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4.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8월호>에 실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교수 / 홍주현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페이스북과 애플이 ‘인스턴트 아티클’과 ‘애플 뉴스’라는 통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다는 소식만큼 전세계 언론계에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부터 뉴스 콘텐츠에 인스턴트 아티클을 제공하고 있으며, 6월 8일 애플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애플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뉴스를 볼 수 있는 맞춤형 뉴스앱 ‘뉴스(NEWS)’를 선보였습니다. 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사용자 맞춤형 뉴스’는 기존 포털의 뉴스 제공 방식을 뛰어 넘은 획기적인 것입니다. 애플은 다양한 사진을 토대로 시각적인 구성을 강조했으며, 사용자가 보고 싶은 기사를 ‘뉴스피드’로 한곳에 모아줍니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보그, 와이어드, ESPN 등 20개의 세계 유수 언론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애플은 이미 ‘편집국 5년 이상 근무자’ 중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공고도 냈습니다. 독자 개인의 취향과 뉴스의 흥미성을 갖추고, 저널리즘의 전문성까지 갖춘 뉴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6월 8일 애플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뉴스를 볼 수 있는 맞춤형 뉴스앱 ‘뉴스’를 선보였다. 애플 뉴스앱에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ESPN 등 20개의 세계 유수 언론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_아시아경제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페이스북은 빠르고, 상호작용적인 기사를 볼 수 있는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실시간으로 독자들의 관심사가 높은 정보를 묶어서 보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포털에 이어 애플, 페이스북 등 IT 기업과 SNS가 뉴스를 포함한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언론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약된 뉴스를 제공하며, 독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뉴
스를 제공합니다.
전통 언론의 정체성 약화
뉴스 유통 방식의 변화는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뉴스 생산과 독자들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전통 언론 매체의 정체성이 약화될 것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포털처럼 뉴스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독자들은 누가 만든 뉴스인가보다 뉴스의 내용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애플 앱을 통해 독자들은 여러 매체의 뉴스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 기사와 원하는 맞춤 뉴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14억 4,000만 명의 페이스북 회원들은 동영상까지 포함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받습니다. 이용자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뉴스를 손쉽게 볼 수 있기에 언론사 고유의 브랜드는 더욱 약화될 것입니다. 뉴스 트래픽 흐름이 언론사의 정체성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됐습니다.
둘째, 뉴스의 직접 생산자보다 원 제작물을 편집, 가공해서 유통시키는 유통 매체의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 애플, 페이스북이 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뉴스의 제작보다 유통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애플은 뉴스앱을 통해 이용자들이 관심을 갖는 뉴스 콘텐츠를 발굴하고, 광고를 판매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애플의 뉴스앱이 기존 언론사를 위협할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바로 애플의 궁극적인 목적이 뉴스 편집·전달이 아니라 정보를 종합한 플랫폼을 만들고, 이용자를 집
중시켜 거대한 광고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는 뉴스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애플은 양질의 콘텐츠에 주목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에 광고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비슷비슷한 기사를 몇 십 개씩 생산하고 오보를 양산하는 채널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포털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넷째, 애플 앱이 새로운 뉴스를 발굴하거나 기존 뉴스를 2차 편집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사와 애플 간에 표현의 자유, 편집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이 언론은 아니지만, 뉴스를 선택하고, 편집하고,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요 기능인 의제설정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_전자신문
좋은 콘텐츠 생산의 기회
독자들이 자사의 뉴스를 선택하고, 실시간으로 뉴스피드에 올라오게 하려면 언론사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찍어낸 듯이 똑같은 기사를 생산하고, 오보까지 그대로 보도한다면 콘텐츠를 보고 선택하는 독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입니다. 언론사는 떼거리 저널리즘, 팩 저널리즘(Shoemaker & Reese, 1996)을 지양하고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서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실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고, 깊이 있게 보도하는 언론사가 살아남을 것입니다.
언론사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유통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게 됐습니다. 애플이 발 빠르게 움직였듯이 언론사들은 뉴스를 시각화해서 제시하고,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에 접근하기 쉽게 구성해야 합니다. 애플의 경우 알고리즘을 이용해 독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는데, 사용자 친화적 뉴스 소비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은 언론사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여러 매체의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을 언론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됐듯이 애플이 흥미있는 기사를 찾아내고, 2차 필터링을 하는 작업을 ‘언론의 편집 행위로 볼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사를 찾고, 필터링 하는 과정에 저널리즘의 가치가 개입되고, 조직의 판단이 뉴스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Shoemaker & Reese, 1996).
정치적으로 편향된 뉴스를 선택한다든지, 특정국가나 조직의 이익을 반영하는 뉴스를 선택하게 된다면 애플 앱이나 페이스북에게 언론사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털처럼 소비자들이 애플 앱을 통해 모든 뉴스를 소비하는 등 애플 앱이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애플의 편집권 문제가 쟁점화될 수 있습니다. 애플이 현재는 동일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한국어 기사 서비스가 언제 도입될지 모르지만 이와 같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할 경우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애플의 기사 선택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들이 자주 보고, 원하는 뉴스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제공하겠다는 애플의 취지에 맞게 언론사는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뉴스를 제공하려고 할 것입니다.
뉴스 가치 기준이 바뀐다
뉴스 생산에서 유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의 살길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2015년 공공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지역언론사 포스트앤드쿠리어 사례를 통해 언론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포스트앤드쿠리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살해된 여성이 왜 많은지 1년간 100여 명의 피해자와 생존자, 수사기관, 병원 관계자, 공무원 등을 취재해 시리즈 기사를 내보냈고, 결국 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법 제정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작은 규모의 지역언론사도 사회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정확성, 객관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중시하고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언론이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뉴스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해졌습니다. 뉴스 유통이 중요시되면서 뉴스 소비자는 업체의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 됐습니다. 오늘날 독자들은 원하는 뉴스를 빠르고, 쉽게 찾기를 원합니다.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재미있게’ 라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뉴스 유통 기준이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뉴스 가치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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