한 의존도는 훨씬 커졌습니다. 물론 방송사들이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전력투구했더라도 지금의 추세를 바꾸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뉴스 소비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모바일 뉴스 소비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치해도 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바일 앱과 웹 외에 방송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바일 콘텐츠 전달 방식의 하나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방송사들의 SNS 활용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주로 트위터를 속보 위주의 콘텐츠 소개에 활용한다면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속보 외에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전체 모바일 대응에서 SNS에 두고 있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은 일부 외국 방송사들 사례에서처럼 별도의 SNS 담당 조직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별도의 부서를 뒀던 MBC도 지난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해당 부서를 온라인뉴스부와 통합한 상태입니다. 활용도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방송사들의 모바일 서비스에서 SNS에 대한 의존이 더커질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수십만 명 이상의 팬을 확보한 SNS는 운영하기에 따라서 하나의 훌륭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가집니다. 어떤 면에서는 모바일 뉴스 유통에서 포털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방송사들이 SNS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적인 콘텐츠 유통을 시도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를 염두에 두고 KBS와 같이 콘텐츠 생산을 위한 시스템 전면 개편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들 SNS도 역시 방송사들의 자체 플랫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포털에 비해 방송사들이 나름의 전략을 구사할 여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SNS의 운영 정책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변경하면서 콘텐츠 노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출처_세계일보 카드뉴스


스마트폰 최적화 ‘카드뉴스’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SBS가 2014년 중반에 도입해 이제는 주요 언론사들은 물론 개인들까지 널리 활용하고 있는 카드뉴스 포맷이 대표적입니다. 카드처럼 한 장씩 넘겨가며 볼 수 있도록 뉴스를 이미지와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포맷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동영상을 활용한 ‘동영상 카드뉴스’ ‘블랙박스 뉴스’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형식 자체는 비슷해 보이더라도 과도한 단순화 등으로 저널리즘의 본질적 측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존 방송 뉴스에 담지 못한 내용까지 소화하기 위한 진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처_SBS 비디오 머그 홈페이지


동영상 뉴스 콘텐츠 등의 경우에도 기존 PC 중심의 뉴스 사이트가 아니라 SNS나 뉴스앱에 최적화된 형태가 제작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SBS의 ‘비디오 머그’, MBC의 ‘미방뉴스’, KBS의 각종 스페셜 코너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 팟캐스트와 같이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대안 매체의 하나로 등장했던 콘텐츠 전달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역시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SBS의 경우 기존 취재파일을 변화시킨 ‘오디오 취재파일’ ‘비디오 취재파일’이라는 팟캐스트를 만들어 다양한 경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같은 모바일 중심의 대안적 뉴스 시장에 방송사들이 만든 콘텐츠가 늘어가면서 그 시장 자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모바일 앱 등이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은 점차 그런 화려함보다는 일상적인 뉴스 전달 도구로서의 편리함, 유용성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방송사들은 이런 모바일 플랫폼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절실하지는 않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그렇게 독자적인 유통 플랫폼을 방송사별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포털이 장악한 모바일 뉴스 유통 시장의 질서를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보다 큰 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pooq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뉴스콘텐츠를 한곳에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뉴스 플랫폼을 방송사들이 함께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수도 있습니다.


출처_pooq 홈페이지 메인화면


‘베끼기 매체’에 공동 대응해야


모바일 환경에 대한 대응에서 개별 방송사가 대응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큐레이션’ 같은 그럴듯한 이름으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나 동영상을 가져다 쓰는 이른바 ‘베끼기 매체’들의 범람 현상입니다. 이들 매체들은 뉴스의 공적 성격을 내세워 아예 ‘뉴스에서 저작권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직접 취재하고 분석해서 기사나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공유’라는 미명하에 손쉽게 남이 만든 것들을 이것저것 버무려 마치 자기 것인 양 내놓는 일은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 생산을 죽이는 일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모바일 퍼스트’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아직 방송사들이 몸으로 받아들인 구호는 아닙니다. 뉴스 유통 시장이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실험들은 아직 상황의 절박성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단 하루 선거방송을 위해서는 수십억 원을 쓰면서도 모바일 상황에 대한 대응 같은 구조적 문제에는 그만한 돈의 반도 쓰기 쉽지 않은 것이 방송사 내부의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이 단번에 뒤집히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진짜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실천하려면 더 과감한 실험들이, 훨씬 더 많이, 경쟁적으로 시도되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조금씩 진화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송사들은 그런 경쟁 속에서도 모바일 뉴스 시장에서 설 땅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 또한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