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3.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싸이월드 신화를 만들었던 SK컴즈가 결국 매각 되었습니다. 신문 기사로 다루어준 신문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과거 싸이월드의 영광을 생각 할 때 너무나 초라한 퇴진입니다. 싸이월드의 성공과 그 이후 실패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이 있습니다. 한때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재에도 수록 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성공 사례이기 때문에 더이상 누군가 새로운 글을 작성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SK컴즈로 인수 되었는지 처음의 모습을 기록한 이야기는 찾아 보기 힘이 듭니다. 지금 시점에 필자의 과거 경험과 당시 관련된 업체에 근무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싸이월드의 초기 모습을 재현해 남겨 놓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15년 전 일이라 필자의 기억이 일부 왜곡이 있을수 있으나 큰 틀에서 크게 틀린 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틀린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양해와 함께 댓글로 의견 부탁 드립니다.
지난 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은 이사회를 열고 그들의 자회사인 SK컴즈의 지분 51%를 장혁, 김우빈, 박재범 등이 소속된 IHQ의 신주 28.5%와 교환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SK플래닛은 SK컴즈 보유 지분이 64.5%에서 13.5%로 감소하게 되어 경영권을 잃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SK컴즈는 SK라는 그룹사명도 빼게 되어 사명 변경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부가기능으로 만들어진 미니홈피의 탄생 배경
싸이월드는 1999년 8월 31일 오픈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세계 최초의 사이트입니다. 미국에 classmantes.com이 1995년 세계 최초로 SNS를 시작했지만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 싸이월드를 이야기 할 때 미니 홈피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처음 기획 의도는 미니 홈피가 아니라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였습니다. 싸이월드는 오픈후 인터넷 업계 전문가 20~3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그때 필자도 참석한 기억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같은 해 5월 오픈해 빠르게 성장 중인 '다음 카페'의 소모임 버젼을 지향했습니다. 당시 설명회에서 이야기한 예를 그대로를 인용하자면 '다음 카페'에 (당시 가장 유명했던 아이돌 그룹인) HOT 대표 카페가 존재한다면 싸이월드는 우리 동네 사람이나 내 친구들 중에 HOT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를 지향한다고 했습니다. ‘다음 카페'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어 모든 분야에 대표 카페마다 수천 명씩 참여하고 있지만 문제는 커뮤니티 본연의 친목은 도모하기 힘들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있는 지인들끼리 작은 카페를 많이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싸이월드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검색 기능을 일부러 부실하게 만든 것입니다. 검색 결과에서 인기도를 알 수 있는 멤버 수, 글 수 등을 알 수 없게 했고, 이 방법으로 정렬도 불가능하게 했습니다. 어느 모임이 큰 모임인지 알 수 있으면 모든 사람이 그 모임만 가입하려고 하고 소모임이 활성화 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미니홈피 / 출처_싸이월드 홈페이지
나중에 크게 사랑 받은 미니홈피는 소모임을 지원하기 위한 부가 기능으로 만들었습니다. 오프라인의 지인들끼리 소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 초대가 필요했는데 이런 방법은 어쩔수 없이 불편했죠. 누가 누군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프로필 기능을 발전 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올려 놓으면 지인이 나를 찾기 쉬울 것이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카페 보조 기능에 불가했던 미니홈피는 당시 막 개발되어 인기를 얻기 시작한 폰카 열풍에 편승 할 수 있었습니다.
감성을 중시하는 싸이월드의 커뮤니티 문화
싸이월드는 지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강조한 것이 커뮤니티 문화였습니다. 당시에는 닷컴 기업이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는 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광고였는데 싸이월드는 광고 수익을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광고로 사용하던 메인 페이지 상단 영역을 감성 메세지를 전달하는 영역으로 사용했습니다. ‘오늘 길에서 우연히 만난 즐거운 분 있으세요?’ ‘단짝 친구와 싸운 다음에 어떻게 화해하세요?’등의 감성을 자극 할 수 있는 메시지를 광고 대신 노출했습니다. 설명회 발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이람’ 싸이월드 기획팀장 (현, 캠프모바일 대표)은 특히 감성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지인들끼리 취미 등을 공유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내기 위해서는 싸이월드를 따뜻한 감성적인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이 기획팀장으로 있는 동안은 메인 페이지 상단을 계속 감성적인 메시지를 노출하는 영역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실제로, 싸이월드는 10년간 중앙 상단을 감성 메세지를 전달하는 영역으로 활용했습니다.
싸이월드, 국민적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SK로 인수 되기 전 싸이월드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 인수 후보는 야후 코리아였습니다. 당시 싸이월드에 근무했던 지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수 후보가 아니라 인수 계약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하지만, 본사인 미국 야후에서 반대했다고 합니다. 동양은 보수적 문화가 강한데 누가 자신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올리냐며 서양에서도 사례가 없다고 반대했다고 합니다. 결국, 인수가 무산 되었습니다.
SKT와 다모임에서 근무하던 필자의 지인 몇 명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동일한 시기에 SKT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SKT는 인터넷 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커뮤니티 사업을 인수하기로 하고, 당시 싸이월드의 라이벌이었던 '다모임'을 인수하려고 했습니다. 다모임 역시도 자금난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SK 인수 직전 다모임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 다모임 인수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SK 내부 고위층에 모두 보고가 된 상황으로 담당자들이 곤란한 상황에 빠져 대안으로 급하게 들고 나온 대안이 경쟁사인 싸이월드 인수였습니다.
폰카 열풍으로 사용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모델이 없어 점점 느려져 사용자의 불만이 쌓여 가던 싸이월드는 SK로 인수된 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대대적인 자원 투입으로 깔끔하게 속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후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전 국민적인 서비스로 성장 할 수 있었습니다. 운칠기삼이라고 했던가요? 우연이 우연을 만나 필연이 되었고 그렇게 전설은 시작 되었습니다. 전설이 완성 되는 시점은 현실과 분리 될 때입니다. 싸이월드가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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