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기쁨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2015. 8. 1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일제강점기 시절의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암살>이 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만큼 193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였는데요, 뿐만 아니라 김구와 김원봉, 의열단, 신흥무관학교, 간도참변, 상하이 조계지, 반민특위 등의 역사적 사실들을 거론함으로써 그동안 잊혀졌거나 생소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광복 70주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여러 기념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본격적인 막을 올렸습니다.


<돌아온 이름들>을 목놓아 불러봅니다


극 중 일본군을 암살하는 한국 독립군 저격수로 등장하는 ‘안옥윤’ 이라는 인물은 그 당시 독립을 위해 일제와 맞서 싸운 수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껏 역사의 베일에 가려져 미처 알려지지 못했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무장투쟁과 행보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8월 23일까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립니다. '9옥사' 벽면에는 여성독립운동가 266인의 이름과 약력이 쓰인 12폭 대형 천이 설치되었는데요, 부족한 자료로 인해 성만 기록된 분도 계셨지만 나열된 이름만으로도 위력이 느껴졌습니다. 식민지하에서 민족차별은 물론 성차별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었기에 기록도 변변히 남기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도 부족한 자료 속에서 최대한 찾아내 266분의 이름을 마련한 것이라는 주최측의 이야기가 안타까움을 더했는데요. 맞은편 격벽장(수감자들이 운동할 때에 서로 대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치한 여러개의 칸막이 벽)에는 연극 배우 5명이 전하는 여성독립운동가 열 분의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조선 최초 여류비행사라고 불리는 권기옥 열사는 자신이 비행기를 탄 것은 여류 최초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조국독립을 위한 것이었으며 비행기로 날아올라 빼앗긴 내 조국 하늘 한가운데를 타고 내려와 조선총독부를 폭파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로 알려진 조마리아 열사가 아들의 사형선고를 접한 뒤 쓴 편지의 내용도 있습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로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이하 중략)”


일왕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던진 이봉창 의사는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폭탄을 던지던 날 수류탄을 숨기고 갈 수 있도록 일본 남자 속옷인 훈도시를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이화림 열사입니다. 


이들은 모두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학생, 점원, 간호사, 농민, 여공 등 각기 각층의 평범한 우리들의 누이,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탄압과 식민지배 그리고 여성차별에 맞서 그 누구보다 뜨겁게 독립의 희망을 외치고 염원하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돌아온 이름들> 전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실제로 존재하였고 활동하였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간절했던 그들의 호소에 응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출처_아시아경제


해방 귀국선 재현 행사로 축제의 장을


부산에서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1945년 희망과 기쁨을 가득 안고 돌아온 해방 귀국선을 재현하는 행사인데요, 이를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탑승객 815명을 모집했다고 합니다. 해방 귀국선 재현 행사는 광복절 하루 전날인 8월 14일에 부산 남항 자갈치 시장과 광복로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70년 전 광복을 맞은 그날처럼 귀국 동포들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해방 귀국선이 자갈치 시장에 도착하면 1000여명의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이들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귀국선 탑승객들이 배에서 모두 내리면 환영 나온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귀국 환영 퍼레이드를 펼치며 퍼레이드에는 취타대, 군악대, 의장대, 민간 예술단체가 참여합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화해와 상생의 미래로 만들어가는 시민축제로 승화시키고, 더불어 장년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의 전진을 표출하는 축제의 장을 연출할 계획이다” 라며 귀국선 재현 행사가 갖는 의미를 역설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나라의 주권을 되찾고 광복의 기쁨을 맞이한 지 어느 덧 70주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 독립투쟁을 하셨던 애국지사 분들 중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살아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당시 끔찍한 고통을 받으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도 제대로 된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통해 그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우리에게 너무나 쉽게 잊혀져 있던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과 그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